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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④]혁신의 시대를 맞이하는 방법, “이노밸리에 주목하라”

2017년 12월 29일 14:04

※ 편집자주.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산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산업의 미래를 담당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국내 각 지역 및 산업에 맞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합니다. 동아사이언스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제조업 기반을 튼튼히 하고, 미래를 담당할 첨단 산업의 조건과 그 창출 방법을 알아보는 ‘미래시대 미래산업’ 시리즈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 스마트 공장, 제조업 혁신을 꾀하다
② 바이오인공장기 기술로 바라보는 미래 첨단산업
③ 기술기반 창업 살아나야 미래 산업이 산다
④ 총정리-지역 특색 살린 한국형 혁신으로 돌파구 찾아야

 

 

이미지 확대하기판교지역 산업지도. 기업들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최근 제3판교테크노밸리까지 확장되고 있다.
판교지역 산업지도. 기업들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급성장해
최근 제3판교테크노밸리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내 최대 벤처타운으로 꼽히는 경기도 판교. 판교의 관문인 판교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마이다스아이티’는 건축물 구조설계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포스코건설 사내벤처로 출발해 판교에 자리 잡은 후, 관련 분야 국내 최고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시장 점유율 95%를 넘어서며 국제시장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세계의 초대형 건축물 대다수가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졌다.

 

판교에 자리잡은 기업은 비단 마이다스아이티뿐 아니다. 엔씨소프트, 넥슨, 포스코ICT, 넥슨, NHN엔터테인먼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국내 대표적 ICT 기업은 물론, SK케미칼,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차병원, 메디포스트 등 쟁쟁한 바이오분야 기업도 모여 있다. 국내 대표 포털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즈도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판교 식구’가 됐다.

 

현재 판교 입주기업의 개수는 1000개가 넘어선다. 왜 기업들은 이처럼 판교로 모이는 것일까. 입주기업 ‘엠셀’ 관계자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의 인터뷰에서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물론 경기도 지원사업 등을 통해 정보 획득이 쉬운 것이 장점”이라며 “인근업체와 교류를 통해 각종 기술 도움을 받기도 쉽다”고 평가했다.

 

판교와 같이 기업과 연구소가 한데 모여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서로 교류하며 시장을 개척하는 생태계가 갖춰지면 ‘기업하기 좋은 곳’라는 인식이 퍼진다. 산업계에선 국내 IT산업의 중심이 강남에서 판교로 넘어온 지 오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만간 구축될 제2판교테크노밸리와 연계해 명실상부한 국내 IT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지역이 국내에 판교 뿐만은 아니다. 국내 산업지도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특화 지역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경기테크노파크를 필두로 로봇, 첨단기계공학 분야 혁신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안산, 서해 지역 혁신 산업단지로 떠오르고 있는 이천 송도신도시, ‘보톡스’로 유명한 기업 메디톡스가 연구센터를 건립하는 등 바이오 기업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광교 등이 주목할 만한 수도권 혁신지역으로 꼽힌다. 


전국 단위로 시야를 넓혀도 의미있는 지역을 여럿 찾을 수 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해 ‘대덕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대덕연구개발특구’, 국내 바이오산업 허브로 꼽히는 충정 오송·오창 지역, 의료기기 혁신 지역으로 꼽히는 원주도 빼 놓을 수 없다.

 

이런 혁신 지역들을 지칭하는 이름은 지자체나 정부부처별로 제각각이다. 테크노밸리나 사이언스밸리, 연구개발(R&D)특구, 혁신클러스터 등의 이름을 저마다 내 걸고 있다. 이를 총칭해 ‘이노밸리(Innovation Valley)’고 부른다. 결국 이노밸리란 첨단 연구역량과 기술기업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활발한 창업이 이뤄지는 허브지역을 일컫는다.

 

●세계는 이노밸리 전쟁 중

 

이미지 확대하기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애셔우주연구소. 대학 연구진이 인공위성 등에 필요한 요소기술을 개발하면 IAI등 러시아 항공우주기업이 즉시 실용화 하는 연계구조를 갖고 있다. - 이스라엘=전승민 기자 제공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애셔우주연구소. 대학 연구진이 인공위성 등에 필요한 요소기술을 개발하면 IAI등 러시아 항공우주기업이
즉시 실용화 하는 연계구조를 갖고 있다. - 이스라엘=전승민 기자 제공

이노밸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역혁신의 국제적 롤 모델로 꼽히는 곳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다. 스탠퍼드대, 새너제이주립대 등 여러 대학연구진이 포진해 있는데다 여기서 파생된 기술이 여러 IT 기업들로 이전되면서 미국형 산업혁신의 본거지로 떠올랐다.

 

이와 비슷한 전략을 세계 곳곳에서 따르고 있다. 중국은 ‘광선커지쩌우랑’ 지역의 급성장으로 최근 남방 지역은 지도를 고쳐야 할 판이다. 이 지역은 새롭게 주목받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꼽힌다. 광둥지역 중심도시인 광저우시와 둥관시, 선전시를 하나로 잇는 첨단 산업라인을 설립 중이다.

