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연구 동행르포] 염색체 이형 생명체, '동방종개' 찾아 삼만리

2017년 11월 02일 15:00

※편집자주: 전국에 사는 미꾸리과 담수어류(이하 민물고기)는 5속 16종이다. 그 중에서도 종개류 어종은 한국의 각 지역별로 특화된 종을 이루며 적응했다. 특히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동방종개는 염색체 핵량이 같은 종개류나 일반 생물보다 2배나 많은 4배체(4n)생물이다. 본격 월동철이 되기 전인 지난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4배체 생물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를 위해 민물고기 '동방종개'를 찾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생태조사팀과 경북지역의 하천 속으로 들어가 봤다.

 

경상남도 포항 용호저수지 인근 하천으로 물가에 달뿌리풀이 무성하다 - 김진호 제공
경상북도 포항 용연저수지 인근 하천으로 물가에 달뿌리풀이 무성하다 - 김진호

26일 아침, 원용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와 차로 6시간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경북 포항시 용연 저수지 인근의 하천이었다. 미리 와서 경주 지역 탐방을 마친 고명훈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박사후 연구원과도 이곳에서 합류했다. 기자까지 세 명으로 이뤄진 생태조사팀은 날씨가 추워져 자취를 감추기 전에 토종 민물고기 ‘동방종개’를 찾기 위해 나섰다.

 

“민물고기들은 겨울로 접어드는 11월부터 본격적인 월동에 들어갑니다. 특히 우리가 찾으려는 동방종개 역시 수온이 11~12도 이하로 떨어지면 땅 속에 몸을 숨기고 활동하지 않아요. 그 전에 이들을 만나러 온 겁니다.”

 

고명훈 연구원이 고무로 된 방수복을 꺼내 나눠주면서 말했다. 생태 전문가로 멸종위기생물 조사사업에 참여했던 고 연구원가 함꼐 기자도 하천에 들어가 고기를 잡는 것을 옆에서 도울 수 있었다.

 

종개의 종별 위치분포도 - 원용진 교수 제공
참종개속의 종별 위치분포도 - 원용진 교수 제공

조사팀이 경상도 지역 하천에서 동방종개를 찾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핵량 때문이다. 지난 7월 원 교수팀은 미꾸리과 어류인 종개가 태백산백과 소백산맥의 형성 과정에서 서식지가 갈라지면서 북방종개, 참종개, 부안종개, 남방종개, 왕종개, 동방종개 등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종으로 분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계통분류학과 생물다양성’에 발표했다.

  

이중에서도 동방종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최근 생겼다. 대부분의 생물은 염색체 핵량이 부모로 부터 n개씩 물려받아 2n이다. 사람은 23개씩 받아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종개의 염색체 핵량을 분석한 결과, 유독 동방종개의 염색체만 일반적인 2n이 아닌 4n의 특이한 핵량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방종개만이 ‘이형’ 생명체인 것이다.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팀은 경상도에 있는 다섯 곳 이상의 하천에서 동방종개를 찾아 핵형분석용 시료를 얻을 계획이다. 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염색체는 2n인데 간혹 3n, 4n을 갖는 생물이 있다”며 “4n은 보통 식물에서 나타나고 어류와 양서류, 일부 파충류에서 3n의 핵형을 가진 동물이 있는 데, 동방종개가 식물과 같은 4n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연계에 왜 이런 이형동물이 존재하는지 조명할 것”이라며 “염색체 배수화로 생긴 돌연변이 종이 그곳에 환경에 적응하는데 적합했다는 전제하에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방종개는 자갈과 모래가 섞인 얕은 물에 산다

 

고기를 담을 통을 목에 걸고, 두 막대를 그물로 연결해 고기몰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족대를 어깨에 걸친 고 연구원이 먼저 하천으로 들어갔다. 물은 가장 깊은 곳이 1m 30㎝ 안팎이었다. 고 연구원이 물이 깊어지는 방향으로 족대를 찔러 넣자 족대 앞에서 원 교수가 물장구를 치듯 바닥을 휘저었다. 흙탕물이 피어오른 순간, 고 연구원이 재빨리 족대를 들어 올렸다.

 

동방종개를 잡기위해 몰이를 하고 있는 원용진 이화여대 교수와 고명훈 연구원 - 김진호 제공
동방종개를 잡기위해 몰이를 하고 있는 고명훈 연구원(왼쪽)과 원용진 교수 - 김진호

고 연구원은 “미꾸리과의 종개류는 햇빛이 비치는 한낮에는 나와 있기도 하는데 해가 져갈 때라 그런 지 다 바닥 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며 “특히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월동철이라 탐사를 나와도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고 연구원은 “지역마다 최소 5마리를 잡는 게 목표”라며 “그 날 작업이 언제 끝날지는 운에 달렸다”고 말했다.

