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노벨 화학상] ‘극저온전자현미경’ 개발 자크 뒤보쉐, 요아킴 프랭크, 리처드 헨더슨(2보)

2017년 10월 04일 18:55
노벨미디어 제공
2017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3인. 왼쪽부터 자크 뒤보쉐 스위스 로잔대 명예교수, 요아킴 프랭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리처드 헨더슨 영국 MRC분자생물학연구소 박사. - 노벨미디어 제공

올해 노벨 화학상은 세포나 수용액 속 생화학 분자의 구조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관찰하게 해 주는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개발한 자크 뒤보쉐 스위스 로잔대 명예교수(75)와 요아킴 프랭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78), 리처드 헨더슨 영국 MRC분자생물학연구소 박사(72)에게 돌아갔다. 


극저온전자현미경은 수용액에 담긴 생화학 분자를 영하 200도 이하의 극저온 상태로 급냉각시켜 정밀 관찰하는 방식의 전자현미경이다. 세포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단백질, 바이러스 등 생체 분자의 ‘스냅샷’을 얻을 수 있다. 


스웨덴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공로 덕분에 이제는 생체분자의 3차원 구조를 일상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됐고, 머지않아 생명체의 장기나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반응들을 원자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극저온전자현미경은 생화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 뒤보쉐 교수, 안정적인 급냉각법 고안… 1990년대 초 첫 단백질 3차원 이미지 얻은 후 각광
 
생체 분자의 경우 수용액으로 채워진 세포 환경에서 회전이나 진동, 확산 운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물질에 비해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다. 기존 X선 결정법은 생체 분자 수천 개를 차곡차곡 쌓아 결정을 만들어야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분자 1개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없고 과정이 복잡하다. 또 수용액 상태와 달라 생체 내에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분자의 구조나 작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전자 빔을 시료에 쏘고 시료를 통과하거나 튕겨져 나온 전자를 분석하는 전자현미경도 주로 탄소, 금속 등 소재를 관찰하는 데 사용됐다. 전자 빔이 생체 분자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크 뒤보쉐 교수는 수용액 상태에서 생체 분자를 관찰하기 위해 전자현미경에 ‘극저온 습지장치’를 개발해 장착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전자현미경의 진공 챔버 안에 들어갔다가 증발하게 되면 생체 분자의 원래 모습이 파괴될 수 있지만, 1980년대 초 뒤보쉐 교수는 이 물을 아주 빠르게 얼려 물 속에 담긴 생체 분자까지도 그 형상을 그대로 간직한 채 멈추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요아킴 프랭크 교수는 극저온전자현미경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5년부터 1986년 사이 그는 전자현미경의 흐릿한 2차원 영상을 분석해 선명한 3차원 구조를 생성해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수용액 속에서 생체분자들이 향하는 방향이 제각각인 점에 착안해 한 방향에서 전자 빔을 쏜 뒤, 여기서 얻은 단면 이미지 수천 장을 종합해 컴퓨터로 생체 분자의 3차원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분자의 입체 구조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1990년 리처드 헨더슨 박사가 최초로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단백질의 3차원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하면서 전자현미경이 생체분자를 관측하는 새로운 도구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지카바이러스부터 치매까지… 생체분자 구조 밝혀 신약 개발 중요한 단서 얻어
 
극저온전자현미경은 영하 200도 이하의 액체질소 등을 이용해 구조에 변성이 생기지 않도록 분자를 순간적으로 빠르게 냉각시켜 생체 내에서 작용하는 분자의 찰나를 포착한다. 자연스러운 생체분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는 셈이다. 극저온전자현미경으로 구조가 파악된 단백질의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2013년 이후부터는 4Å(암스트롱) 이하 거리의 두 물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초고해상도 이미지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극저온전자현미경이 개발된 이후 연구자들은 기초화학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필요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미국 퍼듀대 연구진은 극저온전자현미경으로 지카바이러스 껍질의 특이한 글리코실화 패턴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지카바이러스는 크기가 너무 작아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다. 올해 7월에는 MRC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뇌에서 분리해낸 타우 필라멘트의 정밀 구조를 극저온전자현미경으로 밝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나노라만융합연구센터장은 “세포 환경에서 표적 단백질의 분자 구조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효과가 높은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며 “항생제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 신종플루 등 감염병에 대응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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