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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 자기 비하가 심하면 사랑도 멀어진다

2017년 12월 09일 17:00

어렸을 때 한 친구가 나에게 “너와 친해지고 싶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좋은 우정을 쌓아갔다면 좋았으련만 당시 나는 ‘왜 나랑 친해지려고 하지? 그냥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걸 거야’라며 먼저 내밀어진 손을 보지 못한 척 무시했다. 아마 그 때의 내 행동은 그 친구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용기를 내서 먼저 성큼 다가갔건만 본척만척했으니 말이다. 자신을 싫어한다는 인상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사람들이 나랑 친해지고 싶어할 이유가 없으며 나는 그리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혼자 체념했던 것이었을뿐 그 친구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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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누군가 내게 호의를 보여오면 저게 진심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많은 호의와 친절, 사랑을 받았음에도 저 사랑들은 진짜가 아닐 거라는 생각에 고마움을 느끼거나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해나가며 함께 성장하는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이 있어도 그걸 보지 못한다면, 사랑을 사랑으로 받지 못한다면 사랑의 효과 또한 얻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로 사랑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노력뿐 아니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상대의 노력을 인식할 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지각할 때 비로소 효과를 보이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일례로 자기 비하가 심하고 스스로에게 가혹한 편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연인이 얼마나 믿을만한 좋은 사람인지, 또 얼마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지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Murray & Holmes, 1997). 따라서 비슷한 수준의 좋은 사람을 만났어도 사랑받고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하며 그 결과 관계만족도도 낮은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이들은 어떤 사람에게 깊이 빠졌다가 그 관계가 깨지게 되면 심하게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사람들을 쉽게 좋아하려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상대의 단점을 찾아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헤어질 구실을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례로 어차피 처음부터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며, 그녀 또는 그는 자신을 사랑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이런 방어적인 행동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상대에게도 상처를 주어 실제로 관계를 악화시키는 등 자신의 예언을 현실로 만들곤 한다 (Murray et al., 2002).


반면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능력이나 성격, 도덕성 등 중요한 부분에 있어 상대방을 실제보다 더 좋은 사람으로 지각하는 긍정적 편향을 보인다. 따라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다양한 관계에서 관계 만족도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Murray & Holmes, 1997).


상대방을 좋은 사람으로 높여주고 잘못이 있을 때 ‘너가 원래 그렇게 못되쳐먹은 사람일줄 알았다’며 날을 세우고 비판하기보다는 원래 좋은 사람이지만 지금 조금 힘든 거라며 응원하고 격려하기 때문에 실제로 상대가 더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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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은 방어적인 태도로 항상 헤어질 준비를 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관계에 임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고 한다. 본인이 온 마음을 다해 상대를 사랑하고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만큼 상대방 역시 자신을 사랑하고 이 관계를 중요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Lemay & Clark, 2008). 반면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에게 깊이 빠져들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경우 본인이 방어적이고 관계에 적극적이지 않은만큼 상대 또한 별로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한다. 사랑은 실천하는만큼 보이는 셈이다.


결국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우선 사랑을 받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인가보다. 실제로 나에게있어 너무나도 완벽한 사람을 만났어도 저런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좋아할 이유가 없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주어진 사랑을 평가절하해 버리면 10이 주어져도 4밖에 못 받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못지 않게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의 최고를 끌어내고 받을 수 있는 ‘나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용기인 것 같다. 나중에 언젠가 상처받더라도 지금 최선을 다해 상대의 좋은 면을 바라보고 내밀어진 손을 덥썩 잡을 수 있는 용기, 적절한 때에 방패를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관계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닐까?

 


※ 참고문헌
Lemay, E. P., Jr., & Clark, M. S. (2008). How the head liberates the heart: Projection of communal responsiveness guides relationship promo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4, 647–671.
Murray, S. L., & Holmes, J. G. (1997). A leap of faith? Positive illusions in romantic
relationship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3, 586–604.
Murray, S. L., Rose, P., Bellavia, G. M., Holmes, J. G., & Kusche, A. G. (2002). When rejection stings: How self-esteem constrains relationship-enhancement process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 556–573.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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