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연구, 평가는?] 독일, 노벨상 사관학교 막스플랑크연구소 편

2017년 11월 27일 16:00

우리나라 국책 연구개발(R&D) 성공률 98%.

논문 수와 같은 정량적인 평가에 치중하는

R&D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세상에 없던 연구, 어떻게 평가할까?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1) 해외 석학 참여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첫 평가 열기 ‘후끈’

(2) [독일] 칸막이 없는 연구 문화 - ‘노벨상 사관학교’ 막스플랑크연구소  

(3) [일본] 100년 日기초과학, 경쟁력의 상징 - ‘113번의 기적’ 만든 이화학연구소

(4) [미국] 성공 실패보다 ‘성실 연구’ 최우선 - ‘한국식 정년 보장’ 없는 국립보건원 (11월 29일 온라인 공개)  

 

 

자동차 ‘덕후’들의 성지로 알려진 독일 남서부 도시인 슈투 트가르트에는 벤츠, 포르쉐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의 본사와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막스플랑크연구소(MPI·Max Planck Institute)다. 시내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 에 위치한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연구소에는 고체물리 연구소와 지능시스템연구소가 함께 자리잡고 있다.

 

 

연구 자율성 최대화, 최대 효율 끌어내

 

독일의 기초 과학 연구를 책임지는 막스플랑크협회는 독일 전역과 해외에 총 83개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 연구소 운영에 드는 비용은 독일 연방정부와 주(state) 가 절반씩 부담한다. 때문에 정부로부터 상당 부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의 경제 수준 에 따라서 연구소 규모가 결정되는 제약도 있다.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2개 연구소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중 3위 안에 드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개별 연구소는 최대 8개 연구단으로 구성된다. 연구단은 연구 주제에 따라 소규모 연구그룹으로 나뉘고, 연구그룹은 그룹장, 박사후연구원, 박사과정 학생 등 적게는 20명, 많게는 50명으로 이뤄져 있다. 막스플랑크협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연구 조직이 연구그룹이다. 현재 이런 연구그룹은 막스플랑크협회를 통틀어 120여 개가 있다. 연구그룹 하나는 최대 5년간 유지된다.
 
연구그룹별 연구 주제는 모두 다르다. 2013년부터 4년 간 막스플랑크 고체물리연구소에서 연구그룹장으로 있 었던 김범준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100개가 넘는 연구 그룹이 서로 다른 연구를 할 뿐 아니라,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구 주제가 겹치면 연구단을 만들 수 없다”며 “그만큼 새로운 연구를 지향하는 연구소”라고 말했다.
 
막스 플랑크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영향력 있는 저널에 논문 게재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지 않는다. 드레스덴에 위 치한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연구소장을 지낸 피터 풀데 박사는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지향하는 연구개발(R&D) 평가의 가장 큰 기준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한 새로운 연구 발굴”이라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토대로 막스플랑크협회는 1948년 설립 이후 노벨상 수상자 18명을 배출했다.
 
막스플랑크 복잡계 물리연구소장을 지낸 피터 풀데 박사(왼쪽/IBS제공)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한인과학자들. 손광효 박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최지원 제공)는 “협업 연구는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문화”라고 말했다
막스플랑크 복잡계 물리연구소장을 지낸 피터 풀데 박사(왼쪽/IBS제공)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한인과학자들. 손광효 박사(오른쪽에서 두 번째/최지원 제공)는 “협업 연구는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문화”라고 말했다  
 
정성적 평가, 공동 저자 부담 줄이고 협업 늘려
 
막스플랑크협회는 각 연구소의 예산을 결정하기 위해 R&D 평가 기준으로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저널에 등재된 논문 수, 특허 수 등 정량화된 지표를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외 전문가로 이뤄진 과학자문위원회(SAB·Scientific Advisory Boards)의 피어 리뷰(동료 평가)를 통해 연구 성과를 평가한다.
 
R&D 평가에서 논문 수를 우선 순위에 두는 정량적 평가 방식에서는 논문의 공동 저자가 많으면 저자의 수에 따라 연구실적을 다르게 평가한다. 대학이나 연구소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흔히 공동 저자가 n명이면 교신 저자와 제1저자가 2/(n+1), 나머지 저자들은 1/(n+1) 만큼 연구에 기여했다고 인정한다. 즉, 이런 평가시스템에서는 공동 저자의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즉, 협업이 줄어드는 구조다.
 
하지만 정성적 평가 방식에서는 공동 저자의 수가 많은 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동 연구를 높게 평가한다. 풀데 박사는 “다른 과학자와의 협력은 평가의 중 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협업이 활발해지면 연구의 질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지능시스템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손광효 박사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는 필요한 장비가 있으면 언제든 협업을 요청한다”며 “정량적 평가 방식을 고수하는 연구소의 경우 향후 평가에서 자신의 기여도가 줄어든다는 부담감에 협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었다”고 말했다.  
 
 
 
엄격한 과학자문위원회 구성으로 신뢰 확보

정성적 평가의 한계도 있다. 전문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평가인 만큼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자문위원회는 연구소 별로 운영되며, 연구소 규모에 따 라 5~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막스플랑크협회 전체 과학자문위원 수는 750여 명이다.

 

과학자문위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막스플랑 크협회 소속이 아니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자들로 구성된다. 풀데 박사는 “연구단장(Director)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과학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며, 같은 대학, 연구소, 혹은 공동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는 최대한 배제한다”며 “엄격한 선발 기준을 통해 R&D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문위원으로 임명된 연구자들은 과거에 진행했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협력 관계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풀데 박사는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연구자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며 “R&D 평가 역시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압박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를 주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ㅡ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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