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왜 이럴까?] (18) 내가 무조건 옳다고! 과잉 확신의 심리학

2017년 10월 21일 14:00

네 줄 요약
1. 인류는 제한된 조건에서 신속한 판단을 내리도록 진화했다.
2. 즉 인간에게는 완벽한 판단력이나 무제한의 인지 능력은 없다.
3. 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신의 판단 능력을 과신하는 과신 편향이 존재한다.
4. ‘자신의 판단에 대해 의심해 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정으로 훌륭한 판단력이다.

 


암기 위주의 입시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주입식 교육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얻고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당신은 정말 풍부한 창의력과 정확한 판단력, 유연한 응용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지 기억력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대개는 그 반대입니다.

 


난 (혹은 우리는) 아주 똑똑해


자신의 기억력을 한탄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판단력을 탓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난 암기력이 부족할 뿐이라고. 어차피 책과 인터넷에 필요한 정보가 다 있는데 말이지. 정보만 충분하다면 판단력에서는 나를 따를 이가 없을 걸.’


인류는 합리적 사고 능력에 대한 큰 자부심이 있습니다. 일단 그 어떤 동물보다 인간이 가장 똑똑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남성은 남성이, 여성은 여성이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죠. 우리 국민이, 우리 동문이, 우리 집안이 훨씬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도 많죠. 이는 아주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심지어 학자들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1960년 대에는 ‘합리적 최적화’라는 개념이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지배했습니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하도록 방향 지어져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가정을 배경으로, 사람들은 가장 최적의 구매 행위를 하고, 가장 최적의 배우자를 선택하며, 가장 최적의 건강 관련 행태를 보인다고 추정했죠. 물론 ‘틀린’ 가정입니다. 
 

인간에게는 완벽한 판단력이나 무제한적인 인지능력이 진화하지 못했다. 이는 적응적 페이오프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 Nick Youngson 제공
인간에게는 완벽한 판단력이나 무제한적인 인지능력이 진화하지 못했다. 이는 적응적 페이오프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 Nick Youngson 제공

무제한 합리성 모델의 비합리성


이를 이른바 무제한 합리성 모델이라고 합니다. 각 개인이 무제한적인 인지 능력과 무한대의 정보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상의 의사 결정은 제한된 정보와 촉박한 시간이라는 조건 하에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집을 구입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지구 상의 모든 지역에 대한 무한대의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환율과 지가의 변동 양상, 주변 지역의 개발 가능성, 기후와 지형 등의 환경 요인, 주변 사람들의 특성과 교육 여건 등을 모두 파악하면, 가장 좋은 집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평생 집을 사지 못할 것입니다.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원래 심리학자였습니다. 그는 이른바 기대-효용 이론, 즉 최적성에 바탕을 둔 경제 이론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인간의 의사 결정은 처음부터 오류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죠. 행동경제학의 시작입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원래 심리학자였지만,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경제 활동이 합리적인 판단력을 전제로 한다는 오랜 믿음은, 그의 연구를 통해서 부정되었다. 인간은 늘 오류에 가득한 결정을 내린다. - Buster Benson 제공
대니얼 카너먼은 원래 심리학자였지만,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경제 활동이 합리적인 판단력을 전제로 한다는 오랜 믿음은, 그의 연구를 통해서 부정되었다. 인간은 늘 오류에 가득한 결정을 내린다. - Buster Benson 제공

우리는 얼마나 멍청한가?


당신은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보상을 받을 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5할의 확률로 5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10할의 확률로 25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상당수의 사람들은 두번째 선택지를 골랐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보면 결과는 동일합니다. 두번째 선택지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되지만, 사실 기댓값은 동일합니다.


당신은 0.001%의 확률로 100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0.002%의 확률로 50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상당수의 사람들은 첫번째 선택지를 골랐습니다. 물론 합리적으로 보면, 결과는 동일하죠. 하지만 확률이 아주 작은 경우에는 사람들은 보다 큰 액수를 고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차피 가능성이 적으니 대박을 노리는 것이죠. 하지만 완전히 비합리적인 결정입니다. 카너먼의 이론은 이러한 경향을 잘 설명해줍니다.

 

인간의 판단은 합리성 보다는 경험칙에 주로 의존한다. 당첨 가능성이 극히 낮은 고액 복권을 구입하거나, 눈 앞의 이익에 어두워 단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은 모두 인지 능력의 진화적 특성이다. - pixabay 제공
인간의 판단은 합리성 보다는 경험칙에 주로 의존한다. 당첨 가능성이 극히 낮은 고액 복권을 구입하거나, 눈 앞의 이익에 어두워 단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은 모두 인지 능력의 진화적 특성이다. - pixabay 제공

과신 편향


사람들은 자신이 내리는 판단이 ‘실제보다’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문제를 보죠.


목포와 여수 중에 인구가 더 많은 도시는?


여수나 목포 주민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답을 한 뒤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면 어떨까요?


당신이 말한 답이 정답일 확률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정답을 맞추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연구에서, 자신은 100% 정답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실제 정답율은 8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합니다. 즉 결정을 내리고 나면, 자신의 결정을 지지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경향이죠. 우리는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실제보다’ 더 과도하게 신뢰합니다.

 


에필로그


아마 당신이 오늘 내린 판단은, 당신의 학창시절 성적처럼 형편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당신에게는 잘못을 지적해줄 선생님, 명백하게 드러나는 성적표가 없을 뿐이죠. 내 입맛대로 판단하고, 그 결정을 지지하는 증거만 수집하면 마음은 편안할 지 모릅니다. 정말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기억력만 아니라, 판단력도 의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인류의 신체와 정신, 질병에 대한 의학적, 인류학적 의미를 공부했다. 현재 동화약품 연구개발본부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좋은 약을 개발하며,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신경인류학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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