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영화]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017년 11월 25일 11:00

#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


감독: 데이빗 O. 러셀
출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재키 위버, 크리스 터커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상영시간: 2시간 2분
개봉: 2013년 2월 14일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주)누리픽쳐스 제공
(주)누리픽쳐스 제공

(*아래에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미친’ 사람들의 정신 나간 사랑 이야기

 

(주)누리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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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니키’의 외도를 목격하고 실성해 버린 ‘팻’(브래들리 쿠퍼 분)은 심각한 조울증 진단을 받고 8개월 간 병원 신세를 진다. 아직 완치되지 않았지만 엄마의 고집으로 퇴원하게 된 그의 목표는 니키와의 재결합. 병원 치료의 부작용으로 긍정 강박증에 걸린 팻은 본인 삶에도 한 줄기 햇살이 비추길(silver lining) 간절히 바란다. 그런 그에게 ‘한 줄기 빛’은 언제나 니키였다.


그의 인생에 본인보다 더 이상한 여자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분)가 등장한다. 팻의 친구 로니의 아내 베로니카의 동생인 티파니는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고 방황한다. 우연히 로니와 베로니카의 저녁 식사 자리에 함께 초대된 팻과 티파니는 서로의 ‘특별함’을 발견한다. 이후 팻이 조깅할 때마다 나타나 자신의 호감을 표시하는 티파니. 팻은 그런 티파니가 부담스럽지만 니키와 가까워지려는 심산으로 티파니를 가까이한다. 티파니는 니키에게 편지를 전달해주겠다는 핑계로 팻에게 함께 댄스 경연대회를 나가자고 제안한다.

 


# 우리 중에 완벽한 사람만 이들에게 돌을 던지라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영문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제공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영문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제공

세상에 완전한 사랑이 존재할까?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뤘던 사랑 이야기들은 이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을 제시한 바 있다. 보통은 사랑이 완전하다고 보는 경우 온갖 시련이 닥쳐도 끝내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어지고, 사랑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행복은 잠시뿐, 이별로 끝을 맺는다. 그런 의미에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조금 특별하다. 사랑의 모습을 표현하는 가장 극단적인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상한 사람들의 정신 나간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정신병원에서 갓 퇴원한 팻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분노한다. 그러다 아내 얘기만 나오면 아이처럼 좋아하면서 심각한 감정기복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다. 티파니 역시 남편이 죽은 후 회사에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정도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관객의 시선에서, 두 사람은 어떤 면에서나 ‘완전히’ 불완전하다.


이런 사람들이 만나면 과연 어떤 모습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해질 때쯤, 영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두 사람이 지지고 볶고 과정을 보여준다. 울퉁불퉁하고 모난 그들의 모습만큼 그들의 사랑도 불완전하다. 둘은 만나자 마자 서로를 비난하고 욕하기 싸우기 바쁘다. ‘이 둘이 과연 사랑에 빠지긴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들의 관계는 종잡을 수 없고 갈등의 수위는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다 보면 그렇게나마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사랑을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


이들의 사랑은 이상적이지도, 균일하지도 않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다. 사랑은 언제나 완전하고 완벽한 모습이던가. 완전한 사람들만이 사랑할 자격이 있나. 영화는 오히려 완전한 사랑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모두 완벽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팻과 니키는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걷고, 누구보다 행복했던 티파니와 토니 커플은 불의의 사고로 비극을 맞이한다. 이렇게 서로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만나 (가끔은 상처를 긁어내기도 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보듬고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 태양이 먹구름 속에 가려져 있을 수록 은은하게 드러나는 한 줄기 빛이 더욱 소중한 법이다.

 


# 어딘가 하나씩 모자라거나 너무 과한 사람들

  

(주)누리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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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불완전한 두 사람만을 주목하지 않는다. 가만히 살펴 보면 둘의 주변인들도 예사롭지 않다. 팻의 아빠는 사설 스포츠 도박에 전 재산을 걸 정도로 미쳐있고 온갖 미신을 믿는다. 엄마는 자신이 바라는 만큼 가정이 화목하지 않아 매사에 전전긍긍한다. 티파니의 부모도 마찬가지. 티파니가 걱정돼 하루종일 창밖에서 티파니와 주변인들을 감시한다. 팻의 형은 동생의 불행과 대비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행복을 얻는 사람이다. 친구 로니는 결혼생활이 불행하고, 정신병원 동지 대니는 자꾸 병원을 탈출해 문제를 일으키며, 심지어 동네의 치안을 관리하는 경찰관은 티파니가 헤프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추근덕거리기 바쁘다. 온전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영화 말미에 갈수록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마치 사람의 진가는 난장판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지러운 상황이 이어진다. 게다가 캐릭터들 하나같이 입심이 대단하다. 다들 얼마나 고집이 센 지, 모두 자기 주장만 앞세우느라 말싸움이 계속되고 영화 내내 보는 이들의 혼을 빼놓는다. 인물들은 아무 말이나 내뱉어서 파국으로 치닫다가 다시 말로 흥한다. 감독이 동명의 원작 소설을 훌륭히 각색한 덕분일 것이다.


말과 말의 연쇄작용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런 방식은 연출을 맡은 데이빗 O. 러셀 감독(‘파이터’, ‘아메리칸 허슬’)의 장기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언제나 말이 많고 숱하게 사고를 치고 다니며 계속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그런 난장 속에서도 인물들은 인생에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사람도 사랑도 평평하지 않지만 삶은 계속되고 누군가는 그 자체를 삶이라 부른다.

 


# 넘치는 배우들의 매력!


또한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항상 다음 해 유수 시상식(주로 미국)에서 연기상을 휩쓸거나 최소한 후보에는 오른다. ‘파이터’와 ‘아메리칸 허슬’을 통해 크리스찬 베일, 멜리사 레오, 에이미 아담스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두 주인공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 또한 여러 개의 상을 받았다. 특히 제니퍼 로렌스는 이 때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주)누리픽쳐스 제공
(주)누리픽쳐스 제공

어딘가 모자라거나 무엇인가 너무 과한 캐릭터를 신들린 듯이 연기하는 두 배우의 매력이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주인공 팻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는 존재 자체로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 동시에 펫의 변화와 성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후 ‘아메리칸 허슬’,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도 멋진 연기를 펼친다.


사실 어느 영화에서나 연기를 잘했던 제니퍼 로렌스는 그녀의 잠재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보여준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티파니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건 전적으로 그녀의 매력과 존재감 덕분이다. 이제는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그녀가 가장 매력적으로 등장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팻의 아빠로 등장하는 대배우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야 두말할 것도 없다. 극중 팻의 아빠는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인물간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원흉’이기도 한데(이 장면에서 로버트 드 니로 앞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제니퍼 로렌스!), 사람이 도박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고구마를 양껏 선사한다. 로버트 드 니로의 그런 연기마저도 대단하지만, 아들의 정신병력을 탓하면서 도박으로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인물까지 사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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