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크루즈 해변에 맞닿아...해저단층 조사 연구의 최전선을 가다

2017년 10월 31일 17:00

아무도 본적 없는 바다 밑 바닥을 조사한다는 것은 매우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다. 사회에 공헌도할 수 있으니 더욱 완벽하다_대니 브라더스 USGS 연구원”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130㎞ 달려 내려오면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도시, 산타크루즈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온화한 기후를 가진데다 적절히 강한 파도가 있는 덕분에 서퍼들이 많이 찾는 휴양 도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곳을 찾은 이유는 미국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태평양연안 해양과학센터(Pacific Coastal and Marine Science Center)의 산타크루즈 분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자연 재해의 최전선에서 가장 기초 연구를 하는 곳

 

이곳의 주요 업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전체 해안의 지형과 생물 서식지 기본 지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특히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캘리포니아 해역의 해저 지형도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북아메리카 서쪽에 1240㎞에 달하는 해안선을 갖고 있는 지역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서쪽의 태평양판과 동쪽의 북아메리카 판이 만나는 지역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태평양판이 북아메리카판 아래로 들어가는 섭입대도 있습니다. 또 판의 경계를 따라 수많은 단층이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학창 시절 열심히 외웠던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네, 그 단층이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있는 홍합 바위에서는 태평양판(아랫쪽 푸른 부분)이 북아메리카판(위쪽 흙색 부분)아래로 섭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 샌프란시스코=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있는 홍합 바위에서는 태평양판(아랫쪽 푸른 부분)이 북아메리카판(위쪽 흙색 부분)아래로 섭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 샌프란시스코=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이런 거대한 지질 구조들이 친절하게 육지에 있다면 좋으련만, 상당히 많은 지역은 바다에 있습니다. 깊은 바닷물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나라에서 바다 밑바닥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사람에게 큰 재앙을 일으키는 지진만 하더라도 육지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극히 일부입니다. 쓰나미로 큰 인명 피해를 냈던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이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역시 해저면 아래에서 일어난 지진이었습니다. 이 지진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모 판과 모 판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대한 단층 때문에 지진이 일어났다’ 정도로 다소 광범위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단층들이 얼마나 길게,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양산 단층이 있지만 정말 육지에만 있는지, 양산 단층이 아니어도 다른 단층이 바다에 있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습니다.

 

사무엘 존슨 연구원은 USGS의 캘리포니아 해저지도 작성 프로그램(The California Seafloor Mapping Program, CSMP)에 대해 “현재 제작하고 있는 지진위험지역 지도 등을 만들기 위한 아주 기초적인 단계”라고 말합니다. 해저 지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지진의 발생 원인과 발생 지역을 정확하게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대비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자료가 축적되면 어떤 지역에 몇 년 안에 지진이 날 확률이 몇%인지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2009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캘리포니아 인근 지역의 해저 단층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혀냈습니다. 따로 나뉘어져 있던 단층이 실제로는 거대한 하나의 단층이었음을 알아내기도 했고, 길이가 수백 ㎞나 되는 긴 단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 자신감 넘치고 여유있는 연구자들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여유롭고 유쾌한 연구소 분위기가 있습니다. 장소부터 흥미롭습니다. 현재 센터가 자리한 건물은 1990년대에는 껌을 생산하던 곳이었습니다. 공장을 연구소로 개조하면서 필요한 벽만 추가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벽 없이 파티션만 설치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가볍게 한 바퀴를 둘러봤을 때는 연구소 곳곳에 할로윈을 즐긴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연구소 어딜 가도 연구원들이 만든 해양 지도가 놓여있습니다. 각 연구원은 자신이 만든 지도를 자랑스럽게 연구실 외벽에 붙여둡니다. 퇴적물 지도일 수도 있고, 지형지도일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지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해도 자신있고 유쾌하게 설명해 줍니다. 둘로 나눠진 작은 단층이 실제로 거대한 단층 한 개였다는 사실을 찾아낸 자넷 와트 연구원은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며 “운이 좋았다”며 웃었습니다. 그러나 말을 하는 와트 연구원도, 그 이야기를 듣는 기자도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자료를 모으고, 사소한 지형까지 놓치지 않는 꼼꼼한 분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연구실 외벽 뿐만이 아닙니다. 공간이 있다면 어디든 자료가 붙어있습니다. 벽은 물론 빈 테이블에 조차 말이지요.

 

센터 어디를 가도 연구원들이 만든 지도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개인 연구실 뿐만 아니라 빈 공간이라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 산타크루즈=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센터 어디를 가도 연구원들이 만든 지도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개인 연구실 뿐만 아니라 빈 공간이라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 산타크루즈=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연구소 곳곳에 놓여있는 특이한 예술 작품도 눈길을 끕니다. 2012년 산타크루즈의 지역 예술 작가들과 과학자들이 협력해 만든 미술 작품입니다. 해저 지형도나 지층 단면도를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작품에 참가한 존슨 연구원은 “연구 자료가 미술 작품이 되는 것은 대단히 특이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 덕분에 흥미로운 결과를 계속 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무엘 존슨 연구원이 산타크루즈 지역 작가 앤 알츠텟과 만든 예술 작품. 작가는 존슨 연구원의 자료 위에 풍경 이미지를 입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 산타크루즈=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사무엘 존슨 연구원이 산타크루즈 지역 작가 앤 알츠텟과 만든 예술 작품. 작가는 존슨 연구원의 자료 위에 풍경 이미지를 입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 산타크루즈=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바다 밑 바닥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은 어찌보면 지루한 작업을 매일 진행중입니다. 바다에 나가 지형 자료를 모으고, 연구실에 돌아와서는 자료를 해석하고 지도를 그립니다. 이렇게 모인 자료는 USGS 홈페이지를 통해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합니다. 홈페이지에 접속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과물에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긴 시간을 기다려준다는 것도 이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될 겁니다. CSMP는 2009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은 내년에 종료 예정이지만, 새로운 장기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원들은 자신이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캘리포니아 지역 지진 자료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게 됩니다.

 

※ 이 기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의 공동 기획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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