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영화] 꿈꾸는 그대 ‘라라랜드’

2017년 10월 29일 10:00

# 영화 ‘라라랜드’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
장르: 뮤지컬, 드라마, 멜로/로맨스
상영시간: 2시간 8분
개봉: 2016년 12월 7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주)판씨네마 제공
(주)판씨네마 제공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여우주연상 포함 6관왕, 제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5관왕, 제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7관왕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200개가 넘는 수상 실적 기록. 전 세계 4억 4000만 달러 흥행 및 우리나라 350만 관객 동원. 작년 말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라라랜드’ 이야기다. 오늘은 개봉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는 ‘라라랜드’를 만나보자.


(*아래에는 영화 ‘라라랜드’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별들의 도시, 꿈꾸는 그대

 

(주)판씨네마 제공
(주)판씨네마 제공

배우로 활동했던 이모의 영향으로 그 자신도 배우의 꿈을 꾸는 미아(엠마 스톤 분). 힘을 잃어가는 정통 재즈의 명맥을 이으려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 ‘라라랜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각자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극의 배경이 되는 미국의 LA(=LA LA LAND)는 영화 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있는 “별들의 도시(City of Stars)”다. 미아가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간간이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곳은 거대한 영화 스튜디오 안에 있고, 잘 나가는 배우도 심심치 않게 커피를 사러 찾아온다. 사람들은 스타를 사랑하고 미아는 그런 배우들을 동경하지만, 오디션에서 번번이 떨어진다.


반면 세바스찬이 사랑하는 재즈 음악은 LA에서도 천대 받는다. 세바스찬이 재즈 피아니스트로 잠깐 일하는 바의 사장 ‘빌’(J.K. 시몬스 분)은 프리 재즈가 싫다며 ‘징글벨’ 같은 곡이 잔뜩 담긴 선곡표를 준다. 정통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 장소여서 세바스찬이 ‘최애’하던 재즈바 ‘Van Beek’는 이제 스페인 음식인 타파스를 팔며 브라질 음악을 틀어주는 ‘Tapas & Tunes’로 바뀌어 있다. 세바스찬이 “LA는 모든 것을 찬양하지만 아무것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는 푸념을 늘어놓을 만하다.


그런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서 각자의 꿈을 이해하고, 응원한다. 세바스찬은 오디션에서 낙방해 상심한 미아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1인극을 써보라고 격려한다. 미아는 세바스찬이 사랑하는 정통 재즈에 점차 매료된다.

 


# 뮤지컬 영화의 모든 것


그리고 사람들은 ‘라라랜드’에 매료되었다. 이 열풍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주)판씨네마 제공
(주)판씨네마 제공

‘라라랜드’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누구나 공감하듯이 뮤지컬이다. 오프닝 장면 ‘Another Day of Sun’부터 앞으로 아주 화려한 뮤지컬 무대가 계속해서 펼쳐질 것임을 예고한다. LA의 꽉 막힌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수십 명의 배우들이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고 멋진 군무를 펼쳐 보인다.


이어지는 ‘Someone in the Crowd’가 주는 흥겨움과 배우들의 다채로운 드레스도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으로 꼽히는 ‘A Lovely Night’이 펼쳐지는 무대는 또 어떤가. 짐짓 틱틱거리면서도 재회를 반가워 하던 두 사람이 새침하게 탭댄스를 추는 장면, 그리고 그 뒤로 마법처럼 펼쳐진 ‘매직 아워’의 순간. 이 장면이 주는 감흥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이 CG가 아닌 ‘진짜’라는 점이다.


주제곡인 ‘City of Stars’도 좋지만 극중 미아가 오디션에서 부르는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명곡이다. 감독은 조명의 효과를 이용해 화면비를 줄여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미아가 고달픈 상황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는 모습에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장면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엠마 스톤이 현장에서 라이브로 불렀다는 노래는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앤 해서웨이가 불렀던 ‘I Dreamed A Dream’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관객을 울컥하게 만든다.

 

(주)판씨네마 제공
(주)판씨네마 제공

이렇듯 ‘라라랜드’는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미, 실황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연출, 원색을 바탕으로 한 총천연색의 의상을 입고 혼신의 힘을 다해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뮤지컬 영화의 모든 것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을 완벽에 가깝도록 통솔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뮤지컬 영화가 익숙지 않더라도 결국은 영화의 매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라라랜드’가 오마주한 ‘쉘부르의 우산’,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뮤지컬 영화나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 속 장면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 ‘좋은 영화’의 증명
 

(주)판씨네마 제공
(주)판씨네마 제공

‘라라랜드’를 이야기할 때, 엠마 스톤의 연기력과 라이언 고슬링의 매력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스크린 속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대사와 표정, 노래, 그리고 몸짓까지도 연기로 승화시키고, 영화 속 미아의 감정 흐름에 따라 강약과 깊이를 조절하는 등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상대 역인 라이언 고슬링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눈빛으로 관객들을 홀린다. 재즈 한 길만 파는 외골수이면서, 임자 있는 미아를 기다리는 고독한 남자였다가, 잠시 사랑에 빠지더니 결국 비련의 남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마친다. 어디든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아 마음이 가던 세바스찬이기에 그가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눈빛은 몹시 애잔하다.


이 외에도 ‘라라랜드’에는 수없이 많은 얘깃거리가 있다. 가히 색채의 향연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영화 속에 다채롭게 등장하는 색의 의미를 찾아봐도 좋다. 영화 속에 인용되는 재즈 음악과 뮤지션을 알아봐도 좋고, 그 자신이 재즈 매니아인 덕분에 대부분의 필모그래피를 재즈 영화로 채운 데이미언 셔젤 감독(그는 ‘위플래쉬’의 감독이기도 하다)에 대해서 탐구해 볼 수도 있겠다.


이토록 다양한 매력을 지닌 ‘라라랜드’는 작년 12월 개봉 당시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VOD가 출시된 올해 4월까지 비교적 긴 시간 극장에서 상영했다. 물론 관객들의 부름을 받아 기획전, 특별 상영 등의 방식으로 아직도 ‘라라랜드’를 상영하는 극장들도 있다(대표적으로 상상마당 시네마).


영화라는 매체와 극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개봉 후 1주일 내로 흥행의 운명이 갈리는 현실에서 ‘라라랜드’의 장기 흥행과 상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왕의 남자’나 비교적 최근 ‘비긴 어게인’과 ‘주토피아’가 그랬던 것처럼 좋은 영화, 매력적인 영화는 결국 관객들이 알아본다는 명제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흥행을 위해 어디서 본 듯한 영화를 또다시 찍어내듯 만들어 내는 현재 한국영화 산업에 미래가 있으려면 결국 초심으로 되돌아와 개별 컨텐츠 자체의 개성과 매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