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이야기①] 리튬이 만든 세상을 보라

2018.01.18 14:00
갓난 아이가 충전용 노트북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조작해 보고 있다. 현대에 이동식 전자기기는 당연한 문명으로 자리잡았다. - 위키미디어 제공
갓난 아이가 충전용 노트북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조작해 보고 있다. 현대에 이동식 전자기기는 당연한 문명으로 자리잡았다. - 위키미디어 제공

※ 편집자주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심지어 인공장기까지. 정보화 혁명 이후로 우리 주변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첨단 전자기기의 필수 조건은 대부분 배터리를 이용해 이동 중에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라는데 있습니다. 배터리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활 전반을 떠받들 ‘기반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런 의미에서 ‘배터리 이야기’ 코너를 신설하고 월 2회 정기 연재할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모두 14대였다. 기자 개인이 혼자서 쓰고 있는 ‘충전식 전자기기’의 숫자가. 스마트폰 2대. 침대에서 자기 전 책을 볼 때 쓰는 태블릿 PC 한 대. 업무용 노트북 컴퓨터와 개인용 노트북 컴퓨터가 각 1대. 그리고 스키를 타면서 동료들과 연락할 때 쓰는 무전기가 2대. 여기에 일상용과 여행용 스마트 와치도 각 1대씩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 2대와 면도기, 청소기도 각각 1대씩을 갖고 있다. 생각해보니 선풍기조차 충전식이다. 전원에서 분리해도 몇 시간 이상 동작하니 각 방을 옮겨 다니면서 쓴다.

 

사실 이미 대형 TV나 공기청정기, 냉장고 등 고정식 대형기기를 제외하면 최근 발매되는 전자제품은 거의 대부분 ‘충전식’이 기본이다. 현대는 이미 배터리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엔 이렇게 많은 충전식 기계장치를 보기 어려웠다. 흔히 ‘워크맨’이라고 부르던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 정도는 충전식 배터리를 쓰는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사용시간이 매우 짧았다. 그러다보니 충전식이라고는 해도 일회용 더블에이(AA)크기의 건전지를 쓸 수 있는 보조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배터리 기술의 급진전을 이끌어 낸 건 아마 휴대전화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적잖은 전기를 소모하는 휴대전화를 원활하게 이용하려면, 밤사이 한 번만 충전해 하루 종일 전화를 쓸 수 있는 고성능 배터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배터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니켈이 점령했던 배터리 시장

 

배터리란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어떤 종류든 전해질(배터리액) 속에 두 종류의 금속판이 들어 있고, 그 금속판 두 개가 전해질과 함께 화학반응을 하며 전기를 만든다. 한 쪽에서는 전자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극, 다른 한 쪽은 전자를 보내주기 때문에 음(-)극이 된다. 이 원리는 학교에서도 배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볼타

충전식 니켈-수소 배터리. AA타입 일회용 건전지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 다양한 전자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
충전식 니켈-수소 배터리. AA타입 일회용 건전지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 다양한 전자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 - 위키미디어 제공

전지’의 도면을 보면서 구리는 양극, 아연은 음극이라고 무조건 외웠던 기억이 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흔히 문구점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배터리는 대부분 이 원리를 빌려서 만든다. 과거에는 양극에 망간을, 음극에 아연을 사용했다. 흔히 ‘망간전지’라고 불렀다. 최근에는 망간을 알카라인으로 바꾼 것을 주로 이용한다. 에너지 밀도가 망간보다 커 더 장시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제조회사마다 조금씩 다른 물질을 섞어 넣어 효율을 최대화 하고 있다. 한 번 쓰면 화학반응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그대로 폐기해야 하는 1회용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일부 소재를 이용한 배터리는 외부에서 전류를 흘려주면 화학반응이 역으로 일어나며 다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전기를 채워 넣은 다음, 다시 꺼내 쓰는 것과 같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충전(充電)식 배터리’라고 부른다. 1회용 배터리는 1차전지, 충전식 배터리는 2차전지로 부르기도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충전식 배터리는 주로 양극 소재로 니켈을 이용했다. 이 원리는 스웨덴의 과학자 융너(Waldemar Jungner)가 1899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융너가 만든 것은 니켈-철 전지와 니켈-카드뮴 전지 두 종류였는데,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도 독자적으로 니켈-철 전지를 발명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때 가장 많이 사용됐던 니켈-카드뮴 배터리는 흔히 ‘니카드(NiCad)’ 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배터리는 소위 ‘메모리 효과’라는 것이 존재하는 단점이 있었다. 한 번 충전했던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충전을 하게 되면, 화학반응을 일으켰던 입자가 굳어져 그대로 전지의 충전 용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배터리에 들어 있는 전기를 바닥까지 긁어 사용하려고 했다. 남아있는 전기를 모두 쓸 수 있는 별도의 ‘방전기’도 나왔다. 전동공구 등을 다 사용하면 배터리를 방전기에 꼽아 두고 퇴근한 다음, 그 다음날 처음부터 새롭게 충전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중반 이전엔 ‘니켈-수소’ 배터리가 인기를 끌었다. 니켈-카드뮴의 개량형으로, 카드뮴을 수소저장합금으로 바꿔 효율을 높이고 메모리 효과를 줄인 것이다. 니켈-수소 배터리는 지금도 많이 쓰인다. 모양을 비교적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안정성도 높아 AA형태의 충전식 배터리, 이 밖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 등에도 폭넓게 쓰인다.

