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남의 고통은 나의 행복?

2017.12.13 08:00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절친’이었던 A와 B는 고등학교에 들어온 뒤부터 거리가 생겼다. 모든 면에서 평범한 B가 가정 형편과 성적, 성격, 외모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A에게 부러움과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능시험을 앞둔 A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B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대다수 사람들은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을 겁니다. 독일어에는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을 표현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까지 있을 정도죠.


대체 이런 감정은 왜 생기는 걸까요? 다카하시 히데히코 의학대학원 교수팀은 샤덴프로이데가 생기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했습니다. 평균 22세의 신체 건강한 남녀 19명의 실험자는 주인공에 이입하여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었습니다. 그동안 연구팀은 실험자의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fMRI 장치로 촬영해 분석했습니다.


주인공은 능력이나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평범한 사람이며 대학 동창 세 명이 등장합니다.
C: 동성. 고등학교 동문. 전공, 진로가 비슷한데 주인공보다 성적이 좋고 주인공의 동아리에서도 에이스.
D: 이성. 출중한 능력을 가졌지만 전공, 진로, 동아리 모두 다르다.
E: 이성. 평범한 인물로 전공, 진로, 동아리 모두 주인공과 관련 없음.
시나리오는 등장인물들의 대학생활과 사회에 진출한 뒤 동창회에서 재회한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은 fMRI 영상과 함께 실험자들이 등장인물들에게 얼마나 부러움을 느꼈는지 1점(전혀 부럽지 않음)~6점(매우 부러움)의 점수를 매기게 한 설문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질투를 강하게 느낄수록 불안이나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배측전방대상피질이 반응했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뇌에 나타나는 반응은 고통인 것입니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C와 E가 겪은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시나리오에 넣고 설문조사와 fMRI 측정을 했습니다. 실험자는 C가 겪은 불행에 샤덴프로이데 점수를 높게 줬습니다. fMRI 결과도 C의 불행에 기쁨과 만족감을 발생시키는 보상회로인 복측선조체 활동이 더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하게 질투를 느끼는 상대가 불행을 겪을 때 우리 뇌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후속 연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나 시카라 심리학과 교수는 부러운 지인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기쁨에 해당하는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조건의 사람들이 겪는 상황을 묘사하고 실험자의 감정을 물었습니다. 동시에 근전도 측정기를 부착해 실험자가 미소를 지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인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실험 결과, 실험자들은 자기가 부러움을 느끼는 대상이 ‘내기에서 5달러를 땄다’는 긍정적인 상황보다 ‘택시가 튄 물에 흠뻑 젖었다’는 부정적인 상황에 더 활짝 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왜 이런 마음이 들까.”
김지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질투가 인간의 유일한 본성은 아니므로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만 2세 미만의 어린 아이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음식을 줄 때 기쁨을 느낀다거나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요.


질투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실력을 쌓거나 인생의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힘들다면 우리가 가진 선한 속성에 집중해 ‘뇌’도 ‘나’도 행복한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 참고: 과학동아 2015년 10월호 ‘남의 고통은 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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