 

중국 선전시는 과거부터 혁신지역 후보로 꼽히던 곳.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광선커지쩌우랑 프로젝트를 착수하고, 2020년까지 전국 최고수준의 혁신을 이뤄낼 계획이다. 다시 10년 후인 2030년에는 국제적 혁신단지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강력한 정부 주도로 인력과 비용을 대규모로 투자해 한순간에 실리콘밸리를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이 지역 인구만 남한의 절반이 넘는 3400만 명에 달한다.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에서 한국과 매년 1~2위를 다투는 이스라엘은 ‘전 국토를 이노밸리로 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인데다 그 중 70%가 사막이다. 그럼에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에 달한다. 2017년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숫자는 7600여개. 8개의 연구중심대학과 53개의 단과대학 등 총 61개의 고등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첨단기술을 쉼 없이 개발하고, 이를 다시 산업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외국 자본도 몰려든다. 이스라엘 벤처 캐피탈의 60%가 외국 자본이다.

 

유럽도 최근 이노밸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럽은 연구 부문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창업을 통한 기업육성과 일자리 창출에선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결국 혁신을 준비하기 위해 유럽연합도 움직이고 있다. 최근 기술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20억 유로(약 2조5800억 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스타트업의 기술창업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실리콘밸리가 처음 등장한 이후 30년 이상이 지났지만 이노밸리는 여전히 국가개발 과정에서 빼 놓지 않고 주목받고 있다. 미국도 혁신지역을 더 넓히고 있다. 미국도 실리콘밸리에 이어 새로운 혁신지역 발굴에 주목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샌루이스오비스포(SLO)’ 지역이 ‘제 2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몇 년 전부터 IT 신생업체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최근 그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며 실리콘밸리에서 SLO로 미국 IT 허브가 이동하는 모양새라고 뉴욕타임즈(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인근 폴리테크닉대를 중심으로 IT 종사자 7800명 이상이 몰려들었으며, 이는 지난 5년간 20% 이상 증가한 규모라고 NYT는 보도했다.

 

4차산업혁명 촉발과 함께 이노밸리가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새 시대의 산업개발 형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즉시 검증하고 빠른 속도로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어, 이를 사업화하는 속도 역시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대학 등 연구기관과 동종기업이 한데 모여있는 이노밸리 형태는 신사업 발굴과 투자유치 등에 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석호 KISTEP 전략기획센터장은 “이노밸리의 본질은 네트워크이며 이는 새 시대에 매우 잘 맞는 경제 형태”라며 “국내에선 정부 지원을 통해 창업공간지원, 기업간 교류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 특색 살린 독자적 혁신 필요

 

이미지 확대하기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신성ENG’ 공장 입구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회사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자재실, 생산라인, 포장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시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신성ENG’ 공장 입구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회사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자재실과 생산라인, 포장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시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국내 이노밸리는 해외 혁신지역만큼의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판교 등으로 대표되는 일부 지역은 다수 기업이 기술 창업에 성공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해외 유명 혁신지역과 비교할 경우 다수의 지역은 혁신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처투자 및 창업 환경, 아이디어를 빠르게 연구개발해 창업으로 연결하는 기민함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자주 제기된다.

 

이는 국내 산업의 규모에서 많은 부분 기인한다. 미국의 많은 벤처펀드들이 보통 10억 달러(약 1조800억 원) 단위의 자금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원활한 투자와 공격적 사업 확장을 벌이긴 규모면에서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에 맞춘 한국형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첨단기술의 꾸준한 연구개발은 물론 여기에 이어지는 기술의 발 빠른 사업화, 그리고 이를 즉시 생산으로 연결할 제조업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과 로봇, 첨단바이오분야 등의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역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확대와 더불어 △기술기반 창업의 활성화 △스마트 제조업 혁신을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스마트폰 보급,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관련 기술을 사업화 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신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이를 실생활에 연계하려는 사업적 시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이를 즉시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발전과 연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높은 창업률은 국가 경제성장과도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중국 등 각국은 저마다 국가 특성에 맞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민간자본에 여유가 있는 미국은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형태로 창업자를 지원하며, 영국은 지방정부 중심의 창업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은 국가가 적극적 개입하고 창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등 나라별로 다양한 흐름이 감지된다.

 

한국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하지만, 사무실 임대 등 하드웨어 지원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기술지원, 네트워크 소개 등 소프트웨어 지원 추세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자주 제기된다. 국내 한 제조업 기업 대표는 “법인 신청 등 기초단계에서 시작되는 교육과 자금지원이 창업 초기에 유용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꾸준히 진행돼 온 스마트공장 보급 및 확산사업의 확산도 한국형 혁신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꼽힌다. 한국은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관련 기술의 선진화가 빠른 산업화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KISTEP 이슈위클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스마트 제조도입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현장 인터뷰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정부 여러부처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제조 정책사업의 일원화 △집계자동화, 공정물류 관리 등의 기초 단계 지원에서 벗어나 설비제어 자동화, 사물인터넷 등 고도화 단계 지원을 강화할 필요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확대하기스마트공장 단계별 정의 및 보급률(누적)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제공
스마트공장 단계별 정의 및 보급률(누적)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제공

손석호 센터장은 “제조설비, 창업기업 장비 및 사무실 공급 등 하드웨어 지원은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이노밸리란 결국 네트워크 속에서 태어난다”면서 “연구자들과 기업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공동 사무실, 기술정보 홈페이지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보다 경쟁력 있는 한국형 이노밸리도 하나씩 늘어갈 것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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