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최전선]“3,4년 뒤 100달러로 내 모든 DNA 한눈에 본다“

2017년 11월 10일 10:58

 “100달러(약 11만 원)로 유전체(게놈) 염기 서열 전체를 해독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올해 1월 프랜시스 더수자 미국 일루미나 최고경영자(CEO)는 수년 내에 한 사람의 유전체 서열 전체를 해독하는 비용이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 발표했다.


  일루미나는 유전체 해독 장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로 유전체 해독 비용을 낮추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명의 유전체를 동시에 해독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 서열 해독(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장비를 제작한다. 2014년에 2주 만에 유전체 서열 해독을 할 수 있는 장비를 발표해 1000달러 유전체 해독 시대를 실현시켰다. 올해는 60명분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48시간 만에 해독할 수 있는 ‘노바식 6000’을 발표했다. 일루미나의 새로운 장비 덕분에 업계에서는 3, 4년 뒤에는 1명 유전체 염기 서열 전체 해독 비용이 10만 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퍼블릭도메인픽쳐스 제공
퍼블릭도메인픽쳐스 제공


  유전체 염기 서열 해독 기술은 1977년 영국의 화학자 프레더릭 생어가 개발했다. 올해로 개발 40주년을 맞았다. 생어 시퀀싱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 덕분에 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전체 염기 서열 중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유전자 1개를 해독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이 때문에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Human Genome Project)는 1990년에 시작해 2003년이 돼서야 전체 염기 서열을 해독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본래 15년을 예상했지만 컴퓨터의 발달로 2년을 줄일 수 있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아직 발병하지 않은 질병에 대한 대비를 가능하게 했다. 이른바 정밀의학이다. 30억 쌍의 염기 배열에서 유전자를 찾아냈고, 정상 유전자와 변이 유전자를 구분할 수 있는 자료를 축적했다. 2013년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술을 받은 것도 인간의 유전체 염기 서열이 완전히 해독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졸리는 자신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표준 모델과 비교해 ‘브라카(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유전자 변이형을 갖고 있으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가 넘는다. 졸리는 암에 걸리기 전에 예방 치료를 한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2013년 당시 개인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해독하려면 수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성공한 영화배우 졸리는 기꺼이 지불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섣불리 나설 수 없다. 일루미나가 유전체 해독 40주년을 맞아 100달러 시대를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어 시퀀싱 이후로 15년 걸리던 유전체 해독 기간은 2주로, 30억 달러의 비용은 100만 원대로 떨어졌지만 더 저렴해질 필요가 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는 “유전체 분석 비용이 10만 원대로 떨어진다면 건강검진 항목에 혈액 유전자 검사를 포함하는 등 본격적으로 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 유전자 검사가 일반화가 되면 본격적인 질병 조기 진단의 길이 열린다. 개인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해독해 앞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질병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가령 암세포가 생겼지만 본격적으로 종양으로 진행되기 전에 혈액에 들어있는 암세포 파편을 찾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유전체 해독 비용이 일반인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해지는 것과 함께 혈액 속에 들어있는 극미량의 질병 관련 유전체 물질을 잘 찾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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