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허무하지 않고 '의미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3가지 방법

2017년 10월 06일 09:00

‘삶의 의미’라고 하면 뭔가 어마어마한 무엇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누가 봐도 ‘와 저사람 참 쓸모 있고 의미있는 존재네’라고 할 만한 큰 성취가 있고 사람들이 끄덕끄덕 해줘야 의미 훈장이라도 받은 듯 비로소 ‘내 삶은 충만하군!’이라고 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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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의 연구들 끝에 학자들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허무하지 않고 '의미있다'고 느끼기 위해 크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함을 밝혔다. 하나는 단기적 목표 달성과 별개로 내 삶에 궁극적으로 더 큰 어떤 목적이 존재한다는 ‘목적 의식(purpose)’, 다른 하나는 내 삶이 쓸모없지 않으며 어떤 중요성(significance)을 가진다는 느낌, 마지막은 세상에는 나름의 규칙 또는 이치가 존재해서 다양한 사건들이 내가 예측하고 이해(predictability, reliability)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다(Heintzelman & King, 2014).


그냥 보면 되게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이런 느낌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각 요소를 충족시키는 게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된다. 크고 따라서 매우 드문 거대한 성취들 못지 않게, 맛난 걸 먹고 마시고 친구들과 수다떠는 등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King et al., 2006), 스스로 뭔가를 만들거나 그리거나 쓰는 등의 작은 생산 활동, 가족 (육아 포함)이나 친구 등 누군가를 보살피는 기쁨, 마음이 흠뻑 빠져들만한 열정을 갖는 것 (덕질?) 등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나는 행복하고 내 삶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앞으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던가 삶의 유한함을 직면한 경우 크고 거대한 성취보다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행복한 시간 같이 소소하지만 즐거운 일들에서 더 큰 의미를 느끼는 현상이 나타난다(Hicks et al., 2012).


의미라면 뭔가 거창한 무엇이 있어야만 성립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별 거 없다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이나 삶의 즐거움이라고 할 만한 게 하나 둘 쯤 있다면)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어느정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들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삶을 내다버리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얼마나 의미있는지 7점 만점으로 표시해보라고 하면 중간인 4점을 넘어 5-5.5점 사이에 가장 많은 점수를 주는 경향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내 삶이 어마어마하게 의미있진 않지만 적어도 의미없진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코미디언 루이스 CK는 삶의 의미에 대해 머리아프게 고뇌할 시간에 밥을 맛있게 잘 (처)먹으라는 이야기를 했다. 얼마 없는 커다란 성취에만 삶의 의미를 매다는 것은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의미없는 것으로 치겠다는 말과 같으니, 그러지 말고 일상에서 흔히 할 수 있는 많은 작은 일들에서부터 충실하게 즐거움과 의미를 거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에서 일리있는 말이다. 삶이 엉망진창 아무 의미 없이 느껴질 때 인생을 180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것도 좋지만 우선 맛있는 걸 먹자는 것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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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해보면 잘 먹고 잘 자는 등의 기본 생존 활동을 우리는 중요하게 여기는 듯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하루 중 가장 큰 고민이 ‘점심 뭐 먹지’와 ‘저녁 뭐 먹지’인 걸 보면 많이들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고민일 뿐이라며 의식적으로 밥먹는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는 많지 않은 거 같다.


하지만 삶이 힘들 때일수록 이런 기본이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한다. 일례로 PTSD를 가지고 있는 전직 군인들을 대상으로한 연구에서 똑같이 심한 PTSD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영양적으로 균형있는 식단, 건강한 식습관에 적당히 운동하는 등의 일상적인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했던 군인들은 그렇지 않은 군인들에 비해 자살 생각을 덜 (낮은 수준의 PTSD와 비슷한 수준)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DeBeer et a., 2016). 또한 일반적으로 ‘잠’이 스트레스에 특효약이 되기도 한다 (Kleim et al., 2016).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아무런 낙이 없을 때 정말 맛있는 초콜렛 한 조각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머리 아픈 일로 며칠씩 씨름하고 있을 때 그냥 하루 푹 자버리면 그 문제가 생각보다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본이 무너져버리면 그 때는 정말 출구가 없게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따라서 힘들 때일수록 일부러 특별히 맛있는 걸 챙겨먹거나 재미있는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12시간씩 자버리는 등의 행동이 필요하다. 내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은 때일수록 삶의 기본부터 충실히 하도록 하자.

 


※ 참고문헌
DeBeer, B. B., Kittel, J. A., Cook, A., Davidson, D., Kimbrel, N. A., Meyer, E. C., ... & Morissette, S. B. (2016). Predicting suicide risk in trauma exposed veterans: the role of health promoting behaviors. PLoS one, 11, e0167464.
Heintzelman, S. J., & King, L. A. (2014). Life is pretty meaningful. American Psychologist, 69, 561-574.

Hicks, J. A., Trent, J., Davis, W. E., & King, L. A. (2012). Positive affect, meaning in life, and future time perspective: An application of 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 Psychology and Aging, 27(1), 181-189.

King, L. A., Hicks, J. A., Krull, J. L., & Del Gaiso, A. K. (2006). Positive affect and the experience of meaning in lif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0, 179-196

Kleim, B., Wysokowsky, J., Schmid, N., Seifritz, E., & Rasch, B. (2016). Effects of sleep after experimental trauma on intrusive emotional memories. Sleep, 39, 2125-213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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