 

몇 번의 허탕을 쳤지만 40여 분 만에 해당 지역에서 채집해야 할 동방종개 수를 채울 수 있었다. 고 연구원은 잡아온 동방종개를 보자마자 암수 개체를 구별했다. 종개류는 보통 5~7월에 생식을 하는데, 수컷이 암컷의 몸을 휘감아 알을 낳도록 조이는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해부학적으로 수컷만이 골질반을 가지고 있고, 가슴지느러미 크기가 암컷보다 크다. 골질반은 미꾸리과 어류의 가슴지느러미의 구조적 특징을 일컫는 말로, 수컷의 가슴지느러미 제2줄기에 나타난다. 고 연구원은 “골질반의 형태를 보면 암수의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며 “우선 외견상 머리뒤에 달린 가슴지느러미가 굵고 긴 것이 수컷이며, 암컷보다 보통 개체의 전체 크기는 작다”고 설명했다.

 

동방종개 암컷(왼쪽)과 수컷으로 수컷의 머리후방 지느러미가 더 넓다 - 김진호 제공
동방종개 암컷(왼쪽)과 수컷. 수컷의 머리 후방 지느러미가 더 길다 - 김진호

핵량 분석을 위해 동방종개의 꼬리지느러미를 잘라야 했지만 움직이는 상태로는 쉽지 않았다. 고 연구원이 척추동물에 쓰는 흡입 마취제 MS-222(Tricaine methane sulfonate)를 꺼내 약 6분의 1 ~ 8분의1 티스푼 정도를 고기를 담은 통에 뿌렸다. 동방종개의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1분이 채 안 돼서 전신마취 상태가 됐다.

 

고 연구원은 “오늘은 핵량 분석용 샘플만 얻고 풀어줬는데 내일은 생활사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 산 채로 몇 마리 수집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꼬리 지느러미를 자른 동방종개를 다시 하천에 풀어주고 약 2분이 지나자 마취가 풀렸는지 다시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원 교수는 “저 아래 용연 저수지가 생겨서 이곳의 동방종개의 이동 길도 끊긴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저수지의 깊은 수심 환경에서 동방종개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명훈 연구원이 마취를 위해 MS-222를 뿌린 뒤 마취된 동방종개의 꼬리지느러미를 잘라 시료통에 넣고 있다. - 김진호 제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명훈 연구원이 마취를 위해 MS-222를 뿌린 뒤 마취된 동방종개의 꼬리지느러미를 잘라 시료통에 넣고 있다. - 김진호

● 종 보존하기 어려운데...종개 터전은 계속 사라져

 

이튿날인 27일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인 조사팀은 북북 영덕군을 가로 지르는 영덕 오십천으로 향했다. 이곳에선 햇빛을 받아 물 위를 헤엄치고 있는 동방종개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핵량 분석을 위한 샘플 이외에 생태 연구를 위해 산 채로 동방종개를 포획하는 작업을 했다. 고 연구원이 잡아온 동방종개를 투명한 비닐에 민물과 함께 넣었고 용존산소량을 높이기위해 산소를 주입했다. 그 뒤 이중포장을 해 단열박스에 담았다.

 

고 연구원은 “동방종개와 같은 민물고기는 인위적인 환경에서 사육하기 어려운점이 많다”며 “잘 길러낸다고 해도 자연에 방류했을 때 적응도 잘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멸종위기 종의 개체수를 늘리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그래도 미래 사라질 위험이 있는 종을 최대한 보존하려면 각각의 생명체의 기초생활사부터 충실하게 연구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잡은 민물고기를 산채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용존산소량을 높이기위해 산소를 주입해 포장한다. 또 죽은 물고기 연구를 하는 경우 부패를 막기위해 70%알코올에 담가 고정시켜 운반한다. - 김진호 제공
잡은 민물고기를 산채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산소를 주입해 용존산소량을 높인 다음 포장한다. 또 죽은 물고기의 조직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경우 부패를 막기위해 70%알코올에 담가 고정시켜 운반한다 - 김진호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영덕 오십천에서 약 10㎞ 거리에 위치한 축산천 중상류 지역이었다. 고 연구원이 3년 전부터 꾸준히 탐사를 한 곳이지만 최근 고가철교 공사가 진행되면서 동방종개를 찾기 힘들어졌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임시 도로 아래로 인위적으로 물길을 뚫어 뒀지만 고기들의 이동은 많지 않았다. 50여 분을 뒤졌지만 동방종개는 찾지 못했다. 진흙뻘이 있는 곳에 사는 미꾸리와 외래종인 사과왕우렁이가 여럿 잡혔을 뿐이다. 이곳에서는 한번도 발견된 적이 없던 버들붕어가 여러 마리 잡힌 점도 특이했다.

 

고 연구원은 “불과 몇 달 전에 왔을 때까지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버들 붕어가 발견되는 게 신기하다”며 “지역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완전히 갈아 엎는 하천공사로 생태계가 끊임없이 변하고 파괴되는데, 이에 대해 최소한의 조사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업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원 교수는 “자연의 생명체를 잡아서 연구하면서 열정 이상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며 “최소한의 개체수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축산천 상류의 공사장 어로를 탐사하는 고명훈 연구원과 아가미의 초록색 점으로 관상용으로 많이 유통되는 버들 붕어, 수풀에 붙어있는 사과황우렁이 알 - 김진호 제공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축산천 중ㆍ상류의 공사장 어로를 탐사하는 고명훈 연구원과 관상용으로 많이 유통되는 버들 붕어, 수풀에 붙어있는 사과왕우렁이 알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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