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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 설향...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국산딸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2018년 01월 08일 15:10

작년 4월,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도요타의 새 제품은 자동차가 아닌 딸기였다. 무더운 날씨엔 열매가 열리지 않는 딸기의 단점을 보완한 ‘철 없는 딸기’였다.

 

도요타는 바이오 연료 개발을 위해 사탕수수 유전자를 연구한 적이 있다. 당시 적용했던 유전자 분석 기술로 고온에도 잘 적응하고, 1년에 여러 번 수확할 수 있는 딸기 품종을 개발한 것이다. 도요타는 기존 사업으로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미래 사업을 개척한다는 목표다.

 

이미지 확대하기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제공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제공

 

딸기 신품종 개발이 과연 미래 사업이 될 수 있을까? 정종도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박사는 “국내 딸기 총 생산액은 연간 1조 3000억 원으로 원예작물 중 1위를 차지한다”며 “작년 국내 농식품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여기엔 전년 대비 약 30% 성장한 470억 원을 수출한 딸기의 기여도 크다”고 딸기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 가정의 식탁은 일본 품종 딸기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이제 국내 딸기 시장은 자체 품종을 만들고, 해외 시장을 겨냥해 수출에 나설 정도로 성숙해 가고 있다. 


● 품종개량으로 이뤄낸 딸기 종자 독립

 

1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재배하는 거의 모든 딸기는 ‘레드펄(육보)’, ‘아키히메(장희)’ 등 일본 품종이었다. 하지만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규정에 따라 모든 작물의 외국 품종을 국내에서 재배할 경우, 반드시 품종 개발자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 UPOV에 가입했고, 일본 농림수산성은 딸기 한 개체당 5~10원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만 수백 억원에 달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딸기 신품종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본 딸기를 개량해 탄생한 품종이 2012년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설향’, ‘매향’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딸기의 80% 정도가 설향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싼타, 금홍, 설향, 알타킹, 베리스타 품종. 설향을 제외하고 모두 정종도 박사가 개발한 신품종이다. - 이혜림 기자 제공
싼타, 금홍, 설향, 알타킹, 베리스타 품종. 설향을 제외하고 모두 정종도 박사가 개발한 신품종이다. - 이혜림 기자 제공

 

설향은 재배가 쉽고, 겨울에도 수확할 수 있어 국내 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다. ‘딸기 독립’을 이룬 것이다.

 

딸기 시장의 ‘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종도 박사는 모본인 매향과 부본인 설향을 교배해  ‘싼타’를 만들었다. 잡종이 양친보다 뛰어난 성질을 갖는 ‘잡종강세(Heterosis)’를 이용한 육종이다.

 

수술을 제거한 매향의 암술머리에 설향의 수술에서 채취한 꽃가루를 붙여 인공수분을 시킨다. 이렇게 생긴 딸기 중 열 개를 선별해 씨앗을 수확했다. 정 박사는 “딸기 한 알에 보통 200개 정도의 씨앗이 달린다”며 “총 2000여 개의 씨앗을 파종해 기른 다음 가장 뛰어난 성질을 가진 하나를 고른 것이 바로 싼타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정종도 박사가 개발한 딸기 품종 '싼타'. -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제공
정종도 박사가 개발한 딸기 품종 '싼타'. -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제공

싼타는 약간 길쭉한 원뿔 모양으로 매향과 비슷하다. 모양이 산타 모자를 닮았다고 해서 ‘싼타’라고 이름 붙였다. 국내 딸기 재배 면적 약 6000㏊, 약 2000만 평 중 싼타 재배 면적은 380㏊로 5%를 차지한다. 2014년부터 재배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율이다.

 

설향처럼 당도가 높고, 산미가 높아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생장 속도도 빨라 설향보다 10일 이상 빨리 수확할 수 있고, 열매 수도 많다. 경도는 18.5g/㎟로 단단한 편이라 수출에 유리하다.

 

 

이미지 확대하기딸기는 줄기의 일부에서 길게 뻗어 나온 가느다란 줄기인 런너(포복경 또는 포복지라고도 한다)를 이용해 영양번식을 한다. 런너의 마디를 흙에 대어 놓으면 뿌리가 나오는데, 이 부분을 잘라 꺾꽂이(삽목)한다. -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제공
딸기는 줄기의 일부에서 길게 뻗어 나온 가느다란 줄기인 런너(포복경 또는 포복지라고도 한다)를 이용해 영양번식을 한다. 런너의 마디를 흙에 대어 놓으면 뿌리가 나오는데, 이 부분을 잘라 꺾꽂이(삽목)한다. -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제공

 

●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딸기 시장

 

실제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싼타 품종이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에 수출되고 있다. 국내 딸기 품종이 로열티를 받고 수출된 첫 사례다. 싼타는 작년 말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종자원이 주관한 올해 우수 품종상에서 장관상을 받도 했다.

 

또한 중국과 베트남에는 싼타 종묘를 수출해 매년 로열티를 받고있다. 정 박사는 “내년 중 호주가 딸기 시장을 개방하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쟁구도가 된다”며 “하지만 일본 딸기는 우리나라 딸기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이라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우리나라 딸기가 더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싼타 외에도 정 박사가 직접 개발한 딸기 품종은 총 12가지다. 정 박사는 “싼타와 다른 계통을 교배해 만든 베리스타 품종을 심은 농가에서 평소 수익의 세 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런 소식을 듣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딸기는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시장을 이루지만 그보다 앞서 국내 농가소득에 기여하는 바가 큰 작물이다”라며 “후대에는 유전자 가위 등 유전공학을 활용한 육종법으로 더 우수한 자체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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