드디어 문 연 애플 가로수길, '경험을 팔다'

2018.01.27 13:54

애플스토어가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판매점일 뿐인데 이 공간을 두고 관심이 쏠리곤 합니다. 애플에 대한 국내 시장의 복잡한 감정들이 더해진 것도 있겠지만 애플스토어는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주목받는 공간입니다. 지역의 랜드마크처럼 많은 사람들이 제품 구매와 관계 없이 모여들고 떠들어댑니다. 누구도 물건을 사라고 권하지 않지만 이 공간은 가장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는 소매점이기도 합니다. 팬들의 호들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걸 떠나 애플스토어는 브랜드로서, 또 유통 문화로서도 지켜볼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국내 첫 애플스토어 '애플 가로수길'이 문을 열었습니다. 줄 선 대기자들-최호섭 제공
국내 첫 애플스토어 '애플 가로수길'이 문을 열었습니다. 줄 선 대기자들 -최호섭 제공

국내 첫 애플스토어의 공식 이름은 ‘애플 가로수길’입니다. 가로수길의 거의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탁 트여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 멀리서부터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딱 봐도 애플스토어임을 알 수 있는 큼직한 통유리 입구에 하얀 애플 로고가 보입니다. 가로수길이라는 공간 특성상 여러 면이 트여 있지 않아서 유리는 앞면에만 쓰고, 나머지 면은 회색 벽으로 둘렀습니다. 도심에 있는 애플스토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형이긴 합니다.


애플 가로수길은 한 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물론 지하에는 비즈니스용 보드룸 등 별도의 공간이 있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개되는 공간은 입구 한 층이 전부입니다. 보통 애플스토어는 주제에 따라서 애플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과 서드파티, 액세서리를 전시하는 공간, 그리고 제품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니어스바가 다른 층으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해외에서 애플스토어를 방문했다면 이 구조를 흔히 보셨을 겁니다.


제품이 전시되는 테이블입니다. 나무 소재는 다 국내에서 자란 나무를 썼다고 합니다.-최호섭 제공
제품이 전시되는 테이블입니다. 나무 소재는 다 국내에서 자란 나무를 썼다고 합니다.-최호섭 제공

그래서 가로수길 애플스토어가 처음 외부에 공개됐을 때 반응 중 하나가 ‘지니어스바가 없나’였습니다. 언뜻 보면 가운데에 애플 제품들이 놓여 있고, 양 옆으로 액세서리와 서드파티 제품들이 전시된 것이 전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요즘 이 공간을 꾸미는 가장 큰 주제는 ‘경계 없애기’입니다. 지니어스바를 비롯해 기존의 모든 요소들을 한 공간에 녹이고 외부와 내부를 가르는 벽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애플스토어 2.0의 기본 디자인 언어입니다. 애플 가로수길은 여기에 ‘층’이라는 경계도 없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애플 가로수길을 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애플스토어의 통유리 입구는 이제 상징처럼 됐습니다. 이 구조는 기본적으로 예쁘기도 하지만 먼저 기능적으로 채광에 유리합니다. 조명을 많이 쓰지 않아도 실내가 어둡지 않고, 햇볕을 통해서 난방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짓는 애플스토어 2.0 구조에서는 안과 밖의 경계를 없애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애플 가로수길의 창가에는 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나무입니다. ‘가로수길이라서 가로수를 심었나’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나무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를 비롯해 대부분의 애플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유리 역시 애플스토어가 닫혀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메시지로 통합니다.


액세서리나 서드파티 제품들은 양 옆 벽면에 '애비뉴'라는 공간에 전시됩니다. 쇼핑가에서 연상했다고 합니다. - 최호섭 제공
액세서리나 서드파티 제품들은 양 옆 벽면에 '애비뉴'라는 공간에 전시됩니다. 쇼핑가에서 연상했다고 합니다. - 최호섭 제공

마찬가지로 내부 공간도 제품 판매와 서비스 공간을 되도록 가르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나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대신 제품들은 양쪽 벽면에 전시해 오가면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체험 공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건물 설계에 담은 셈입니다.


