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창작자 몫을 빼앗나?...미묘한 애플뮤직 셈법

2017년 12월 04일 15:30

그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과 영상에서 거스를 수 없는 유통의 흐름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오랜 골칫덩어리였던 불법 복제를 몰아내긴 했지만 가격과 수익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좀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음악을 듣는 방법이 LP, 카세트 테이프, CD 등 물리적 미디어에 담기던 시절, 음악은 아주 손쉽게 불법으로 복제됐다. 사실 불법 복제에 대한 죄책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복제품은 그만큼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손에 쥐는 음반의 매력 때문에 결국 미디어 구매로 이어지는 비중이 높아졌다.


하지만 디지털로 변환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MP3는 90년대 음악을 듣던 환경에서는 거의 CD와 다름 없는 소리를 냈다. 물론 당시로서는 4~5MB씩 되는 파일 크기가 작지는 않았지만 MP3의 등장은 원하는 음악을 컴퓨터 앞에서 곧바로 내려받아 들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었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음원을 제공하는 이들이 그 경험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고 제대로 상품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 스트리밍, 불법 복제는 막았지만...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CD 음질과 맞먹는 음악이 간단하게 디지털 파일로 담기고, 이게 다시 PC통신과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가는 상황은 당시로서는 충분히 공포스러웠으리라. 결국 당시 음악 시장은 MP3 파일을 막는 데에 집중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셈이었다. 결국 그 노력들은 MP3 파일을 음성화시키는 촉매가 됐고, 지금도 P2P나 웹하드 등을 통해서 몰래 퍼지게 되는 밑바탕이 됐다. MP3를 비롯한 디지털 음원은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고, 몰래 써야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 사이 MP3 플레이어는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그 역사적인 첫 기기는 국내 기업이 만들었고, 애플과 맞먹는 MP3 플레이어를 만든 것도 우리나라였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음원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MP3 플레이어 이용자들이 모두 CD를 직접 파일로 뽑아내지도 않았다. MP3는 양지에 있는 것인지, 음지에 있는 것인지 마냥 애매했다.


그 사이에 미국 음악 시장은 냅스터 논란을 끝내고 아이튠즈를 비롯한 디지털 유통으로 이전하는 데 힘을 쏟았다. 형태에 관계 없이 음악 콘텐츠에 기존처럼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시장에 학습시킨 셈이다. 우리는 DRM을 정착시켜 불법복제를 막는 데에 노력을 했지만 결국 DRM을 풀거나, 불법 파일이 돌아다니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스트리밍의 신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원을 파일로 내려받는 것을 막다 보니 ‘그럼 파일을 저장하지 않는 방식은 어떤가’라는 아이디어에서 벅스뮤직을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 문제는 결국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어느 정도 유료 서비스의 형태를 갖췄다. 그리고 그 동안 골칫거리였던 불법복제도 줄어들었다. 의식의 변화보다 싸고 편하다는 인식이 더 컸으리라.


이제 이 서비스들은 원작자들에게 제대로 대가를 치르는지를 두고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내고 있다. 저작자도, 유통업체도 마냥 웃지 못하는 묘한 시장이 됐다. 콘텐츠 유통에 디지털이 들어온 게 벌써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아직도 ‘형태를 가진 미디어의 향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세계에서도 음악 미디어의 변화를 빨리 겪었고,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그리고 복제를 막는 DRM, 플레이어 등에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를 논하는 신세가 됐다. 그 주요 콘텐츠인 K팝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데 말이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 애플뮤직을 둘러싼 복잡한 셈법

 

음원 업계가 또 떠들썩하다. 아니, 떠들썩하길 바라는 듯하다. 애플이 또 그 꼬투리 신세가 됐다. 음악 저작자들이 애플의 스트리밍 정책에 반발한다는 것이다. 그 반대편에는 누구보다 아티스트들을 챙기는 국내 음원 공급 업체가 있다. 국내 음악 스트리밍 업계는 실 요금과 관계 없이 상품가의 60%를 제공하고 있는데, 애플은 요금의 70%를 저작자들에게 나눠준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뒤의 이야기의 전개가 묘하다. 애플이 ‘만약’ 요금을 50% 할인하는 이벤트라도 벌이면 아티스트들은 저작료를 50%밖에 가져가지 못한다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애플은 저작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콘텐츠 가격을 조정한 사례가 없다. 애플뮤직 요금제의 예외는 학생 할인과 1년 정기 구독, 그리고 가족 결합 요금제만 있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처음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3개월 무료 이용 외에는 할인도, 이벤트도 없다. 그동안 애플의 콘텐츠 유통 형태를 봐도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음악가들에게 저작료를 줄이라고 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애플뮤직 초기에 있었던 무료 체험 기간 이슈도 다시 반복되고 있다. 애플이 2015년 애플뮤직을 시작하면서 3개월 무료 체험 기간을 두었는데, 이 기간에 소비되는 콘텐츠에 대해 저작료가 지급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테일러 스위프트를 비롯해 저작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일부 음원은 애플뮤직에서 빠지기도 했다. 애플은 잘못을 인정하고 체험 기간 여부를 떠나 저작료를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명백한 애플의 잘못이었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음악가들이 나서서 권리를 주장하고, 결과를 얻어낸 좋은 사례다.


최근의 국내 음원 수익 이야기들에 정작 음악가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대신 국내 음원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등장해, 우리는 음악 저작권자에게 더 많은 이윤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애플이나 구글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면서 국내 아티스트들을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소셜미디어에서는 음악가들이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아래에서도 스트리밍으로 몇 십 만원 버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가 종종 눈에 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요금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는 벌써 몇 년째 저작료 지급에 대한 지적 때문에 요금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이어 왔다. 할인 등의 이벤트도 없앤다고 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결국 통신 요금제에 끼워 팔거나 정기 구독, 연간 구독, 그리고 사이사이 다양한 무료 제공 이벤트가 더해지면서 여전히 시장에서는 3000~4000원 선에 공급되고 있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세우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저작자들은 음원 시장에서 배가 고프다.


혹시 모를 불공정이나 역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누구의 입을 통하든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비슷한 내용으로 벌써 며칠째 여러 매체를 떠돌고 있다. 아니 지난해에도 완전히 똑같은 흐름의 글들을 읽은 기억이 있다. ‘작년 기사를 잘못 눌렀나’하고 날짜를 확인한 게 몇 번이다. 지난해는 이 논란이 입에 오르내린 뒤 유튜브 뮤직이 국내에 출시됐다. 또 다른 서비스가 국내에 시작되려는 신호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은 혹시 모를 애플의 할인 걱정보다 당장 국내 시장에 특화된 음악가들의 보편적인 무대로서의 역할을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업계의 음악 시장 고민에 설마 밥그릇 걱정이 들어있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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