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자존감이 높아질까

2017년 10월 14일 15:00

“자신을 사랑하세요. 자 따라해 보세요.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다! 나는 멋진 사람이다!” 이런 류의 자존감 처방을 심심치 않게 마주하곤 한다. 자존감이라는 것의 정의 자체가 내가(自) 나를 존중(尊)하는 느낌(감)이라는 두루뭉실한 거라서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고 멋진 사람이라고 수백번 외면 왠지 정말 그런 거 같은 느낌이 들면서 자존감이 높아질 거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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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워털루 대학(University of Waterloo)의 심리학자 조앤 우드 (Wood et al., 2009)등은 이런 류의 자존감 처방이 흔하지만 의외로 아무도 그 효과를 증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게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연구자들은 한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16회 정도 반복하도록 했고 또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이후 참가자들의 기분과 자존감을 측정했더니 흔히 생각하는 것과 정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고 왼 사람들이, 특히 자존감이 낮을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분이 나빠지고,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고, 파티 등 즐거운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적었고, 자존감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걸까? 내가 나를 좋게 생각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가 싶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평가’하고 ‘검열’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이 평가에는 보통 다양한 ‘기준’들이 들어가게 되는데, 예컨대 친구가 많고 인기가 많은지, 튼튼한 직장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지, 또는 좋아하는 취미 활동이 많고 행복한지 등 사회적 규범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객관적인 기준들에 비추어봤을 때 자신이 꽤 괜찮게 살고 있다면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를 좋아하는 게 비교적 어려워진다. 특히 큰 실패를 겪는 등 지금 자신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는 판단이 생기게 되면 ‘나는 아직 멀었어.’ 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때 누군가가 위로해준답시고 ‘아니야. 너 아주 잘 하고 있어’ 라고 하면 기분이 금방 좋아질 것 같지만 되려 더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Marigold et al., 2014). 사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무조건 좋은 말을 듣는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기보다는, ‘아닌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며 괴리감을 느끼게 되고 또 저 사람이 나를 위로해 주려고 일부러 그러나보다며 되려 더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자존감이 높지 않고 평소에 자신의 인간관계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등 자신이 엄청 사랑받고 있지는 않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다’라고 한다고 해서 이 말을 진심으로 믿기는 어렵다. 진심으로 믿을 수 없는 가짜 이야기를 반복할수록 되려 ‘아닌데. 너 하나도 사랑받을만하지 않는데. 사실 너 별론데’ 같은 반박이 속에서 올라오고 결국은 ‘역시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라며 우울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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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하나의 신화가 되고 모두가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또한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따금씩은 실수하고 실패하며 자기 자신을 좋게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때 절망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데 실패했다’는 데서 또 다른 실패와 좌절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우드의 연구에서도 자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생각하게 한 조건의 사람들보다 오직 ‘긍정적인’ 면만 생각해보게 한 조건의 사람들이 더 기분이 나빠졌고 스스로를 나쁘게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납득되지 않는 긍정적인 생각을 억지로 하려 할수록 되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과 긍정적인 말 사이의 괴리만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들, ‘나는 멋지고 대단하며 사랑받을만한 사람이야’ 같은 거짓말을 외는 것보다 ‘어떤 인간도 완벽해질 수 없고 다들 나름의 부족함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여러번 실수하고 실패한다. 나 또한 얼마든지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다. 쉬워보이는 삶은 있을지 몰라도 정말 쉬운 삶은 없다. 내 삶 또한 쉽지만은 않은 게 당연하다. 사랑받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은 아니다.’같이 삶과 자기 자신에 대해 다소 현실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훨씬 건강하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 (Neff, 2003).


또는 내가 믿지 않는 이야기보다 진심으로 믿고 있는 나의 한 두가지 장점(예,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해 왔잖아. 내가 끈기 하나는 좋잖아)을 떠올리거나, ‘소망’ - 예컨대 ‘내가 좀 더 행복해지길’ - 같이 내면의 반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해주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나의 경우 ‘내가 좀 더 나에게 따듯해지길’, ‘내가 나를 좀 덜 몰아붙이길’ 같은 이야기를 종종 외곤 한다.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 참고문헌
Marigold, D. C., Cavallo, J. V., Holmes, J. G., & Wood, J. V. (2014). You can't always give what you want: The challenge of providing social support to low self-esteem individual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7, 56-80.
Neff, K. (2003). Self-compassion: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 Self and Identity, 2, 85-101.
Wood, J. V., Elaine Perunovic, W. Q., & Lee, J. W. (2009). Positive self-statements: Power for some, peril for others. Psychological Science, 20, 860-866.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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