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 궁지에 몰린 일론 머스크, 오버테크놀러지로 뚫고 나가나?

2017년 10월 15일 09:00

‘살아있는 토니 스타크’, ‘스페이스X 카우보이’ 등의 별칭이 이젠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어버린 일론 머스크가 최근 궁지에 몰린 모습이다. 스페이스X의 원대한 화성 탐사 계획 발표, 테슬라의 보급형 차종 모델3 양산, 하이퍼루프의 두 번째 실험 성공 등으로 연일 미디어를 장식했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문제는 그의 주력 사업인 테슬라에서 터져나왔다. 게임 체인저로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는 모델3의 지난 3분기 출하량이 계획되었던 1500대에 한참 모자라는 260대에 그친 것이다. 하루 평균 3대 꼴로 출하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베일에 가려져 있던 원인이 최근에야 밝혀지면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태다.

 

아직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모델3의 출고 당시 모습
아직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모델3의 출고 당시 모습

일론이 ‘지옥과 같은 제조과정(Manufacturing Hell)’이라고 칭한 그 원인이란, 정확히 말해 테슬라가 대량생산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8월말까지 45만대 이상의 주문을 받아 놓고 하루 평균 1800대가 넘는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런 상황에 대한 단기적 해결책 도출마저 쉽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 결과 테슬라는 매출 규모가 극히 작은 상태에서 운전자본이 급격히 증대되는 이중고에 빠져 현금 부족을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8월 초 15억달러(약 1조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당시 S&P가 해당 회사채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B’ 로 투자에 주의를 요구하는 일종의 고위험 등급이었다.

 

최근 테슬라를 떠나 큰 충격을 준 디아무이르 오코넬 부사장
최근 테슬라를 떠나 큰 충격을 준 디아무이르 오코넬 부사장

더 큰 문제는 핵심 경영진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 CFO였던 제이슨 휠러, 6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부문을 담당하던 크리스 레트너, 8월 배터리 사업부 핵심 임원 커트 켈트너가 퇴사한 것이다. 결정타는 11년간 일론과 함께 회사를 이끌며 딜러 없는 직접 판매 채널 구축을 담당한 디아무이드 오코넬 부사장이 지난 9월 중순 사임한 것이다.


이러한 여파로 테슬라의 미래가 혼돈에 빠져든 상태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9월 초에 계획되었던 전기 트럭 발표가 두 번이나 연기되면서 11월로 밀린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지난 4월 미국의 가장 큰 자동차 딜러 체인 오토네이션 (AutoNation)의 마이크 잭슨 CEO가 테슬라를 향해 ‘거대한 폰지 사기일 가능성이 있다’ 언급한 것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9월말 호주에서 열린 국제우주학회에서 스페이스X의 계획들을 추가적으로 밝히고 있는 일론 머스크
9월말 호주에서 열린 국제우주학회에서 스페이스X의 계획들을 추가적으로 밝히고 있는 일론 머스크

그런데 최근 일론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스페이스X와 관련, 미처 예상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원대한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달 29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우주회의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에서, 그는 기존 화성 탐사 계획에 덧붙여 달 기지 건설과 함께 로켓을 이용한 대륙간 도시 이동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중 ‘BFR: Earth to Earth(이하 BFR: E2E)’라고 이름 붙여진 대륙간 도시 이동 프로젝트는, 스페이스X의 재생 가능한 거대 로켓(BFR은 Big F**king Rocket의 약자)을 활용하여 100여명의 승객을 지구상의 어느 도시건 1시간 이내에 이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에서 런던까지 29분, 시드니에서 도쿄까지 35분, 시드니에서 취리히까지 50분만에 승객을 실어 나르겠다는 것이다. 

 

 

▲ 스페이스X가 공개한 BFR:E2E 소개 영상

 


당연하지만 이런 발표에 미디어와 대중들의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환호성도 들렸지만, 지난해 있었던 폭발 사고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과연 다수의 일반인 승객을 태운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 상황인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었다. 테슬라의 위기에 쏠리는 관심을 또 다른 원대한 계획으로 돌려막기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보인 이들도 많았다.


화성이나 달 탐사의 경우와는 달리, 대륙간 도시 이동에는 항공기라는 명확한 대안이 있다는 측면에서 그런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로켓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도 있겠지만, 지난 2차 대전 이후 제트 엔진을 이용한 항공기 이외에 그 어떤 대안도 성공하지 못했던 분야라는 점은 분명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음속 2배 이상의 속도로 운항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지만, 엄청난 연료 소모, 짧은 운항거리, 제한적인 승객 수, 과도한 소음 등으로 결국 폐기된 콩코드기의 사례가 재차 언급되는 이유다. 물론 그에 비해 월등히 짧은 운항 시간과 바다 위에서의 출도착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BFR:E2E도 연료효율과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오버테크놀러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벌써 나온다.

 

2012년작
2012년작 '토탈 리콜'에서 대륙간 초고속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Intra-planetary Rail System

심지어 할리우드 SF영화에서조차 대륙간 이동 수단으로는 조금 빠른 항공기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왔다. 그나마 2012년 개봉한 콜린 파렐 주연의 리메이크작 ‘토탈 리콜’에 대륙을 터널로 연결하여 많은 수의 승객을 싣고 이동하는 일종의 초대형 하이퍼루프인 ‘행성내 레일 시스템’ (Intra-planetary Rail System)이 등장한 것이 눈에 띄는 예외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필립 K. 딕의 대체 역사 SF 소설 ‘더 맨 인 더 하이 캐슬’ (The Man in the High Castle)에 BFR:E2E와 아주 유사한 이동 수단이 등장하긴 했다는 사실이다. 재미있게도 소설 속에서 Messerschmitt 9-E라는 이름의 로켓형 운송체를 활용하여 베를린에서 샌프란시스코를 45분만에 이동하는 기술을 상용화한 주체는 2차대전을 승리하고 일본과 북미대륙을 분할 점령한 나찌였다.

 

아마존이 제작한 SF드라마
아마존이 제작한 SF드라마 '맨 인 더 하이 캐슬'에 등장하는 나찌의 초음속 여객기

그런데 그러한 소설 속 설정조차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마존은 소설을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로켓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대신 뉴욕과 베를린 사이를 3시간 만에 주파하는 콩코드와 비슷한 성능의 항공기를 등장시켰다. 이를 두고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원작과의 차이를 비교하는 내용의 토론이 있었을 정도다.


여하튼 BFR:E2E가 위기에 빠진 테슬라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더 많은 투자금을 끌어들이려는 미끼인가, 아니면 차근차근 준비해온 스페이스X 사업의 확장인가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 계속 일론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하는 의무도 온전히 그의 몫으로 지워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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