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ㅣ기다리다 지친 과학자, 반합성(semi-synthetic) 생명체 만들다!

2017년 12월 06일 19:00

합성생물학의 핵심 목표는 새로운 생명 형태와 기능을 창조하는 것이다.
- 스테판 르뒥 -

 

2012년 화성에 도착한 뒤 현재까지 활약 중인 우주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화성의 암석 및 토양 채취 분석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2012년부터 지금까지 활약 중인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 NASA 제공

 

화성, 유로파, 타이탄.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과 위성이다. 한편 지금까지 관측된 외계행성 수천 개 가운데 지구형 행성도 꽤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많은 생물들이 우글거리는 지구에 살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이처럼 지구 밖 어딘가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지 못했고 목성 위성인 유로파와 토성 위성인 타이탄을 탐사하는 것도 먼 일이다. 하물며 외계행성에 가서 확인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기대는 높지만 지구 밖 생물체의 실물을 조만간 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화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됐다고 상상해보자. 십중팔구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일텐데 이를 확보한 화학자와 생명과학자들은 무엇보다도 이들의 게놈과 효소의 재료부터 분석하려들 것이다. 즉 지구의 생명체처럼 이들도 핵산(DNA이중나선 또는 RNA단일가닥)으로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아미노산으로 번역해 단백질을 만들까. 만일 그렇다면 핵산의 염기와 아미노산 종류는 같을까 다를까.


우주에서 날아든 운석에 포함된 유기물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외계생명체도 핵산과 아미노산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이 지구의 생명체와 똑같은 염기 4가지와 아미노산 20가지를 쓸지는 의문이다. 특히 아미노산의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이 수백 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는 지적 만족을 줄지 몰라도 외계생명체가 발견되지 않는 한 ‘과학자들의 수다’에 불과하다.

 

1DNA의 유전정보가 RNA를 거쳐 단백지로 번역된다는 ‘센트럴 도그마’를 제창한 프랜시스 크릭은 1968년 발표한 한 논문에서 유전부호는 모든 생물종에 대해 보편적이고 불변이라고 주장했다. 그 뒤 그의 주장에 반하는 예외가 몇 가지 발견되기는 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유전부호(코돈과 해당 아미노산)를 나타내는 표이고 그 위의 도식적인 그림은 리보솜에서 전령RNA의 코돈에 운반RNA의 안티코돈이 붙여있는 모습이다. - 미 국립보건박물관 제공
1DNA의 유전정보가 RNA를 거쳐 단백질로 번역된다는 ‘센트럴 도그마’를 제창한 프랜시스 크릭은 1968년 발표한 한 논문에서 유전부호는 모든 생물종에 대해 보편적이고 불변이라고 주장했다. 그 뒤 그의 주장에 반하는 예외가 몇 가지 발견되기는 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유전부호(코돈과 해당 아미노산)를 나타내는 표이고 그 위의 도식적인 그림은 리보솜에서 전령RNA의 코돈에 운반RNA의 안티코돈이 붙여있는 모습이다. - 미 국립보건박물관 제공

예외는 있지만 대세에는 영향 없어


물론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에 있는 생명체 가운데서도 이런 ‘표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는지 찾았다. 그러나 어떤 생물체도 DNA에서 네 가지 염기, 즉 아데닌(A)과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외에 다른 염기를 이용하는 건 없었다. 즉 DNA이중나선을 이룬 A:T와 G:C 짝의 순서가 유전정보다.


유전정보가 해독되려면 먼저 전령RNA(mRNA)로 전사돼야 한다. mRNA에서 염기 세 개로 이뤄진 단위가 코돈(codon)이다. 한편 ‘ㄱ’자처럼 생긴 운반RNA(tRNA)의 한쪽 끝에는 상보적인 서열, 즉 안티코돈(anticodon)이 있어서 코돈을 인식한다. tRNA의 다른 한쪽 끝에는 특정 아미노산이 붙어있다. 결국 코돈이 아미노산 정보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mRNA의 코돈 순서대로 아미노산을 꿰어 단백질을 만드는 곳이 리보솜이다.


1953년 DNA이중나선이 규명되고 이듬해 러시아 출신의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는 순전히 수학적 논리로 염기 세 개가 아미노산 하나의 정보를 지정한다고 추측했다. 즉 염기 4가지로 아미노산 20가지의 정보를 지정하려면 염기 2개로는 부족하고(4×4=16) 3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4×4×4=64).


