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최전선ㅣ재생의학 ‘붐’ 타고 줄기세포 치료 규제도 완화되나

2017년 12월 08일 07:00

최근 해외 원정치료까지 불사하는 재생의학 ‘붐’이 일면서 정치권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등 첨단치료의약품을 의사들이 임상시험 통과 전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과 11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과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첨단재생의료법)’의 골자는 지정된 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심의위원회의 심의와 보건복지부장관 승인을 통과하기만 하면 첨단재생의료기술을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임상시험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첨단재생의약품 산업 육성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박소라 글로벌 줄기세포/재생의료 연구개발촉진센터장(인하대 의과대학장)은 “희귀·난치성 질환 1만 여 개 중 치료법이 알려진 것은 약 500개에 불과하다”며 “기업의 임상시험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는 질환이 있을 수 있고, 임상 의사들이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는 환자들을 치료하며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치료제 개발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줄기세포 학자들이 대다수가 포함돼 있는 한국줄기세포학회 측은 “최소한의 기술 검증 절차인 임상시험조차 거치지 않는 저급의 의료 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치료에 활용하려면 실험실에서 배양·증식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감염 등으로 인해 치료 효과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미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세대 줄기세포 기반 제제평가 연구사업단 기획팀장은 “임상시험 없이 줄기세포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일본의 경우 국제적인 질타를 받기도 했고, 최근 의료사고가 잦아지면서 2015년 ‘재생의료법’을 제정해 규제를 오히려 강화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 등 선진국처럼 처음부터 줄기세포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는데,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은 이를 다시 역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또 조 팀장은 “미국,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면 신뢰도 높은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다”며 “일본은 노벨상을 받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는데도 임상시험 대신 병원 진료에 환자들이 몰리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은 한국보다 뒤쳐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에 빗대어 규제를 완화한다면 국제시장에 맞는 수준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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