27일 아침부터 애플스토어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애플스토어를 구경하려는 인파였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애플은 되도록 줄을 서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전날 오후1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입장을 기다렸습니다. 영하 15도를 넘는 날씨에도 300~400여명의 사람들이 입장 전에 모여 들었습니다. 여느 신제품 발표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전날 오후부터 줄이 늘어섰습니다. - 최호섭 제공
추운 날씨에도 전날 오후부터 줄이 늘어섰습니다. - 최호섭 제공

10시 정각 드디어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었습니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지니어스들이 입장하는 사람들을 반겼습니다. 이 장면은 영상으로 많이 봤고, 제품 출시날 해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국내에서, 그리고 오픈하는 현장은 느낌이 달랐습니다. 신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새로운 게 있는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하나의 축제처럼 환호하고 박수쳤습니다. 호들갑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애플스토어 문화에 대해 수요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서 구매도 했습니다. 애플스토어에서는 몇 가지 선물 카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애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애플 기프트카드’, 아이튠즈에서 앱과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는 ‘아이튠즈 기프트 카드’, 그리고 애플뮤직 구독권인 ‘애플뮤직 기프트카드’ 등이 있습니다. 애플 기프트카드를 구입했습니다. 이 카드는 애플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기기를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사실 이 카드는 국내에서 낯설긴 합니다. 하지만 애플스토어가 직접 들어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기프트카드는 따로 정해진 금액은 없고,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구입하니 지니어스가 빈 카드를 가져오고, 카드의 코드를 찍어 그 안에 제가 결제한 금액을 충전해 줍니다.


애플스토어가 들어온 만큼 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애플 기프트카드도 판매됩니다. - 최호섭 제공
애플스토어가 들어온 만큼 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애플 기프트카드도 판매됩니다. - 최호섭 제공

결제 방법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제품을 구입해 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지니어스가 들고 있는 아이폰 기반 기기에 카드 결제기가 있어서 직접 결제가 가능했는데, 국내에서는 금융 관련 규제 때문에 직접 결제는 안되고, 일반 카드결제기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영수증도 종이를 함께 뽑아야 했습니다. 애플스토어의 온라인에 신용카드가 등록되어 있으면 영수증도 곧장 e메일로 전송되는데, 이 역시 국내 규제 때문에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지니어스에게 e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영수증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카드는 아이폰에 있는 월렛(wallet)앱에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기프트카드 구매가 저도 처음이고 아무도 국내에서 구입해보지 않아서 지니어스들도 약간 낯설어 했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같이 찾아보기도 하고, 이에 대해 더 잘 아는 지니어스가 함께 와서 구매를 도와줬습니다. 큰 일은 아니지만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활용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는 경우에도 비슷한 절차가 이뤄집니다. 제 구매는 애플 가로수길에서 이뤄진 첫 기프트카드 판매라고 합니다. 주변에 있던 지니어스들이 첫 박수도 쳐주었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쇼핑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스토어와 지니어스는 단순할 수 있는 구매 과정에도 여러가지 경험을 남겨 줍니다.


첫날은 복잡하겠지만 앞으로 이 공간에서 여러가지 제품 활용 방법들이 소개됩니다. - 최호섭 제공
첫날은 복잡하겠지만 앞으로 이 공간에서 여러가지 제품 활용 방법들이 소개됩니다. - 최호섭 제공


앞으로 이 공간에서는 제품 활용과 관련된 이벤트들이 매일 이어지고, 신제품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도 있게 됩니다. 당장 문을 연 오늘부터 사진과 음악, 코딩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어려워서 쓰지 않고 있던 맥북이 있다면 한번쯤 시간 내서 가로수길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드디어 문 연 애플 가로수길, '경험을 팔다' -최호섭 제공
드디어 문 연 애플 가로수길, '경험을 팔다' - 최호섭 제공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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