가모브의 논리는 진실로 드러나 코돈 61가지가 아미노산 20가지를 지정하고(따라서 평균 세 개가 겹친다), 3가지(UAA, UGA, UAG)는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대신 단백질 합성을 끝내라는 정보를 담고 있는 ‘종결코돈’이다. 참고로 RNA에서는 티민(T) 대신 우라실(U)이 쓰인다.


그런데 엄격한 핵산과는 달리 아미노산의 경우는 약간의 예외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단백질을 만드는데 우리가 교과서에 배운 ‘정규’ 아미노산 20가지 외에도 2가지가 더 쓰이고 있다. 먼저 1974년 발견된 셀레노시스테인(selenocysteine)으로, 정규 아미노산인 시스테인의 황원자(S) 자리에 셀레늄(Se)이 들어간 구조다. 셀레노시스테인을 함유한 단백질을 셀레노단백질이라고 부르는데, 항산화 활성이 있는 효소가 여기에 속한다. 셀레노시스테인은 효소의 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의 경우 셀레노단백질이 54가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돈 64가지는 모두 정규 아미노산이나 종결을 지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셀레노시스테인의 정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연구결과 놀랍게도 종결코돈 UGA가 셀레노시스테인의 코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mRNA에서 UGA 뒤에 특정한 염기서열이 있을 경우 번역이 끝나는 대신 셀레노시스테인이 붙는다. 다만 셀레노시스테인은 2% 부족한 면이 있다. 즉 담당 tRNA에 정규 아미노산인 세린(serine)이 붙고 이 상태에서 효소의 작용으로 세린이 셀레노시스테인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즉 세포질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셀레노시스테인은 없다는 말이다.


다음은 피롤라이신(pyrrolysine)으로, ‘불과’ 15년 전인 2002년 메탄생성 고세균인 메타노사르시나(Methanosarcina)의 단백질에서 발견됐다. 역시 종결코돈인 UAG가 메탄생성과 관련된 몇몇 효소에서 피롤라이신 코돈으로 작용한다. 셀레노시스테인과는 달리 피롤라이신은 세포내에서 만들어져 담당 tRNA에 결합한다. 한편 2013년에는 구강미생물인 SR1 박테이아에서 종결코돈 UGA가 정규 아미노산인 글라이신을 지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예외적인 현상이 몇 가지 보고됐지만 지구 생명체 37억 년 역사에서 DNA 염기 4가지가 아미노산 20가지와 단백질합성종결을 지정하는 기본 구조, 즉 센트럴도그마는 여전히 굳건하다.

 


발견하지 못하면 만들어서라도...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생명체의 발견을 기다리다 지친 과학자들 가운데 몇몇(주로 화학자)은 이런 생명체를 직접 만드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즉 DNA에 새로운 염기쌍을 만들어 넣어보기로 한 것이다. 1990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의 화학자 스티븐 베너는 이런 염기쌍들을 여럿 만들어 DNA이중나선에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확장된 게놈’을 지닌 생명체가 살아 번식하게 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즉 확장된 게놈에 들어가는 새 염기쌍(X:Y라고 하자)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화학적 조건뿐 아니라 생물적 조건도 만족해야 한다. 화학적 조건이란 안정성으로, 염기 분자가 쉽게 깨지거나 변형되지 않아야 하고 이를 포함한 DNA이중나선도 구조가 불안정해지지 않아야 한다. 생물적 조건을 보면 DNA를 복제하는 효소와 전사하는 효소가 새로운 염기도 잘 처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선택성이 높아야 한다. 복제나 전사를 할 때 X나 Y 자리에 기존 네 가지 염기가 붙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지난 2014년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화학과 플로이드 롬스버그 교수팀은 학술지 ‘네이처’에 수소결합이 아닌 입체적 상보성으로 소수성 상호작용을 통해 짝을 이루는 새로운 염기쌍이 생명체 안에서 제대로 작동함을 확인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이해 ‘사이언스’ 2014년 10대 뉴스에 선정됐고 이 학술지 사이트를 방문자의 34%가 그해 최고의 연구성과로 뽑아 1등을 차지했다!).

