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의 비밀, 아프리카 물고기가 밝힌다

2017년 11월 29일 19:30

 

GIB 제공
GIB 제공

우뇌가 발달하면 창의적, 좌뇌가 발달하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뇌 속 신경계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우뇌와 좌측신경계가 연결되기 때문에 이는 곧 왼손잡이가 창의적이라는 얘기가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베토벤, 그리고 ‘톰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 등 역사적으로 천재나 예술가 중 왼손잡이가 많다는 것도 이런 믿음의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과 파블로 피카소 등 오른손잡이 천재들도 무수히 많기 때문에 이런 통념은 금세 반발에 부딪혔다.

 

과학자들은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중 어느 쪽이 똑똑한지보다 이런 좌우 행동 경향성의 차이가 우리 몸에서 ‘언제’ 그리고 ‘어떻게’ 신경학적으로 발생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람의 뇌에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나누는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오랫동안 학계의 정설이었지만, 뇌가 아닌 척수가 이를 결정한다는 새로운 가설도 제시됐다.  

 

최근에는 좌우행동 경향성의 행동발달 과정을 아프리카 물고기를 통해 밝히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하등생물인 예쁜 꼬마선충을 통해 신경계의 기본 요소를 연구하는 것처럼, 좌우 행동경향성을 띠는 고등 육지 생물보다 물고기를 연구하기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 좌우 비대칭성, 역할을 분담하는 진화의 산물일까?

 

주로 쓰는 손이나 발이 다른 것이 사람 뿐일까? 이는 전체 생명체로 봤을때 흔한 현상은 아니지만 포유류, 파충류, 조류등 여러 동물군의 일부 종에서 폭 넓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개와 고양이도 그 중 하나다.

 

2009년 영국 퀸스대 데보라 윌스 교수팀은 개나 고양이에서 암수에 따라 주로 쓰는 발이 다른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먼저 고양이 암수 21마리씩을 대상으로 항아리 속 참치를 꺼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컷은 모두 왼쪽 앞발을, 암컷은 20마리가 오른쪽 앞발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실험을 개에서 진행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좌우 뇌 비대칭성, 아프리카 물고기로 밝힌다 - GIB 제공
개와 고양이는 성별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발이 달랐다. 수컷은 모두 왼쪽 앞발을 대부분의 암컷은 오른쪽 앞발을 사용했다 - GIB 제공

이런 비대칭성은 뇌가 좌뇌와 우뇌 두 개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연구가 진행됐다. 그럼에도 현재 언어능력 습득, 기억과 망각 등 뇌가 감추고 있는 다양한 비밀처럼 이 분야도 아직 명확한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학자인 미국 UC캘리포니아대 프랭크 윌슨 교수는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약 10배가량 많은데, 우뇌가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대신 좌뇌가 정교한 손동작을 담당하게 된 걸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진화과정에서 우뇌가 시각정보를 처리하게 되면서, 역할을 분담해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좌뇌의 운동조절기능이 발달해 오른손잡이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 태아 때 척수 유전자가 결정

 

그런데 지난 2월, 사람에서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결정하는 것이 뇌가 아니라 척수라는 신경학적 연구가 나왔다. 독일 보훔루르대와 네덜란드 막스플랑크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사람이 ‘어느’ 손잡이가 될지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태아 때 척수에서 발현되며, 자궁에 있을 때부터 비대칭으로 발현된다고 학술지 ‘e라이프’ 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초음파 검사로 임신 13주차부터 태아가 양손 중 한쪽 손을 더 많이 빠는 것을 확인했고, 오른팔을 더 많이 움직인 태아의 경우, 좌우 뇌의 크기의 차이가 없었던 것과 달리 왼쪽 척수가 더 발달한 것을 발견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막스플랑크 연구소 신경유전학연구그룹의 케롤리엔 데 코벨 박사는 “척수와 뇌 사이의 신경섬유가 좌우간 교차된 것을 볼 때, 좌뇌와 우뇌의 비대칭성도 결국 척수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유전이나 환경의 영향으로 왼손잡이나 양손잡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혁제 상지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뇌와 척수의 크기, 유전자의 발현정도에 근거해 왼손잡이 비밀을 설명하는 많은 가설이 있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아직 풀리지 않았다"며 "복잡한 인간의 신경과 유전자의 작용을 밝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다 간단한 개체를 통해 다각도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아프리카 물고기 시클리드로 왼손잡이 비밀 풀까?

 

최근 아프리카 탄자니카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인 시클리드(Perissdous microlepis)에서 사람처럼 좌측과 우측 중 한 방향으로의 행동성이 확인돼 주목받고 있다. 약 3억년~4억년 전 척추동물인 어류가 육지로 나와 결국 인간으로 분화된 것을 볼 때, 이를 연구하면 인간에서 나타나는 뇌 비대칭성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되기 때문이다.

 

독일 콘스탄츠대와 한국 상지대 등 공동 연구팀은 동물 행동이 뇌 신경 구조와 유전자 발현의 좌우 비대칭성에 의해서 조절됨을 아프리카의 시클리드 물고기를 통해 확인해 지난 10월 24일 학술지 '게놈 생물학과 진화(Genome Bi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다. 시클리드는 다른 물고기의 비늘을 뜯어먹고 사는데, 이때 오른쪽으로 다가가 비늘을 뜯어먹는 물고기(이하 오른손잡이형 물고기)와 왼쪽으로 움직이는 물고기(왼손잡이형 물고기)가 구분돼 있다는 것이었다.

 

University of Konstanz 제공
시클리드 치어(왼쪽). 왼손잡이형 물고기의 뇌부위와 유전자 발현량을 나타낸 모식도로 왼쪽 눈으로 표적을 보기 때문에 이와 연결된 우뇌쪽 시개시신경(tectum opticum, 이하 TEC)의 크기가 큰 것이 확인됐다. 그림에는 종뇌(telecephalon,TEL)와 시상하부(hypothalamu, HYP). 소뇌(cerebellum,CER)이 포함됐고, (+)는 유전자 발현량이 반대쪽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을 뜻한다. University of Konstanz 제공

연구팀이 40L 수조에서 39마리의 시클리스가 표적물고기의 비늘을 뜻는 과정을 한 마리당 최소 4시간씩 추적해 오른쪽과 왼쪽을 뜯는 비율을 계산했고, 왼손잡이형 시클리스가 27마리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해부학적 그리고 유전학적으로 뇌를 분석한 결과, 왼손잡이형 시클리스의 시각을 담당하는 시개시신경(tectum opticum) 영역은 좌뇌보다 우뇌가 더 컷으며 유전자의 발현량은 좌뇌에서 더 많은 것을 확인했다.

 

이혁제 교수는 "시클리스의 눈과 신경은 좌우가 교차돼 있다"며 "왼손잡이형 시클리스 왼쪽눈으로 먹이를 봐야하기 때문에 오른쪽 시개시신경이 더 큰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와 달리 유전자 발현율이 좌뇌에서 컷던 것은 행동특성이외의 시각처리 기능이 좌뇌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뇌 속 좌우 쌍으로 존재하는 시개시신경 중 하나가 행동특성을 담당하고 다른 하나는 시각처리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뇌 신경구조 비대칭성에 대해 해부학과 유전학 등 두 가지 면에서 동시에 조명한 첫 연구"라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행동특성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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