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민물고기, 좀수수치는 어떻게 한국에서만 살게 됐을까?

2017년 10월 17일 17:00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전 세계 국가 중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으로 국내에서 조차 점점 발견하기 어려워진 민물고기 좀수수치 30여 마리가 지난 15일 전라남도 고흥에서 발견됐다.

 

얼굴까지 퍼진 짙은 흙갈색의 반점들이 인상적인 미꾸리과의 좀수수치는 길가 옆으로 난 작은 하전에서 생활하며 다 자라도 10㎝를 넘지 않아 ‘난쟁이 미꾸라지’라고 불린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관리 중이며, 고흥반도 이외에도 거금도 등 인근 섬의 하천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좀수수치는 어쩌다 한국, 그 중에서도 전남 고흥 일대에서만 살게 된 걸까? 학계에선 좀수수치의 조상격의 민물어종이 과거 한반도와 중국대륙이 하나로 합쳐져 있었던 빙하기 때, 물길을 통해 지금의 고흥 등 남해지역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해 물길이 차단됐고 지역 고유종인 좀수수치로 점차 진화해 적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 좀수수치 유속 빠른 하천 중상류 살아...인간개입으로 서식지 변해

 

하천이나 호수, 고인 웅덩이에 사는 미꾸리과 민물고기는 종개속(Orthrias), 미꾸리속(Misgurnus), 좀수수치속(Choia) 등 국내에 5속 16종이 분포한다. 미꾸리과는 유속에 따라 서식지를 구분 나뉘는데, 좀수수치(학명 Kichulchoia brevifasciata)는 비교적 유속이 빠른 곳에 서식하는 종이다.

 

1995년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가 좀수수치를 신종으로 등록했다. 깁 교수는 당시 좀수수치가 수심이 80㎝ 이하의 유속이 빠른 자갈바닥의 주로 서식하며, 섬의 경우 하구로부터 약 2~3㎞ 떨어진 수역에 산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당시 전남 고흥군 일대와 여수시 남면, 금오도 등 매우 제한된 지역에 좀수수치가 분포한다고 설명했다.

 

좀수수치에 서식지는 계속 변하는 중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매 10년마다 생태조사를 하는데, 2007년  분포지역으로 알려졌던 고흥군 풍양면과 포두면, 여수시 남면, 금오도 일대에서는 더 이상 좀수수치가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서식지도 발견된다.

 

박승철 국립공원관리공단 조사연구부 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고흥 팔영산 인근에 새로운 서식지가 확인됐다”며 “인간의 개입이나 자연적인 이유로 환경이 변해 서식지가 이동했거나 원래 이곳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곳보다 사라지고 있는 서식지가 많을 것”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흥에서만 발견되는 좀수수치 서식지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교수팀 2013년 발표한 논문으로 무작위로 지역을 설정해 조사한 결과 회색원 지역에선 좀수수치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1~8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 원용진 이화여대 교수 제공
이화여대 교수팀 2011년 6월 무작위로 지역을 설정해 총 58곳을 조사한 결과 9곳에서 좀수수치를 확인했다. 회색원 지역에선 좀수수치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1~9 지역이 개체가 확인된 곳이다. - 원용진 이화여대 교수 제공

● 고흥일대에서 발견, 왜?…고립된 물길 때문


민물고기 생태계는 산맥 형성과 해수면 상승처럼 지질학적 지형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민물고기가 이동해 번식할 수 있는 물길인 ‘수계’가 차단되면 그 종이 더 이상 다른 곳으로 퍼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여러 연구를 통해)한국의 서해와 남해의 수계는 중국의 황하강과 양쯔강, 동해의 수계는 러시아 쪽의 아무르강과 맞닿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 수계를 통해 민물고기 종들이 한반도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빙하기와 해빙기가 반복되던 신생대 때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가 하나의 대륙으로 뭉쳐있었다. 이때 물길을 따라 민물고기가 이동해 왔다는 것이다.

 

원용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역시 “빙하기때 해수면이 지금보다 130m가량 낮았고, 한반도는 물론 일본 오키나와와 타이완 등이 모두 하나의 대륙을 이루고 있었을 것”이라며 “양쯔강 수계를 통해 지금의 고흥지역에 들어온 미꾸리과 민물고기가 이 지역에 적응했다”고 동의했다.

 

원 교수는 이어 “이후 빙하가 녹고 물길이 차단돼 고흥반도와 금오도 등의 극히 일부지역에서만 좀수수치라는 특정 종으로 진화한 것”이라며 “특히 고흥반도의 수계는 인근의 섬진강이나 영산강 수계와도 연결되지 않아 지역 고유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흥 좀수수치도 서쪽과 동쪽, 지역마다 족보가 다르다?

 

한편 고흥내 서식하는 좀수수치도 위치에 따라 유전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용진 교수팀은 좀수수치 DNA의 유전적 친화도를 조사한 결과, 전라도 고흥의 서쪽과 동쪽의 좀수수치에서 계통학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차이를 발견해 지난 2013년 5월 학술지 ‘보전유전학’에 발표했다(DOI : 10.1007/s10592-013-0462-2).

 

원 교수는 “한 조상으로부터 좀수수치가 최대 약 279만 년 전에 둘로 갈라졌다는 사실을 유전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동서를 구분짓는 두 가지 족보가 발견된 이유와 당시 있었던 지질학적 사건과의 관계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승철 연구원도 “정확한 시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고흥반도나 인근 섬에사는 좀수수치 내에서도 종분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역마다 다른 좀수수치의 특징을 살려 보전할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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