 

최근 화학자들은 세 번째 염기쌍이 포함된 유전자를 집어9넣은 생명체가 이를 온전히 복제하고 전사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왼쪽은 세 번째 염기쌍(X:Y)이고 오른쪽은 기존 염기쌍(A:T)의 구조다. - 네이처 제공
최근 화학자들은 세 번째 염기쌍이 포함된 유전자를 집어9넣은 생명체가 이를 온전히 복제하고 전사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왼쪽은 세 번째 염기쌍(X:Y)이고 오른쪽은 기존 염기쌍(A:T)의 구조다. - 네이처 제공

A:T, G:C에 이어 세 번째 DNA염기쌍으로 등극한 분자는 5NaM과 5SICS로, 연구자들은 이 두 분자가 소수성 상호작용을 통해 안정적인 염기쌍을 이룬다는 사실을 2008년 ‘미국화학회저널(JACS)’에 발표한 바 있다. 그 뒤 이들은 이 새로운 염기쌍을 생명체에서 구현하기 위해 복잡한 작업을 했고 6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먼저 생명체로는 분자생물학 연구에 가장 많이 쓰이는 대장균을 골랐다. 그런데 대장균은 이들 분자를 ‘먹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해양미생물인 규조류의 뉴클레오티드삼인산운반체(NTT) 단백질의 유전자를 도입했다. 세포막을 가로지르며 놓여 있는 도넛 모양의 NTT는 플라스미드 복제 시 참여하는 염기의 형태인 5NAM과 5SICS의 데옥시삼인산 분자를 통과시킬 것이다. 세포막에 NTT 단백질을 갖게 된 대장균은 다행히 배지에 들어있는 이 두 분자를 내부로 받아들였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염기쌍이 실제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복잡한 대장균 게놈(460만 염기쌍) 대신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원형 DNA 가닥에 비정규 염기쌍(X:Y로 표시)을 하나 집어넣었다. 즉 플라스미드의 DNA 염기쌍 2686개 가운데 하나가 X:Y인 것. 이 플라스미드를 대장균 안에 집어넣은 뒤 배양을 했다. 플라스미드는 대장균 안에서 게놈과는 별도로 복제해 보통 세포 당 수십 카피가 된다.


만일 증식한 대장균에서 추출한 플라스미드가 여전히 X:Y 염기쌍을 하나 갖고 있다면 대장균에서 플라스미드 복제가 일어날 때 DNA중합효소가 세포 안에 있는 비정규 염기 분자들(5NAM과 5SICS)을 데려와 X:Y 염기쌍 자리에 제대로 집어넣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증식한 플라스미드의 염기조성을 분석한 결과 복제를 할 때 최소한 99.4%가 충실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규 염기쌍의 복제의 정확성과 비교할 수 있는 수치다.

 


복제에 이어 전사도 성공


‘네이처’ 11월 30일자에는 롬스버그 교수팀의 후속연구결과가 실렸다. 3년 전에는 비정규 염기쌍을 포함한 플라스미스를 복제하는 데까지였지만 이번에는 전사로 단백질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즉 37억 년 동안 모든 생명체가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두 가지 염기쌍이라는 한계를 넘어 세 가지 염기쌍으로 살아가는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놀라운 대장균에 겸손하게도 ‘반합성생명체(semi-synthetic organism, 약자로 SSO)’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여전히 두 가지 ‘자연’ 염기쌍을 지니고 있으므로 ‘합성생명체’라고 부르지 않은 것 같다.


연구자들은 2014년 세 번째 염기쌍으로 쓰인 5NaM과 5SICS이 전사에서는 문제가 있자 좀 더 안정적인 염기쌍을 이룰 수 있는 분자들을 찾았고 그 결과 5NaM의 짝으로 5SICS를 살짝 변형한 TPT3가 더 맞는다는 걸 알아냈다.


세 번째 염기쌍이 포함된 유전자가 제대로 전사돼 번역되는지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 녹색형광단백질 유전자를 플라스미드에 넣었다. 대장균이 형광단백질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자외선을 쪼일 경우 세포 전체가 녹색으로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형광단백질의 151번째 아미노산은 타이로신으로 유전자에서 해당 염기서열은 ‘TAC’다. 이 부분은 다른 아미노산으로 바꿔도 형광단백질이 작동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연구자들은 이 부분을 ‘AXC’로 바꿨다(X는 5NaM이다).


