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 최대 숙제 “우주의 지배자 ‘암흑물질’ 찾아라”

2017년 11월 03일 11:00

암흑물질 후보 3파전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37억 년 가야 하는 거리에서 두 개의 은하가 충돌했다. ‘총알은하단’이라고 불리는 이 천체를 X선으로 찍으면 가운데에 충돌한 은하가 모여 있지만(총알 모양), 중력만 따로 측정하면 좌우로 이미 지나간 모습(둥근 모양)으로 나온다.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간접증거다. -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37억 년 가야 하는 거리에서 두 개의 은하가 충돌했다. ‘총알은하단’이라고 불리는 이 천체를 X선으로 찍으면 가운데에 충돌한 은하가 모여 있지만(총알 모양), 중력만 따로 측정하면 좌우로 이미 지나간 모습(둥근 모양)으로 나온다.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간접증거다. -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한국인이 제안한 ‘암흑물질’의 존재를 우리 손으로 입증할 기회가 열릴까.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은 2일 오후 대전 KAIST 문지캠퍼스에서 열린 ‘제1회 암흑세계 콘퍼런스’에서 독자적으로 구축한 암흑물질 검출 실험실의 개소식을 열고 그동안 만든 장비를 정식 공개했다. 연구단은 강력한 암흑물질 후보로 꼽히는 ‘액시온’ 입자를 검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별과 은하, 우주먼지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합친 것보다 5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물질이다. 빛이나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고 오직 끌어당기는 힘(중력)만 낸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은하를 만들고 구조를 유지시키는 등 사실상 우주의 지배자 역할을 한다.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역사와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인 ‘표준 우주모형’에서는 이런 암흑물질이 전체 우주의 2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암흑물질의 후보로 여러 가상 입자를 제시했다. 그 가운데 세 가지가 최근까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액시온은 그중 하나로 1979년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가 제안했다. 김 교수는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가설 속 입자를 재해석해 이 입자가 우주 전체에 퍼져 존재하며 강력한 중력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액시온은 장점이 많은 후보다. 콘스탄틴 지우타스 그리스 파트라스대 교수는 “입자의 대칭성에 관한 물리학의 난제도 해결하고 암흑물질도 될 수 있는 입자”라며 “최근 독일 등 유럽에서도 두 개 연구팀이 추가로 실험 장치를 검토하고 있는 등 점점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 주제로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힉스입자가 발견된 이후로는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윤성우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 연구위원은 “액시온의 탄생을 설명하는 이론이 힉스입자의 이론과 비슷하다”며 “연구자들 사이에서 ‘액시온이 안 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단이 만든 장비는 액시온이 만든 흔적을 찾는 데 특화된 장치로 일종의 ‘안테나’로 비유할 수 있다. 공개 하루 전 찾은 대전 문지동 실험실에서 본 검출기는 우주의 비밀을 풀 ‘판도라의 상자’ 치고는 아담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큰 생수통 두 개 크기(4L)의, 캔처럼 생긴 원통형 금속 구조물 주위를 초전도 자석으로 둘러싸서 자기장을 건다. 이후 강력한 냉동장치를 이용해 영하 273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을 유지시키면 액시온 입자 신호를 잡을 안테나가 완성된다. 


만약 액시온이 존재한다면 이 안테나 내부를 지나며 자기장과 반응해 전자기파가 발생한다. 이 전자기파를 증폭시켜 검출하는 게 실험의 핵심이다.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성공하기란 해변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다. 장상현 IBS 순수물리이론연구단 연구위원은 “액시온의 질량을 모르기 때문에, 마치 라디오 주파수를 찾을 때처럼 조건을 바꿔 가며 가능한 모든 질량대를 탐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두 개의 후보 물질 역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약하게 상호 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의 ‘윔프’는 가장 많은 물리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전통의 강자로 지금까지 암흑물질의 대명사처럼 불려 왔다. 현재까지의 입자 물리학 성과를 집대성한 ‘표준모형’을 확장한 이론에는 기존의 입자와 짝을 이루는 여러 가지 미지의 입자가 존재한다고 보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윔프의 후보다. 윔프는 올해 타계 40주기를 맞은 고 이휘소 박사가 1977년에 쓴 논문에서 처음 이름을 사용해 우리와도 인연이 있다. 한국에서는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이 중심이 돼 강원 양양군 점봉산 지하 700m 지점에서 측정 실험을 하고 있다.


마지막 후보는 ‘비활성 중성미자’라는 특이한 중성미자다. 중성미자가 갖는 독특한 성질에 의해 태어나는 일종의 변종 중성미자인데, 상대적으로 질량이 커 암흑물질 후보로 주목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암흑물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부침을 겪고 있다. 패트릭 휴버 미국 버지니아공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암흑세계 콘퍼런스 발표에서 “우주의 여러 현상들을 비활성 중성미자를 쓰지 않고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