 

● ‘폭발 위험 크다’ 외면 받던 리튬, ‘이온화 기술’로 시장판도 극복

 

리튬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노트북 컴퓨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의 그램.
리튬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노트북 컴퓨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의 그램. - LG전자 제공.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휴대전화가 보편화 되고 노트북컴퓨터의 보급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휴대용 전자기가 사용이 증가하자 사람들은 니켈 중심의 배터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배터리 사용 시간이 부족했다. 전압이 불안정하거나 전류량이 약한 문제는 추가회로를 설치하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절대적인 배터리 용량부족 만큼은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했다. 니켈계열 배터리를 장착한 초기 노트북컴퓨터는 이동 중 사용시간이 1시간 정도였다.

 

리튬은 일찍부터 고효율 배터리 소재로 꼽혔다. 그러나 리튬의 안정성이 매우 낮은 것이 문제였다. 물과 닿으면 불이 붙거나 폭발하기도 한다. 그러니 리튬 계열 배터리는 설계를 잘못했다간 큰 낭패를 겪는다. 삼성전자 역시 2017년 출시했던 갤럭시 노트7에 썼던 배터리 때문에 여러 건의 폭발 사고가 보고됐고, 결국 모든 제품을 단종 처리했다.

 

이런 문제로 리튬 배터리의 원리 자체는 니켈 배터리보다 훨씬 빨리 개발됐지만 실용화에는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리튬 이온배터리는 뉴욕 주립 빙엄턴대 연구진이 1970년대에 처음 실험에 성공했다. 당시엔 이황화티탄을 양극으로, 금속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해 배터리를 제조했다. 본격적인 실용화 연구는 프랑스에서 1980년대에 진행됐다. 그르노불 공대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참여했는데, 흑연 안에 리튬원소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높였다.

 

굳이 이런 방법을 동원한 건 리튬의 폭발 위험 때문이었다. 초기 빙엄팀 대 연구진은 음극을 금속 리튬으로 만들어 넣었기 때문에 안정성이 낮았다. 이후 연구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리튬을 금속 덩어리가 아니라, 이온형태로 만들어 다른 물질에 섞어 넣고, 음극과 양극에 두루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기 시작했다. 흔히 우리가 충전식 리튬계열 배터리를 ‘리튬이온 방식’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이런 ‘리튬이온 배터리’를 처음으로 실용화 한 것은 1991년 일본 소니사다.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제품에 쓰이고 있다.

 

물론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이뤄졌다. 각국 연구진들은 리튬이온을 섞어 넣는 비율, 각종 화학물질의 조성 등을 변화시켜 가며 안정성과 충전용량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동일 크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보다 용량이 약 3배 높고, 메모리 현상이 전혀 없어서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당분간은 ‘리튬만이 답’

 

리튬폴리머 배터리.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안전성을 높이고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신형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대부분 이 방식으로 만든다.
리튬폴리머 배터리.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안전성을 높이고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신형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대부분 이 방식으로 만든다. - 위키미디어 제공

리튬이온 배터리가 처음 등장한 1991년 이후, 아직까지 리튬을 완전히 대체할 차세대 충전식 배터리 소자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을 고체(폴리머)로 변경해 안정성을 크게 높이고 보다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지만 이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변형이다.

 

리튬 배터리가 보편화 되면서 세상은 극적으로 변했다. 1~2시간 밖에 쓸 수 없었던 노트북은 하루를 너끈히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어지간한 소형 가전장치도 충전식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청소기는 끈이 사라진 ‘코드리스’ 제품이 대세로 떠올랐다. 안전성을 문제로 니카드 계열 배터리를 고집하던 전기자동차 개발자들도 최근에는 리튬이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 계열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리튬의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튬을 사용하는 형식은 바뀌어 나가더라도 이만한 효율의 소재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이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으며 한창 연구가 진척 중인 리튬에어, 리튬황 등의 기술도 결국 리튬을 기반에 두고 있다.

 

리튬은 당분간 충전식 모바일 기기에 필수적으로 쓰일 핵심 소재다. 과학자들이 리튬을 능가할 새로운 배터리 소자를 발견해 내는 날이 온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한층 더 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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