형광단백질의 mRNA에서 151번째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이 ‘AXC’가 됐으므로 이에 상보적인 서열인 안티코돈, 즉 ‘GYU’를 지닌 tRNA가 있어야 한다(Y는 TPT3다). 연구자들은 세린과 결합하는 tRNA의 유전자에서 안티코돈 부분을 ‘GYT’로 바꾼 뒤 플라스미드에 넣었다. 물론 이 대장균에는 배지에 넣어준 dXTP와 dYTP(각각 5NaM와 TPT3의 데옥시삼인산으로 복제에 필요), XTP와 YTP(각각 삼인산으로 전사에 필요)를 세포 안으로 받아들이는 뉴클레오티드삼인산운반체(NTT) 단백질의 유전자도 넣었다.

 

세 번째 염기쌍이 들어있는 녹색형광단백질의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해 대장균에 자외선을 비추자 밝은 녹색 형광으로 빛난다. - 네이처 제공
세 번째 염기쌍이 들어있는 녹색형광단백질의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해 대장균에 자외선을 비추자 밝은 녹색 형광으로 빛난다. - 네이처 제공

과연 이 대장균은 형광단백질을 제대로 만들었을까. 위의 사진을 보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세포 전체가 밝은 녹색 형광으로 빛나고 있다. 형광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151번째 아미노산은 세린이었다. 즉 RNA중합효소는 비정규 염기쌍이 있는 두 유전자를 충실하게 전사했고 리보솜 역시 비정규 염기쌍이 포함된 mRNA의 코돈과 tRNA의 안티코돈 쌍을 세린으로 맞게 번역했다. 세 가지 염기쌍을 지닌 반합성생명체가 제대로 작동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산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세 번째 염기쌍을 이용해 비정규 아미노산을 포함한 형광단백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즉 앞서 언급한 메탄생성 고세균 메타노사르시나의 피롤라이신 담당 tRNA 유전자(물론 안티코돈 부분을 ‘GYT’로 바꾼)를 플라스미드에 넣었다. 또 이 tRNA에 아미노산 피롤라이신을 붙여주는 효소의 유전자도 넣었다(대장균에는 없으므로).


이렇게 짜깁기를 한 대장균을 배지에 넣고 키웠다. 이 배지에는 복제와 전사에 필요한 재료들뿐 아니라 역시 대장균이 못 만드는 아미노산 피롤라이신도 들어있다(물론 이를 만드는 메타노사르시나의 유전자들도 넣어줄 수 있지만 나중 일이다). 증식한 대장균에 자외선을 비추자 역시 밝은 녹색 형광으로 빛났고 형광단백질을 분석해 피롤라이신이 들어있음을 확인했다.


DNA에 새로운 염기쌍을 집어넣어 전사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획기적인 사건이지만 이는 다양한 비정규 아미노산을 도입할 수 있는 첫 단계가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DNA에 새로운 염기쌍이 추가됨으로써 원리상으로는 코돈의 가짓수가 세 배 이상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4×4×4=64에서 6×6×6=216로).

 

기존 A:T, G:C 염기쌍에 새로운 염기쌍(X:Y)이 더해진 반합성생명체는 216가지의 코돈 조합을 지닌다. 따라서 다양한 비정규 아미노산을 지난 새로운 기능의 단백질을 만들 가능성이 열렸다. 염기 6가지로 이뤄진 DNA이중나선(왼쪽)과 mRNA(오른쪽)을 도식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 사이언스 제공
기존 A:T, G:C 염기쌍에 새로운 염기쌍(X:Y)이 더해진 반합성생명체는 216가지의 코돈 조합을 지닌다. 따라서 다양한 비정규 아미노산을 지난 새로운 기능의 단백질을 만들 가능성이 열렸다. 염기 6가지로 이뤄진 DNA이중나선(왼쪽)과 mRNA(오른쪽)을 도식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 사이언스 제공

물론 이렇게 많은 코돈까지는 필요도 없겠지만 아무튼 새로운 코돈에 맞는 안티코돈을 갖고 있는 운반RNA를 만들고, 여기에 기존 20개 정규 아미노산이 아닌 비정규 아미노산을 붙이면 결국 다양한 비정규 아미노산이 포함돼 새로운 기능을 지닌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일상화되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


DNA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 2010년, 기생 박테리아의 게놈을 통째로 합성해(연결과정에서 생명체(효모)의 힘을 빌리기는 했다) 게놈을 빼낸 다른 종의 박테리아 세포에 넣어 기생 박테리아로 살리는 시도가 성공했다. 소위 ‘합성생물학’의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되는 연구결과이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DNA만 화학적으로 만들었을 뿐 결과물은 자연의 생물체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반합성생명체 탄생이야 말로 오히려 진정한 ‘합성생물학’의 시대를 여는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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