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뇽뇽의 사회심리] 겸손이란 뭘까

2017년 11월 25일 15:00

겸손이란 뭘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던가 겸손한 리더십 등 겸손의 미덕에 대한 이야기들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겸손하다는 건 진짜 어떤 걸까? 겸손한 사람과 겸손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뭘까? 겉으로 자신을 낮추는 언행을 하는 것이 곧 겸손일까?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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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정확하게 아는 것


흔히 겸손이라고 하면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떠올린다.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뭘”. 그래서일까 겸손이라고 하면 소심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태도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학자들에 의하면 겸손한 사람들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비교적 ‘정확’하게 바라보는 경향을 보인다(Tangney, 2000).


자존감이 낮거나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실제 능력치가 7인데 이를 4라고 보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실제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나 같은 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부작용을 겪곤 한다. 반대로 자기지각의 내용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람들(실제 능력치가 7인데 10이라고 생각하는)의 경우 내가 하면 다 할 수 있을 거라며 존재하는 실패 위험이나 문제들을 간과해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내곤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Troy et al., 2013).


하지만 겸손한 사람들의 경우 이렇게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거나 또는 과대평가하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일에 대해서는 쉽지 않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크게 도움이 될까 싶지만, 실패를 맞닥트리게 되는 경우 자기지각의 내용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람 또는 부정적인 사람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자기지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정서적 충격을 덜 받고 묵묵히 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었다.


자존감이 낮으면 낮은대로 작은 실패 하나에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거나 ‘거봐 애초에 안 될 걸 왜 했어’ 라며 좌절하고, 높으면 또 높은대로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니!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됐어. 내 잘못이 아니라 XX 때문이야!’ 라며 자존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적 행동을 보인다는 발견들이 있었다(Crocker & Park, 2004). 반면 비교적 정확한 자기지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실패는 여전히 쓰라리지만 쉽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실패 하나를 나라고 하는 사람 전체가 쓸모없다는 뜻으로 확대해석하거나 또는 남탓을 하는 방어적인 행동을 잘 보이지 않는다(Leary et al., 2017).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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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겸손한 사람들을 자신의 약점을 (위대해야 할 나의 자아에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것이나 숨겨야할 무엇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실패시 “나의 약점이 드러났다!!”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비교적 평온한 마음으로 이제 알았으니 다행이고 앞으로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관련해서 겸손한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Hill & Laney, 2017). 애초에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포장하고 싶은 욕구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타인이 자신을 멋진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해서 속이 상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을 앞서간다고 해서 크게 위협받지도 않는다.


또한 모두가 나를 당연히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줘야 한다고 하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관계에서 실망하는 일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사람들에게 과한 기대를 하지 않으며 타인의 친절 역시 당연하다기보다 감사한 일로 받는 경향도 보인다. 결과적으로 겸손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타인의 신뢰와 존경을 얻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Davis et al., 2013).

 


모든 게 다 나 때문일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겸손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신경쓰는데 비교적 적은 시간을 쓴다(Hill & Laney, 2017). 사람들은 흔히 세상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해석하곤 한다. 예컨대 저 사람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나를 좋아해서 또는 싫어해서, 내가 실패하거나 성공한 것은 내 능력이 모자라서 또는 뛰어나서 등 세상 일을 어떻게든 자기 자신과 연결지어 해석하곤 한다. 물론 나와 관련된 부분이 있겠지만 실은 나의 존재 여부나 나의 특성과 전혀 상관 없이, 그냥 그날 그 사람이 기분이 좋거나 나빠서, 마침 운이 좋거나 나빠서 관계나 일의 향방이 정해지는 일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 행동거지 등과 결부시켜 삶의 다양한 결과를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치 바깥 세상과 타인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겸손한 사람들은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나 걱정해봤자 바뀔리 없는 일들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이 적은 편이다. 또한 단지 운이 나빠서, 또는 막을 수 없었던 다양한 실수로 인해 일이 잘 안 됐을 경우 그걸 100% 자신의 책임이라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일 또한 덜 하는 편이다.

 

단기적으로는 다소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경향을 보이겠으나 삶의 굴레를 겪어가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는 겸손한 사람들이 가장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1) 자신을 과소평가하지도 반대로 과대평가하지도 않는 정확한 자기지각 2)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약점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3) 흠결없는 완벽한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기 4)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게 나 때문일리가 없다는 사실 인식하기. 기억해보자.

 


※ 참고문헌
Crocker, J., & Park, L. E. (2004). The Costly Pursuit of Self-Esteem. Psychological Bulletin, 130, 392-414.

Davis, D. E., Worthington Jr, E. L., Hook, J. N., Emmons, R. A., Hill, P. C., Bollinger, R. A., & Van Tongeren, D. R. (2013). Humility and the development and repair of social bonds: Two longitudinal studies. Self and Identity, 12, 58-77.

Leary, M. R., Brown, K. W., & Diebels, K. J. (2017). Dispositional hypo-egoicism.. In K. W. Brown & M. R. Leary (Eds.), The Oxford handbook of hypo-egoic phenomena (p. p297-311).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Hill, P. C., & Laney, E. K. (2017). Beyond self-interest: Humility and the quieted self. In K. W. Brown & M. R. Leary (Eds.), The Oxford handbook of hypo-egoic phenomena (p. p243-255).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Tangney, J. P. (2000). Humility: Theoretical perspectives, empirical findings and directions for future research.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 19, 70-82.
Troy, A. S., Shallcross, A. J., & Mauss, I. B. (2013). A person-by-situation approach to emotion regulation cognitive reappraisal can either help or hurt, depending on the context. Psychological Science, 24, 2505-2514.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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