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남자가 더 위험추구 성향 높나

2017년 11월 04일 15:00

흔히 사람들은 여성이 더 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함께 어울려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수다 떤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주로 여성들의 모임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Scientific Report에 실린 한 연구(Onnela et al., 2014)에 의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녹음기를 들고 며칠 생활하게 한 후 대화의 빈도를 분석해 보았더니 남녀 간 수다에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모임이 큰 경우에는 되려 남성이 더 말이 많았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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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를 보고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여성이 더 말이 많다는 건 너무 당연한 ‘사실’인 것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초중고 시절 시끄럽게 떠내려가는 교실 안에는 남자 아이들의 소리 역시 매우 컸다. 지하철에서 떠나가라 큰 소리로 통화하던 사람, 회식 자리에서 떠나가라 소리를 높이던 사람들, ‘내가 왕년에 말야~’하고 한 번 시작하면 혼자서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번씩 몇 시간씩 하는 사람들 안에도 역시 남성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왜 여성이 더 말이 많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남성이 수학을 못하면 “너 수학 정말 못하는구나”라고 하지만 여성이 수학을 못하면 “역시 여자는 수학을 못 해”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비슷하게 남성이 말이 많은 경우 ‘저 사람은 참 말이 많군’ 하고 넘어간 반면 여성들이 소리 높여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여자는 말이 많아’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일까? 이렇게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예외’로 치부하고 부합되는 정보만 쏙쏙 골라 ‘역시 ㅁㅁ는 ㅁㅁ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쉽게 형성하곤 한다.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나 역시 확증편향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최근 사회 및 성격심리 과학지(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위험 추구 성향(risk-taking behaviors)’에서도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더 위험한 행동을 많이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Morgenroth et al., 2017).


연구자들은 위험 추구 성향을 측정하는 기존의 문항들이 남성중심적이었음을 지적했다. 예컨대 월급을 도박에 전부 탕진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성생활을 하거나 밤길을 혼자 걸어다니는 등의 행동은 주로 남성들에게 해당되는 위험 추구 행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안전하지 않은 성생활이나 홀로 밤길을 걷는 행동의 경우 그 행동의 ‘결과’나 실제 ‘위험의 정도’가 남녀에 따라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란한 성생활의 경우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여성의 경우 임신과 그로 인한 신체적 부담을 질 수 있고 또한 사회적으로 ‘창녀(slut)’라는 비난까지 지게되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밤길을 홀로 걷는 행동 역시 남녀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위험한 결과의 가지수와 확률이 다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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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실제 남녀에게 다양한 위험한 행동들을 할 의향을 물었을 때, 남녀에게 있어 비슷한 수준의 해로움을 가져다주는 행동들에 있어서는 (예, 자신이 좋아하는 뭔가를 사는데 돈을 왕창 쓴다, 티켓 값이 많이 싸다면 안전하지 않은 항공사를 이용한다 등) 남녀가 비슷한 수준의 위험추구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목숨을 걸고 하는 ‘익스트림 다이어트’, ‘성형수술’, ‘장기 기증’이나 조금 덜 위험한 것들로 ‘사회 운동’, ‘성차별적 발언에 대응하기’ 등에 있어서는 여성들의 위험추구 성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같은 수준의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여성들이 주로 하는 위험한 행동들은 남성들이 주로 하는 위험한 행동들에 비해 ‘덜’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 또한 나타났다. 같은 돈을 써도 남성이 자신이 좋아하는 물품을 사는데 쓰면 건전한 취미활동이지만 여성이 사면 ‘사치’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비슷한 수준의 모험이나 우스꽝스러운 행동도 여성이 하면 덜 멋진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일까?


목숨을 걸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등의 ‘영웅적인 행동’ 역시 여성이 하면 덜 영웅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연구가 있었다(Becker & Eagly, 2004). 비슷한 수준의 행동이지만 단지 여성이 했다고 해서 별 거 아닌 일로 치부되는 일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 참고문헌
Becker, S. W., & Eagly, A. H. (2004). The heroism of women and men. American Psychologist, 59, 163-178.
Onnela, J. P., Waber, B. N., Pentland, A., Schnorf, S., & Lazer, D. (2014). Using sociometers to quantify social interaction patterns. Scientific reports, 4, 5604.
Morgenroth, T., Fine, C., Ryan, M. K., & Genat, A. E. (2017). Sex, Drugs, and Reckless Driving: Are Measures Biased Toward Identifying Risk-Taking in Men?.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948550617722833.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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