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독-OECD 함께 만든 유전자교정기술 정책 가이드라인 나온다

2017년 10월 23일 09:00
(데스킹 전) 美 FDA, 세계 최초 유전자교정 치료제 2종 승인…OECD 정책연구원 “각 규제당국은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혁신부 과학기술정책위원회의 데이비드 위닉오프 선임정책연구원(왼쪽)과 헐만 가든 보건정책연구원이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한국법제연구원 제공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교정 치료제 2종을 승인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규제당국은 유전자교정 기술을 연구하고 활용하는 연구자들과 산업계 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데이비드 위닉오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혁신부 선임정책연구원은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OECD-한국법제연구원 전문가 회의: 첨단치료를 위한 유전자교정기술의 거버넌스·정책·법제’에서 최근 시장에 진입한 유전자교정기술과 관련해 정책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위닉오프 연구원과 헐만 가든 OECD 과기혁신부 보건정책연구원, 이익현 한국법제연구원장, 신은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 전문가 10여 명이 참석했다.
 
‘유전자 가위’로 대표되는 유전자교정기술은 DNA에서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잘라내 없애거나 교정할 수 있는 기술로, 수만 가지 유전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각광 받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윤리적 차원에서 인체 유전자 교정을 금지하고 있고, 일부 국가들은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미국, 영국 등에서 의료적 목적으로 유전자교정기술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OECD 본부-韓-獨 유전자교정기술 정책 공동연구, 내년 2월 OECD 첫 가이드라인으로 발표

 

지난 8월 30일(현지 시간) FDA는 노바티스의 백혈병 유전자 치료제 ‘킴리아’를 승인했다. 이달 18일에는 길리어드가 인수한 카이트의 비호지킨림프종 유전자 치료제인 ‘예스카타’도 FDA의 승인을 받았다. 20일 회의가 끝난 뒤 같은 곳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가든 연구원은 “세계의 정책입안자들과 과학자, 사회학자들이 함께 모여 유전자교정기술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 프로젝트는 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닉오프 연구원과 가든 연구원이 속한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의 과학기술정책위원회 바이오·나노·융합기술(BNCT) 분과는 OECD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관련 분야의 과학기술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위닉오프 연구원은 “토론과 정책연구에서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각 당사국에 OECD 공통의 기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전자교정기술과 관련해 BNCT 분과 위원회는 올해 독일 교육과학기술부, 총리실 산하의 한국법제연구원과 1년간의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가든 연구원은 “유전자교정기술은 유전자 치료, 농업, 경제, 환경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기술”이라며 “미국과 영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의제는 △유전자교정기술을 활용한 치료와 인체증강의 경계 △신속한 유전자교정기술 혁신을 위해 감수해야 할 위험 요소 △유전자교정 치료에 대한 합리적인 임상시험 절차와 과학적인 효과 입증 등이다.

 

이날 회의는 이번 연구 프로젝트의 2차 회의로, 1차 회의는 올해 7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됐다. 3차 회의는 오는 12월에 열리며 OECD 과기정책위의 검토를 거친 최종 연구보고서는 내년 2월 발표될 예정이다. 가든 연구원은 “이는 OECD가 내놓는 첫 공식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며 “책자로도 제작해 OECD 회원국들에 배포될 예정이고 필요하면 과학 저널들과도 함께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스킹 전) 美 FDA, 세계 최초 유전자교정 치료제 2종 승인…OECD 정책연구원 “각 규제당국은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2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OECD-한국법제연구원 전문가 회의: 첨단치료를 위한 유전자교정기술의 거버넌스·정책·법제’에서 전문가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 한국법제연구원 제공

● 韓, ‘생명윤리법 개정안’,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안’ 등 법률적 재정비 움직임… 과학자·시민 참여 바탕의 공론화 장 필요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책입안자들이 유전자교정기술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할 때 과학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은 “새로운 생명공학기술에 대해 포괄적인 규제를 했던 것은 당시에는 그 기술의 유용성과 위험성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유전자 교정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등을 허용하는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첨단재생의료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김현철 단장은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안에는 유전자 교정 치료를 합법적인 의료 행위로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과학자들과 시민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론화 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이달 10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인 경우에는 질병의 종류나 대체 치료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유전자 치료에 관한 연구를 허용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현행 생명윤리법 제47조에 따르면 유전자 교정 연구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인간배아와 난자, 정자에 대한 유전자 치료(교정)는 전면 금지돼 있다.

  

이 같은 한계 탓에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팀은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교정 연구를 위해 최근 미국과 영국에 원정을 가야만 했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인간배아 연구 자체도 난임 시술 후 남은 수정란(잔여배아)을 이용할 때만 허용된다. 베를린에서 열린 1차 회의에 참석했던 김진수 단장은 “유전자 교정 연구가 허용된다고 해도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환자의 정자와 난자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전정보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잔여배아는 유전자 교정 연구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윤희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국가마다 유전자교정기술의 확보 수준과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등 환경이 다를 수 있다”며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제도를 정비하더라도 국내 상황을 고려해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닉오프 연구원은 “이전과 달리 기술의 진보 속도가 빨라진 만큼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일반 대중에게 유전자교정기술의 명과 암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단장은 “국내에서 연구를 금지하더라도 중국 등 세계 어딘가에서는 계속해서 연구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파급효과나 부작용을 알기 위해서라도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위닉오프 연구원과 가든 연구원은 17일부터 이틀간 대구 노보텔엠베서더호텔에서 열린 한국뇌연구원-미국 에모리대 공동주최 ‘제1회 국제신경윤리회의(Global Neuroethics Summit)’에도 참석했다. 가든 연구원은 “과학기술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각국의 관계자들과의 소통”이라며 “활발한 토의는 규제와 제도 등에서 국가 간에 벌어진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