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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 문화산책] 검은 거울에 비친 우리의 진짜 미래...넷플릭스 '블랙 미러'

2017년 12월 30일 18:30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친구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면 괴로워하고, 회사에서 인정을 못 받으면 분노합니다. 옆 자리 동료가 무심코 한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내가 던진 농담이 빵빵 터지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기도 하면서 관계 속에서 자기의 자리를 잡아갑니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이런 인간 관계에서의 피드백을 보다 직접적이고 눈에 잘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내 포스트가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았는지, 인스타그램에 올린 우리 아이 사진에 얼마나 많은 ‘꺄아악 넘 귀여워요~’ 댓글이 달렸는지, 내 트윗은 얼마나 많이 리트윗 됐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게임을 하듯 좋아요를 주고 받으며, 댓글과 반응이 늘어날 때 뇌에서 쏟아지는 도파민을 즐깁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듭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많은 시간을 소셜 미디어에서 보내면 사람과 세상에 대한 데이터가 쌓입니다. 보통의 세상에선 사람들이 흘리고 다니는 정보의 파편들은 뿔뿔이 흩어지지만,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망으로 이어져 있고, 몇몇 대형 테크 기업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이 모든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해 나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존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런 데이터를 모아 분석을 하고, 우리의 행동과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점수를 매기느라 부지런히 알고리즘을 돌릴 것입니다.

 

그래서 알고리즘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 혹은 기업이나 가게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더 많은 친구에게 보인다거나 (그래서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다거나), 상품 검색 결과 상단에 나타난다거나, P2P 대출을 받을 때 더 좋은 금리를 적용한다거나, 데이트 앱에서 더 좋은 사람을 추천받는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와 VR-AR 기술로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가 점점 더 통합되어 가면 이런 알고리즘에 의한 평가는 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오늘날 교수님이나 전 직장 동료의 추천서와 평판, 손님들의 입소문이 당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듯요.

 

이런 세상은 현재일까요, 미래일까요?  29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4의 한 에피소드는 모든 인간 관계가 인공지능의 계산에 근거해 이뤄지는 사회를 다룹니다.

 

이 곳에서는 관계의 시작부터 결혼까지 철저히 계산에 의해 이뤄집니다. 내 운명의 짝이 인공지능에 의해 추천되고 결정된다면 어떨까요? 늘 후회스러운 연애만 하는 어설픈 청춘들에겐 어쩌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듀오보다 정확한 인공지능 매칭? 아니면 역시 무모함도, 실연도, 아픔도 사랑의 일부인 것일까요?

 

블랙 미러는 시즌 3에서도 소셜 미디어 평점이 인생의 질을 좌우하는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에피소드를 내보낸 바 있습니다. 좋은 평점을 위해 싫어해도 좋아해야 하고, 평점을 바탕으로 인맥을 관리하고 할인을 받기도 합니다. 평점에 따라 계층화된 사회는 소셜 미디어 관리에 집착하는 세태에 대한 섬뜩한 풍자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시즌 4의 또 다른 에피소드 ‘블랙 뮤지엄’에서는 범죄에 사용된 기기들이 간직한 기억, 영혼들과 실제 인물들과의 교류가 마치 가상현실처럼 그려집니다. 왜곡되기 쉽다는 기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기억을 직접 읽는 기술에 대한 얘기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위치센서, 마이크, IP 접속 및 검색 기록이 당신의 모든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런 에피소드 역시 아주 먼 미래의 얘기는 아닐 듯 합니다.  

 

블랙 미러는 이미 일상이 된 소셜 미디어를 포함해, 스마트폰, AI, 가상현실 기술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근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매일 보고 스마트폰으로 매일 즐기는 이 기술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영국 드라마이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됩니다. 벌써 네번째 시즌이네요. 넷플릭스 드라마가 주로 그렇듯 사전 제작해 한번에 모든 에피소드가 풀립니다.

 

아, 블랙 미러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기기의 검은 화면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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