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은 필요 없다> 저자, 제리 카플란에게 인공지능의 미래를 묻다

2017.10.26 08:00
“내가 사는 집은 1904년에 한 저명한 건축가가 조지 왕조 양식으로 지었다. … 그러나 진짜 보석 같은 공간은 식당이다. … 짙은 색 원목 패널, 석고를 바른 천장에 새겨진 독특한 제임스 1세 시대 꽃 장식, 1606년에 주조된 독창적인 무쇠로 된 난로 벽면 등이 멋스럽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학자이자 미국 스탠포드대 제리 카플란 교수의 저서 <인간은 필요 없다>의 한 대목이다.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에 있는 도시 샌머테이오 지역에 위치한 제리 카플란 교수의 자택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삼나무와 플라타너스, 로즈마리 등으로 잘 가꿔진 정원을 지나 새하얀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묘사한 식당이 보였다. 벽난로 위에 대형 그림 액자가 걸린 바로 그 식당 안에서 제리 카플란 교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 제리 카플란 교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 제리 카플란 교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인공지능, 나무에 올라가면서 우주에 가고 있다고 말하는 수준

가장 먼저, 알파고에 이어 최근 구글이 발표한 알파고 X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수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프로세서의 성능이 향상되고 네트워크나 데이터의 속도가 좋아지며 인공지능은 매우 빨리 발달했다. 하지만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는 나무에 오르면서 우주에 가고 있다고 말하는 수준이다. 우린 아직 사람이 어떻게 지능을 발휘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한마디로 ‘갈 길이 멀다’는 말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 제리 카플란 교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 제리 카플란 교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한국에서의 인공지능에 대한 오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탓이 커

제리 카플란 교수는 “흔히 인공지능이 지나치게 똑똑해져 군대처럼 인간을 지배하거나 위협할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에 대한 이런 오해는 영화나 언론의 영향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더욱 크게 오해하는 것 같다”며 “이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탓이 크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한국에서 잘 알려지고 뛰어난 바둑기사인 이세돌을 이기자,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세돌)을 이길 만큼 똑똑해졌으니, 이제 곧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오해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파고가 이세돌은 이길 수 있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리 카플란 교수는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소득 불균형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현재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이 자동으로 처리될 것”이라며, “자동화는 부유한 사람을 더 부유하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혜택이 소수의 부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중요한 건 기본교육

인공지능 연구자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제리 카플란 교수는 “인공지능은 정해진 일은 잘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일 등은 잘 못한다.”며 인공지능이 잘 하는 일과 잘 못하는 일을 잘 살피라“고 조언했다. 이어 “가장 좋은 교육은 기본 교육”이라며, “기본 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미래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문학과 역사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리 카플란 교수는 인문학과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학위가 있다. 그는 "내가 컴퓨터 사이언스만 전공했다면 인공지능이 미래에 미칠 사회, 경제적인 영향에 대한 책들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너무 일찍 전문 분야를 갖지 말고 인문학이나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 제리 카플란 교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 김정 기자 제공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 제리 카플란 교수를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 김정 기자 제공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나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이 최근 30~40년 안에 이뤄낸 성과는 매우 경이로우며, 한국은 기적의 나라”라며, “만약 내가 미국에서 이민을 가야 한다면 전세계에서 단 한 곳, 한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 김정 기자 ddanceleo@donga.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PF 디플로마-과학 저널리즘과 과학기술 해외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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