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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전쟁] 도로가 털썩! 도심 싱크홀, 일본 편

2017년 11월 27일 18:30

세계는 지금 싱크홀과 맞서 싸우는 중

 

(1) [일본] 도로가 털썩! 도심 싱크홀, 대처는?

(2) [프랑스] 역사가 남긴 인공 싱크홀, 대비는?

(3) [독일] 물에 녹아 가라앉는 자연 싱크홀, 대비는?

(4) 도심 속 지뢰 싱크홀, 한국은 지금?

 

 

 

이미지 확대하기2016년 11월 8일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역 앞에 발생한 지름 30m, 깊이 15m의 싱크홀. - 뉴시스 제공
2016년 11월 8일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역 앞에 발생한 지름 30m, 깊이 15m의 싱크홀. - 뉴시스 제공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역 앞. 도로에 균열이 조금씩 나더니 아스팔트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생긴 구멍은 점점 커져 도보와 신호등까지 집어삼켰다. 결국 5차선 도로 전체가 지하로 가라앉아 지름 30m, 깊이 15m의 싱크홀이 생겼다. 일본 최대 규모였다.

 

작년 11월 8일 일본에서 발생한 싱크홀 얘기다. 지하철 공사로 뚫어 놓은 터널이 원인이었다. 암반층 밑을 뚫어 터널을 만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얇은 암반층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암반 위에 있던 흙과 지하수가 터널 속으로 줄줄 새기 시작했다. 서둘러 공사 현장을 차단하고 터널 위 도로와 도보 역시 통행을 막았다. 그렇게 흙과 지하수가 샌 지 단 몇 시간 만에 5차선 도로와 도보 전체가 터널 속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미리 통행로를 차단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건물이 정전되고 가스 냄새가 나는 등 2차 피해가 속출했다. 도쿄대학교 도시기반안전공학국제연구센터 구와노 레이코 교수는 “기존의 하수도관 같은 매설관의 노후화 때문에 발생하는 싱크홀은 오랜 시간에 걸쳐 생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하카타역 싱크홀 사례는 원인 발생 후에 생각보다 땅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뀐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 15년 동안 도심 싱크홀 연구한 도쿄대 구와노 레이코 쿄수

 

구와노 교수는 2002년부터 도심에 발생하는 싱크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노후된 하수도관이 파손되면서 땅 속 구멍인 ‘공동’이 생겨 지반이 함몰되는 사건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구와노 교수는 “하수도관이 파손돼 지반이 무너지는 메커니즘에 대해 알고 싶었다”며 연구의 배경과 시작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하기도쿄대학교 도시기반안전공학국제연구센터 구와노 레이코 교수. - 도쿄=이혜림 기자 pungnibi@donga.com 제공 제공
도쿄대학교 도시기반안전공학국제연구센터 구와노 레이코 교수. - 도쿄=이혜림 기자

 

구와노 교수는 실제 땅속을 구현한 수조를 만들었다. 수조에 현장과 같거나 비슷한 조성의 흙을 천천히 채워서 다지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렇게 흙을 채운 수조 밑에는 구멍이 하나 나 있다. 노후된 하수도관에 생긴 틈을 재현한 것이다. 이 틈 속으로 흙과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어떻게 공동이 생기고 지반이 무너지는지 변화를 관찰했다. 구와노 교수는 “지하수 수위, 흙 종류, 진동 등 다양한 조건을 변화시키면서 실험한 결과, 각 요인이 싱크홀을 발생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 값을 산출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구와노 교수는 실험으로 밝혀낸 사실과 국가 또는 지자체가 탐사한 조사 자료를 분석해 공동 위험도 평가를 하고 있다. 공동 탐사에는 주로 GPR(Ground Penetrating Radar, 공동탐사레이더)이 이용된다. GPR은 땅속에 레이더파를 투과시켜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통해 지하의 빈 공간을 탐지하는 장치다. 2014년 서울시에서 일본의 공동 탐사 업체인 지오서치(GEO Search)의 GPR로 여의도 종로 등 주요 지점을 탐사하기도 했다.

