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사장님은 왜 등산을 좋아할까?

2017년 10월 28일 10:00

 


‘전체 직원 공지 - 금주 토요일 사장님과 함께하는 산행이 있사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한국의 직장인이라면 주말에 상사와 등산을 가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도대체 중년의 부모님뻘 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등산을 좋아할까요?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에게 바이오필리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은 진화를 거치면서 최적의 생태적 공간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갖게 됐다는 것이죠.


첫째, 음식과 경쟁자를 잘 알아볼 수 있는 트인 곳.
둘째, 절벽, 언덕, 산꼭대기 등 정찰이 편리한 곳.
셋째, 물과 음식을 얻을 수 있는 호수와 강이 있는 곳.
진화심리학자 고든 오리언스는 인간이 좋아하는 환경 조건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리언스의 세 가지 요소를 가장 잘 만족시키면서도,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주변의 작은 산입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한 연구에서는 15분 간 틀린 맞춤법을 찾는 과제를 한 뒤 참가자를 둘로 나눠 각각 해안과 목장의 사진, 도시 사진을 보여주고 맥박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과제를 하면서 빨라진 맥박은 사진을 보며 다시 느려졌는데, 도시보다 자연환경 사진을 본 집단에서 더 빨리 회복됐습니다.


심리학자 스테판 카플란은 자연 속에서 마음이 안정되고 회복효과를 보는 것을 '주의 회복 이론'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선호하는 정도는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비율은 남녀 모두 40대 이상에서 압도적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오히려 자연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환경교육학자 데이비드 오어는 인공적인 환경에서 지내는 어린이에게서 '바이오포비아', 즉 자연공포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자연은 원래 춥고 컴컴하며 포식 동물과 독초가 가득합니다. 건조한 사막과 얼어붙은 대지, 무더운 밀림이 자연의 본 모습이죠.


따라서 진화 관점으로는 어린 나이에 성급하게 위험한 자연으로 뛰어드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장님은 왜 굳이 젊은 직원들을 이끌고 산에 오르려는 걸까요?


생애사 이론으로 설명하자면, 수렵채집 사회에서 남성의 최대 생산능력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완성됩니다. 이 시기를 수습 교육 기간이라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경험 많은 부족 선배는 젊은 부족원에게 수렵채집기술을 열심히 전수합니다. 집단의 존립을 위해 다음 세대에 생존기술을 전수하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직무교육으로 나타납니다. 수만 년 전부터 반복된 과정은 산을 좋아하는 중년의 사장님이 무의식적으로 원시 시대의 족장 역할을 하고 싶게 만드는지도 모릅니다.

 


- 참고: 과학동아 2015년 06월호 ‘우리 몸 속에는 ‘녹색갈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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