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돈테크무비] 소니의 화려한 부활은 애완로봇 아이보로 완성될 수 있을까?

2017년 11월 26일 18:00

구글의 자회사였다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 매각된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최근 놀라운 동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What’s new, Atlas”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회사의 대표적인 인간형 로봇으로 유명한 아틀라스(Altas)가 다양한 높이의 상자 위로 점프해 올라가더니 백덤블링을 해 착지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1.75m 키와 약 82㎏의 몸무게를 가진 인간형 로봇이 별도의 케이블이나 고정장치 등의 도움 없이 보여준 그 놀라운 균형 감각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동시에 공포심을 유발시키기 충분했다. 대중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로봇의 개발에는 관심이 없다며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매각한 구글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이 있었던 이유다. 

 

 

▲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최근에 공개한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동영상

 


그런데 최근 아틀라스만큼이나 큰 화제가 된 로봇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018년 1월 공식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소개된 소니의 강아지 모양 애완로봇 아이보(Aibo)다. 아이보는 1999년 5월 첫 제품이 출시되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2006년 1월 생산이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그런 불운한 이력을 가진 아이보의 재출시가 주목을 끌게된 원인은 몇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우선 12년이라는 긴 간극이 있긴 했지만, 1세대 아이보를 기억하고 있던 팬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러운 생산 중단 이후 아이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된 적이 없었기에, 아이보가 언젠간 재출시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온 전세계의 팬들이 앞장서 환호를 보낸 것이다.

 

 

▲ 소니가 2018년 출시할 신형 아이보의 프로모션 영상

 

하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12년 동안 급속도로 발달해온 로봇 및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아진 관심이다. 기존의 아이보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 중 상당수가 이번에 선보인 아이보의 소개 영상을 보고 부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기대감도 커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실재로 소니는 아이보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제공함으로써 가족구성원들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며, 22개의 축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초소형 제어기들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OLED 눈이 탑재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보가 접하게 되는 다양한 사운드와 이미지들을 딥러닝을 통해 분석하는 기술도 도입했다고 자랑했다.

 

지난 11월 1일 소니가 아이보의 제출시를 발표하는 모습
지난 11월 1일 소니가 아이보의 제출시를 발표하는 모습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이보 자체가 아니다. 아이보는 10년이 넘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소니의 화려한 부활을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보가 부활의 아이콘이라니?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니가 아이보 사업을 접던 시기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볼 필요가 있다.


소니가 위기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으로 너무 잘 나가던 2000년 전후부터였다. 1995년부터 소니의 전성기를 이끌던 CEO 이데이 노부유키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패러다임을 소니가 주도하겠다는 ‘디지털 드림 키즈’ 전략 하에 미디어 산업의 확장과 동시에 완제품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에 기반한 독자적인 포맷과 표준의 확산에 집착했다.

 

그렇게 시작된 위기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실적 악화로 이어졌고, 2003년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이틀사이에 주가가 27%가 빠지며 시가총액 8950억엔이 사라지는, 이른바 ‘소니 쇼크’로 이어진다. 그때를 기점응로 다급해진 소니는 2005년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는데, CBS의 프로듀서 출신으로 영업되어 미디어 사업을 지휘하던 하워드 스트링거를 CEO에 앉힌 것이다.


전자 산업엔 문외한이었던 하워드는 CEO가 된 이후 금융 및 인터넷 사업 등에 집중하면서, 이데이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자 부분의 주력사업들은 등한시했다. 그때 구조조정 차원에서 중단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아이보였던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긴 했지만 높은 가격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 그리고 잦은 고장으로 인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사업이 중단되기까지 출시되었던 1세대 아이보들
2006년 사업이 중단되기까지 출시되었던 1세대 아이보들

그렇게 본격화된 소니의 긴 암흑기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와 함께 사라지기 시작해, 최근엔 확실히 지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니의 2017 회계년도(2018년 3월까지) 전체 연결 영업이익이 6300억엔(약 6조186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1998년의 5257억엔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고, 최악이었던 2012년672억엔의 영업적자와 비교해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바로 이런 놀라운 실적 개선에 기반한 자신감이 소니로 하여금 다시 한번 애완로봇이라는 차세대 사업 재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물론 애완로봇 시장 자체가 유의미한 규모로 형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팽배하다. 미래 사회를 다룬 영화와 TV드라마 등에 기억에 남을 만한 애완로봇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살아 있는 애완동물에 대한 선호가 뿌리깊다는 것과 동시에 애완로봇에 대한 혐오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아이’에서 로봇 소년 데이빗과 공감하는 것으로 등장하는 애완로봇 테디
‘에이아이’에서 로봇 소년 데이빗과 공감하는 것으로 등장하는 애완로봇 테디

참고로 SF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역할을 한 애완로봇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1년작 ‘에이 아이’에 등장하는 테디(Teddy)를 그나마 유일하게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을 호의적으로 다룬 이 영화에서, 테디가 교감하는 대상은 인간 소년 마틴이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드 분)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