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팩트체크] 미국 총기사고 빈발하는데... 총기 소유가 개인 안전 지켜줄까

2017년 10월 12일 11:30

지난 10월 1일 밤(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59명이 사망하고 527명이 부상한 사상 최악의 사고였다.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에서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 범죄다. 미국 비영리단체 ‘총기 사건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2015년에 일어난 집단 난사 사건은 평균 하루 한 건 꼴이 넘는 372건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도 475명에 이른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고도 64건이나 됐다.

 

난사 사건이 아니더라도, 총기를 이용한 살인과 자살이 대단히 자주 일어난다. 2015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이 쏜 총기에 맞아 숨진 미국인의 수는 1만 3286명에 달한다(총기 사건 아카이브). 자살자까지 포함하면 3만 6000명이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017년 10월호). 전체 사망자 가운데 총기 때문에 죽는 사람의 비율은 10만 명 당 2.9명으로, 총기 소유가 엄격히 제한된 영국의 29배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전체 살인사건 피해자의 60%는 총에 맞아 숨졌다.

 

이쯤 되면 총기 소유야말로 죽음을 앞당기는 저주 행위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가 자신과 가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건재하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미국 보수단체 ‘전미 총기 협회(NRA)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총기 소유를 옹호하고 있다. 과연 개인의 총기 소유가 사회 전체의 안전을 높일까?

 

 

권총과 탄약. 보기에도 섬뜩해 보이는 살상무기지만, 미국에서는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총이 정말 안전을 지켜줄까. - Augustas Didžgalvis(wikimedia) 제공
권총과 탄약. 보기에도 섬뜩해 보이는 살상무기지만, 미국에서는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총이 정말 안전을 지켜줄까. - Augustas Didžgalvis(wikimedia) 제공

 

 ● No! 총기 소유 가정이 오히려 더 위험

 

미국의 총기 사고를 다룬 연구 논문 약 30건을 분석한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기사에 따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총기 소유는 살인 및 자살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인다(아래는 기사에 소개된 주요 논문 가운데 일부와, 기타 논문들을 원 논문을 확인해 인용한 것이다).

 

먼저, 총기 소유는 그 자체로 살해 및 자살 위험을 높인다. 아서 켈러만 미국 유니폼드서비스 보건과학대 의대학장은 1993년, 1987~1992년 사이에 미국 세 개 지역의 가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 가운데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사람 444명을 대상으로 사망 원인과 총기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방어 목적으로 집안에 총을 소지했던 사람은 그렇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 살해 당할 위험이 2.7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살 위험은 훨씬 높다. 2개 지역 803명의 자살자를 연구한 1992년 연구에서는 가정에 총기를 지닌 사람의 자살 위험이 4.8배 높았다.

 

2003년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더글러스 위비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팀이 살인 사건 피해자 1720명과 자살자 1959명을 2만 명 이상의 대조군과 연구한 결과, 가정 내 살인사건 위험은 1.41배 높았고 자살 위험은 3.44배 높았다. 위버 교수팀은 2009년에도 이 문제를 파고 들었는데, 여기에서는 총기를 소지한 사람이 피해를 입을 위험이 4.46배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총기로 저항할 기회가 있었던 사람의 위험인데, 5.45배로 한층 높았다. 총기를 사용하려는 시도 자체가 위험 요인인 셈이다.

 

반면 방어 효과는 의문스럽다. 방어보다는 범죄에 오히려 더 많이 이용됐기 때문이다. 켈러먼 교수가 미국 3개 도시의 총격 626건을 분석한 1998년 논문에 따르면, ‘정당 방위 목적의 총격’에 비해 ‘우발적 총격’은 네 배, ‘타인 총격’은 7배, ‘자살 시도 또는 자살’은 11배 더 많았다.

 

지지자들의 주장과 달리, '실전'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5년, 데이비드 헤먼웨이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007~2011년 사이에 발생한 범죄 피해자 통계를 이용해 1만 4000명 이상의 피해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고 당시 총을 방어 목적으로 쓴 사람은 전체의 0.9%(127명)에 불과했다. 거의 사용되지 않은 셈이다. 헤먼웨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다른 방어 행동과 비교했을 때, 방어용 총기 사용이 부상이나 재산상 피해를 줄이는 데 특출나게 이롭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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