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이 물렁물렁, 내진설계 무력화시키는 액상화 100여 곳 발견

2017년 11월 20일 19:05

최근 포항 지진의 진앙 주변에서 지반 액상화 현상이 관찰됐다. 지진계와 같은 과학적 기법을 이용해 지진기록을 실시한 이후 액상화 현상이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액상화는 지진의 충격으로 땅이 지하수와 섞이면서, 지반이 마치 액체처럼 물렁물렁해지는 현상이다. 액상화가 일어나면 지반이 약해져 건물 붕괴 등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매립지나 해안가, 연약한 지반일 경우 액상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부산과 울산 지역이 여기에 속한다.

 

19일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팀은 “포항 진앙 주변 2㎞ 반경에서 흙탕물이 분출된 지반 액상화의 흔적 100여 곳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지반 액상화 지역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건물의 내진설계를 보완하는 것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지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제공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 한 논에서 기상청 관계자들이 액상화 현상 등과 관련해 지반 샘플 채취를 위한 시추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손문 교수는 “포항이나 울산 등은 경상도 일대에서는 기록으로 벌때 17세기부터 큰 지진이 기록됐던 곳”이라며 “바닷 속에 있던 땅이 약 1000만 년 전 지각 변동으로 융기돼 올라왔기 때문에 젊은 단층이 많고 지반도 약하다”고 설명했다.

 

조선 시대에 이미 한반도 동남부인 경남 지역에서 액상화로 추정되는 현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43년 7월24일과 25일에 큰 지진이 있어 연대와 성첩이 많이 무너졌다. 울산부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승정원일기에도 울산 지진에 대해 ‘물이 샘처럼 솟았으며, 물이 넘자 구멍이 다시 합쳐졌다. 물이 솟아난 곳에 각각 흰 모래 1, 2두가 나와 쌓였다’고 적혀있다.

 

유인창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액상화 현상이 발생하면 지반 자체가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기 때문에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적용된 건물의 내진설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포항 지진 이후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곳이 대부분 농지”라며 “사유지인데다 콘크리트로 덮여있어 조사에 어려움이 있는 도심의 액상화 현상에 대해서도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