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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 남의 시선과 의무감을 벗어던질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온다

2018년 01월 06일 15:00

페루 마추픽추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나와 내 친구는 리얼한 체험을 하겠다며 트레킹을 선택해 사서 고생을 했다. 버스로 편하게 올라가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굳이 2박 3일을 걷는 선택을 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은 나의 자발적 선택이었음에도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마추픽추에 다다랐을 때 한 쪽에서 산뜻한 얼굴로 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는 관광객들을 보고는 속에서 화 같은 게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나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고 너희의 선택은 틀렸다고, 너희는 마추픽추를 제대로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의 기준은 뭘까? 꼭 다들 거기까지 알아야 하나? 그냥 내가 같은 경험의 조금 다른 면들까지 다양하게 알게 되었다는 것 자체로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그걸 사람들이 꼭 알아줘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작은 경험이었지만 꼰대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고생을 미화하며 다들 나처럼 해야 된다던가 내가 옳았다고 내뱉는 모든 말들이 꼰대질일 것이다. 나의 고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너무 슬픈 일이 되니까 연약한 우리의 자아가 나의 고생은 옳은 것이었다고 굳이 이상화 작업을 하며 그 과정에서 타인을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Laurin et al., 2013). 진심으로 좋은 것이었다면 굳이 자랑하거나 타인의 인정을 바랄 것 없이 그냥 좋았다고 그로인해 행복했다고 즐거워하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발적으로 하긴 했으나 내 안에는 제대로 된 모험을 했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지 확대하기마추픽추 - pixabay 제공
마추픽추 - pixabay 제공

이런 복잡한 경험을 한 이후로는, 물론 싫어도 해야하는 일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한 두가지 정도는 순전히 나의 선택으로, 그저 그 일을 하는 내가 기쁘고 즐거워서 하는 성격의 것들로 채워 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인정해주든 인정해주지 않든 그저 내가 너무 기쁘고 즐거워서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활동들 말이다. 그러지 않고 타인의 바람에 의해 비자발적인 고생을 하게되는 경우 인정욕구가 얼마나 치솟고 속이 얼마나 많이 꼬이게 될 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어떤 일이든지 간에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해 일에 열중하는 경우 똑같은 노력을 들여도 부정적 정서는 훨씬 적게 느끼고 높은 긍정적 정서와 자신이 성장한다는 느낌, 자아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충만함과 의미감을 느끼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리학자 칙센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사람들의 다수가 타인의 시선에 대한 걱정이나 의무감 등에서 벗어나 일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몰입(flow)이라고 한다(Nakamura, & Roberts, 2017).

 

일례로 운동 선수들의 경우 시합 전에는 자신의 기량이나 약점, 이전에 실수했던 경험, 사람들의 평가 등을 떠올리며 한참을 걱정하다가도 경기가 시작하고나면 세상이 사라진 것 처럼 오직 코트에 자기 자신과 공만이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보고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잘 하고 있다거나 또는 못 하고 있다는 등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거나 ‘사람들이 날 조롱할거야’ 같이 관중들을 신경쓰게 되는 순간 퍼포먼스가 추락하게 된다고도 했다.

 

실제로 평소 잘 하다가도 막상 ‘멍석’을 깔아 주면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고 그 결과 정작 눈 앞의 일을 잘 해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압박감에 질식하는 현상(choking under pressur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Baumeister, 1984). 이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예로 서로 다른 두 대화에 동시에 집중해보라. 또는 책을 읽으면서도 잠깐 딴생각을 해보라. 잠깐만 주의를 여러가지에 분산시켜보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많이들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의 집중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 제한된 용량의 집중력을 여러가지에 분산시켜서는 뭐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남을 신경쓰는 순간 역시 우리는 한정된 정신력을 분산시키게 된다. 결국 무엇을 하든 세상에 오직 나와 눈 앞의 일만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몰입이 가능하려면 우선 어떤 외적 보상과 상관 없이 그 일 자체가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고 본다(Nakamura, & Roberts, 2017). 예컨대 운동이나 예술적 활동 외에도 밀린 드라마를 하루에 수십회 정주행 하거나, 좋아하는 게임에 푹 빠지는 등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활동을 할 때 우리는 어렵지 않게 세상 걱정근심이 모두 사라지고 시간의 변화 조차 느껴지지 않는 몰입 상태를 경험하곤 한다. 보통 이런 활동들은 굳이 누가 칭찬해주든 칭찬해주지 않든 전혀 상관 없이 계속해서 하게 되는 것들이다. 누가뭐라고 해도 내가 좋으니까.

 

당신은 타인의 인정이나 돈 같은 외적 보상과 상관 없이 그냥 자신이 즐거워서하는 일들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가? 나의 경우는 뜨개질이나 퍼즐, 강아지랑 공원에 가기 등이 외적 보상이나 퍼포먼스 레벨과 상관 없이 절대적 내적 보상을 주는 일들이다. 글 쓰기도, 마감이 가까워졌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향을 보이지만, 그저 혼자만의 생각을 적기 위해 쓸 때는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이 유지되는 본질적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2018년에도 이들이 나의 행복과 정신건강을 잘 지켜주길 바라며, 새해에는 좀 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나를 위한 활동을 많이 만들어두자.

 

 

Baumeister, R. F. (1984). Choking under pressure: Self-consciousness and paradoxical effects of incentives on skillful perform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46, 610-620.

 

Laurin, K., Kille, D. R., & Eibach, R. P. (2013). “The Way I Am Is the Way You Ought to Be” Perceiving One’s Relational Status As Unchangeable Motivates Normative Idealization of That Status. Psychological Science, 24, 1523-1532.

 

Nakamura, J., & Roberts, S. (2017). The hypo-egoic component of flow. In K. W. Brown & M. R. Leary (Eds.), The Oxford handbook of hypo-egoic phenomena (p. p133-146).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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