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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임신 진화과정 연구, 인공수정 성공율 높인다?

2018년 01월 10일 18:44


포유류의 임신 능력이 진화한 과정을 밝히는 실마리가 될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유류가 임신 초기 수정란이 착상할 때 자궁 벽에 생기는 면역 반응을 배아에 유리하게 바꾸는 능력을 진화시켜 왔음을 보여 주는 연구다.

 

● 4줄 요약

 

1. 수정란은 착상하며 자궁 내벽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착상 순간 포유류의 자궁에선 염증에 대응하는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

2. 이는 배아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반응이 지나치게 일어나면 도리어 배아를 해치게 된다.

3. 태반이 불완전해 조산 후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 유대류는 염증 반응만 일어나지만, 보다 진화한 일반 포유류는 동시에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이 일어나 태아를 위한 최적 상태를 유지한다.

4. 이 과정을 보다 연구하면 인공수정 성공률을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미지 확대하기유대목인 짧은꼬리주머니쥐는 임신 기간이 보름 정도다. - Hill E, PLoS Biology 제공
유대목인 짧은꼬리주머니쥐는 임신 기간이 보름 정도다. - Hill E, PLoS Biology 제공

 

포유동물은 몇몇을 제외하고 모두 태반을 갖고 있다. 태반이 있다는 것은 태아가 모체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모체 안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열 달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태반 속에 있으면서 두뇌를 비롯한 몸 전체가 서서히 성장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고대 포유동물이 단공목인 오리너구리처럼 알을 낳았다고 말한다. 이후 진화를 거쳐 캥거루 같은 유대목이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캥거루는 완전한 태반을 지니지 않아 새끼를 조산해 주머니 속에서 키운다.

 

미국 예일대 진화생물학자 아룬 차반(Arun Chavan) 박사 연구팀은 유대목인 회색짧은꼬리주머니쥐(Monodelphis domestica)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회색짧은꼬리주머니쥐는 착상 순간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발현되는 사실을 알아냈다. 태반을 지닌 태반 포유동물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타났다.

 

하지만 태반 포유동물의 경우, 배아가 자궁에 달라붙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궁 내벽을 뚫고 들어간다. 이런 착상 과정에서 자궁벽에는 피부에 염증이 생겼을 때와 마찬가지로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즉,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들이 많이 생겨난다.   

 

폭발적으로 생겨난 단백질은 배아를 세균 같은 침입자로 여겨 공격하고 상처를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수정란이 자궁 내벽을 뚫으며 착상할 때 생기는 상처를 고쳐 배아가 성장하는데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염증반응은 배아를 위해서 필요하다”며 “임신 초기에 항염증 약물을 복용한 여성은 유산 위험이 높은데, 배아가 자궁 내에 침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단백질은 배아를 해칠 수도 있다.
 

이미지 확대하기태반 포유동물인 토끼는 한 달 정도 임신 기간을 거쳐 출산한다. - Gettyimages Bank 제공
태반 포유동물인 토끼는 한 달 정도 임신 기간을 거쳐 출산한다. - Gettyimages Bank 제공


연구팀은 태아가 단백질의 공격에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태반 포유동물인 토끼(Oryctolagus cuniculus)와 아르마딜로(Dasypus novemcinctus), 고슴도치(Echinops telfairi)를 연구했다. 그 결과 이들의 착상 순간 회색짧은꼬리주머니쥐에서 많이 발견됐던 염증 단백질인 ‘interleukin-17’이 비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반 박사는 “단백질은 보통 침입자를 먹어치우거나 효소를 이용해 파괴함으로써 백혈구 활성을 유도한다”며 “배아가 손상되기 전에 이들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태반 포유동물의 자궁을 감싸는 세포가 염증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것을 발견했다. 즉 포유류는 임신에 유리하도록 염증반응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것이다. 차반 박사는 “포유동물은 태아에게 유리한 염증반응의 일부 양상을 유지하면서, 공격이나 파괴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예일대 생식면역학자 길 모어(Gil Mor) 박사는 “염증반응은 착상하는 동안 필요하지만 임신 2~3개월에 일어나는 유산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며 “염증반응을 폭발적으로 일으켰다가 항염증반응이 일어나는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인공수정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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