 

실험과 GPR 데이터 자료를 기반으로 한 공동 위험도 평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현 시점에서 각 공동의 위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지표면에서부터 공동이 위치한 깊이, 공동 크기, 도로 포장 재질 등의 요인이 기준이 된다. 두 번째는 장차 위험도를 판단하는 것으로, 지하수 수위나 매설관 개수와 깊이 등이 판단 기준이다. 이런 기준을 통해 작년 일본 최대 싱크홀이 발생한 후쿠오카시의 공동 위험도를 분석 중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지반 함몰 메커니즘 연구를 위해 구와노 교수가 개발한 실험 장치. 수조에 흙을 채워 지하수 및 흙이 아래로 빠져나갈 때의 변화를 관찰했다. - 도쿄대 구와노 레이코 교수 제공
지반 함몰 메커니즘 연구를 위해 구와노 교수가 개발한 실험 장치. 수조에 흙을 채워 지하수 및 흙이 아래로 빠져나갈 때의 변화를 관찰했다. - 도쿄대 구와노 레이코 교수 제공

● 지진, 싱크홀 위험 높이는 중요한 요인

 

구와노 교수는 싱크홀 발생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지진을 꼽았다. 지진 발생 전후로 공동을 탐사한 결과 공동 개수와 크기가 모두 늘어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구와노 교수는 “작년 4월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이후 언제 지반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도A의 공동이 지진 발생 전에 전체 공동의 18%였던 것에 비해 지진 발생 후 60%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공동 위험도는 당장 위험한 정도를 판가름하기 위해 공동의 짧은 축 길이가 클수록, 공동의 위치가 지표에서 가까울수록 더 위험한 것으로 판단했다. 위험한 정도에 따라 순서대로 위험도A(긴급보수), 위험도B(조기대응), 위험도C(경과관찰)로 분류했다.

 

이어 구마모토 지진을 포함해 일본에서 일어난 다수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과 후의 데이터 값도 공개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기준 진도 ‘5약(弱)’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공동의 수가 2~8배까지 증가했다.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일본 기상청 진도 계급으로 5약의 바로 밑 단계인 4에 해당한다. 구와노 교수는 “지진이 공동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라며 “진동에 의해 구멍이 생기고, 그 크기가 커지는 것도 있지만 지진 발생 후 구급차나 복구 차량이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것도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항 역시 공동 위험도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평소에도 도심 공동 탐사가 중요하지만 지진 이후에는 반드시 공동 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하기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으로 균열이 생긴 도로. - 뉴시스 제공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으로 균열이 생긴 도로. - 뉴시스 제공

 

● “도심 싱크홀은 도시 성장,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필연적 문제”

 

일본에 도심 싱크홀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것은 도쿄올림픽이 개최된 지 20~25년 뒤부터다. 구와노 교수는 “당시 올림픽 개최 준비로 급격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이후 도쿄 곳곳에 지반이 함몰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반 함몰이 계속해서 일어났지만 당시 일본에는 관련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현재 일본은 주민이나 행정 기관, 연구자 등의 관심이 많이 높아져 도심 싱크홀 관련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와노 교수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해왔던 학술적인 연구가 실제 정책이나 인프라 노후화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등의 실무적인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민간, 공공 기관의 꾸준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구와노 교수는 지반 함몰의 탐사와 예방에 대해 강조했다. “서울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도시에서도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며 “지반 함몰은 도시 성장의 경과에 따라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도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심 싱크홀 문제는 심각화 된 이후에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그 전에 예방하고 탐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편집자주.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지하철이나 상하수도 등 인프라 개발이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바로 어느날 갑자기 땅이 꺼지는 '싱크홀' 문제입니다. 도시화의 편리함과 맞바꾼 싱크홀의 위험, 두려워만 하기 보다는 해결책을 찾을 때입니다. 과연 세계의 싱크홀 현황은 어떻고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은 무엇이 있을까요? 동아사이언스가 싱크홀 문제를 탐구하는 세계의 과학자들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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