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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는 것

2017년 12월 30일 17:00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즐거웠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가득했던 지난 1년을 떠올려보며 나는 올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자문해보았다. 개인적으로 많이 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라면 ‘평정심’이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회피하지도, 그렇다고 억누르지도 않으면서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비교적 편안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일도 다소 감소한 것 같다.

 

초기의 심리학 이론가들은 감정에 대해,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면 해당 감정을 직면하고 관련된 기억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곱씹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한다. 가족, 연인의 사망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 큰 실패 등의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큰 충격이나 슬픔을 보이게 되며 이 때 그 감정들을 자세히 파헤쳐 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큰 슬픔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그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누르고 있다는 부적응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따라서 당신의 슬픔을 표현하라거나 지금은 느껴지지 않아도 분명 어딘가 슬픔이나 화가 느껴질테니 끌어내보라는 식의 개입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에 근거한 연구들에 의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약 50%)이 불행한 일을 겪어도 예상보다 크게 슬퍼하지 않고 꽤 덤덤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처음 몇 주나 몇 달은 계속해서 그 당시 상황이 떠오르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증상은 지속적이기보다 지나가는 현상이었다. 또한 밥을 먹고, 씻고, 과제나 일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해나가는 일상적 활동들이 크게 저하되지 않고 슬픔을 느끼는 와중에도 사람들과 대화하며 이따금씩 웃는 등 기쁨을 누리는 능력 또한 크게 저하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상처가 ‘남는다’는 말처럼, 감정을 응어리진 딱딱한 무엇으로 상상하며 한 번 찾아오면 우리 안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영원히 나가지 않을 것처럼 여기곤 하지만 사실은 많이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스로 평정심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보내고 있던 감정을 애써 떠올려보거나 관련된 기억을 곱씹는 등의 처치가 되려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고 한다. 덤덤하게 잘 이겨내던 일도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어떻게 그런 충격적인 일이!’라고 하면 갑자기 좀 더 안 좋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호들갑 떨며 걱정하던 일이 문득 실은 별 일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듯 말이다.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고 슬픔이나 분노를 크게 겪지 않는 사람들은 냉혈한이라는 시각 또한 편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비교적 덤덤한 감정 상태를 보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이 사람들이 얼마나 따듯한 사람들인지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다르지 않았다는 발견이 있었다. 감정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들은 회피적이고 따라서 이후 부적응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 또한 엇나가서 평정심을 잘 유지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나은 적응력을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흔히 이야기하는 ‘멘탈이 강하다’는 것이나 성숙하다고 이야기 하는 데에는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비교적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특성 또한 포함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외적 사건의 특성에만 휘둘리지 않고 마음에 항상 어느 정도의 차분함과 이성을 남겨놓을 수 있는 능력이니 말이다.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을 때 문제 해결도 더 빠를 것이다.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순간순간 웃으며 기쁨을 거둘 줄 알고, 자신의 삶에는 어떤 큰 목적과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어떤 순간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 마지막으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삶에서 겪는 모든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등이다. 다가오는 2018년에도 특히 힘든 상황 속에서 평정심을 잘 유지하며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 참고문헌
Bonanno, G. A. (2004). Loss, Trauma, and Human Resilience: Have We Underestimated the Human Capacity to Thrive After Extremely Aversive Events? American Psychologist, 59, 20-28.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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