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혁신은 경제발전 수단 아냐"…과학자들 헌법 개정 의견 나와

2017년 11월 26일 19:00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11월 25일 포럼을 열어 과학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본 헌법 제127조 1항 수정 문제를 논의했다. - ESC 제공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11월 25일 포럼을 열어 과학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본 헌법 제127조 1항 수정 문제를 논의했다. - ESC 제공

 

 

“과학기술 혁신은 경제발전의 수단이 아니다. 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조항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440여 명의 과학기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소속 과학기술자들은 25일 오후 서울 안암로 고려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과 헌법' 포럼을 열고, “헌법 조항 일부를 삭제해서라도 과학을 경제라는 목적에 종속시킨 현재의 과학기술관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SC는 2016년 6월 창립한 과학기술인 단체로 주요 과학기술 정책에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ESC 소속 과학기술자들이 지목한 조항은 헌법 제127조 1항으로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래영 ESC 헌법개정TF팀장은 “과학기술에는 사회문화의 진보, 환경보전, 삶의 질 향상 등 다른 다양한 활용성이 있는데 오로지 경제발전만 언급한 것은 시대착오”라며 “경제발전과 관련이 적은 분야나 기초연구에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해 혁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개정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 조항의 전신은 1962년 처음 만들어졌다. 제5차 개정헌법 제118조 1항은 “국민경제의 발전과 이를 위한 과학진흥”이라는 표현을 써서 과학의 목적을 경제발전과 처음 연결시켰다. 이후 몇 번의 개정이 있었지만 표현만 바뀌었을 뿐 경제발전이 목적이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윤태웅 ESC 대표는 “해당 조항이 제9장(경제)에 있는 게 문제”라며 “ ‘과학기술의 혁신’ 부분을 삭제하고 기본권을 다루는 제1장 총강에 ‘국가는 학술 활동과 기초 연구를 장려할 의무가 있다”는 조문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ESC 제공
ESC 제공


다른 과학 선진국이 제127조 1항과 비슷한 조항을 두지 않는다는 점도 개정의 근거로 제시됐다. 김 팀장은 “비슷한 조문을 두고 있는 나라는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스위스를 제외하곤 과학 분야에서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잡으려는 ‘추격형’ 국가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 대부분의 주요 과학 선진국에는 이 같은 조항이 없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와 장용근 홍익대 교수(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한상희 건국대 교수(국민개헌넷 정책자문단장) 등이 발제자 및 토론자로 참석해 ESC의 제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해당 조문을 빼는 게 과학기술인들에게 꼭 유리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포럼에는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도 참석했으나 “토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발언은 하지 않고 청취만 했다.


헌법 제127조 1항과 관련한 과학기술인들의 개헌 목소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10월 중순에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와 한겨레 '사이언스온'이 주관한 설문조사도 있었다. 2280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서는 “헌법 127조 1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79%가 동의 또는 일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11월 25일 포럼을 열어 과학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본 헌법 제127조 1항 수정 문제를 논의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11월 25일 포럼을 열어 과학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본 헌법 제127조 1항 수정 문제를 논의했다. - ES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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