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대비 R&D 투자 1위라지만… 공공부문 비중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쳐”

2017.09.26 20:00
김원준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정부 R&D 투자 20조 시대, 혁신 방향과 과제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김원준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정부 R&D 투자 20조 시대, 혁신 방향과 과제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정부·공공재원으로 투자하는 공공부문의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정부 R&D 규모가 20조 원까지 증가하긴 했지만 전체 R&D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몇 년 간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김원준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정부 R&D 투자 20조 시대, 혁신 방향과 과제 포럼’에서 한국의 R&D 투자 구조를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변재일·김성수·오세정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자리로 국회의원 3명과 김명자 과총 회장, 임기철 KISTEP 원장,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80여 명의 과학기술인이 참석했다.

 

OECD 보고서 ‘2016년 주요 과학기술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R&D 투자에서 정부·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4.7%로, OECD 평균(32.5%)은 물론 미국(34.7%)이나 독일(29.2%) 등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08년 이후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정도로 정부 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는데도 22.3% 수준이다. 

 

손병호 KISTEP 부원장은 “민간부문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R&D가 기업의 경제적 이윤 추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경기 변동에도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R&D 규모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과 비교하면 공공 R&D를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R&D 투자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정부 R&D 예산은 연평균 18.6%씩 늘어 현재는 20조 원 수준이 됐다. 하지만 투자 규모에 비해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최근 3년 동안의 정부 R&D 예산 증가율은 1~2% 수준에 그쳤다. 손 부원장은 “같은 기간 정부의 전체 예산이 매년 4~5%씩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손 부원장은 또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투자 대비 성과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부의 올해 R&D 예산 19조5000억 원 중 연구자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순수 연구비는 13조 원(66.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R&D 투자 효율화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너무 과도하게 평가절하 됐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투자 효율화 문제 때문에 공공 R&D가 위축돼선 안 된다”며 “민간이 쉽게 할 수 없는 분야에서 미래를 위해 꾸준히 투자하는 게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rhkchd 제공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정부 R&D 투자 20조 시대, 혁신 방향과 과제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과총 제공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구단계별 투자 비중이 응용연구에 치중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KISTEP의 ‘2016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의 68.1%는 응용연구에 투자됐다. 특히 연구자 자유공모형 기초연구비는 1조2600억 원 수준이다. 응용연구비의 상당 부분은 대기업에도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기초연구도 경제 성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R&D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미국국립보건원(NIH)이 36만5000개의 연구자 자유공모형(그랜트) 기초연구과제를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달러를 기초연구에 투자하면 1.4달러의 시장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대응 연구를 또 다른 예로 들며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의 근본도 수학이라는 기초 학문”이라고 말했다.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연구주체의 동기부여가 최대가 되게 하는 것이 투자 효율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R&D는 연구자 자유공모형으로 추진하고, 응용연구의 경우에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기업과 연계해 정부가 펀딩을 하는 형식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대학·연구소의 연구자들도, 회사를 성장시킬 혁신 기술이 절실한 벤처기업 연구자들도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하게 되면서 R&D 투자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R&D 투자 효율화를 위해 관행적 장기계속사업에 대한 일몰제 적용, 유사중복사업 조정, 대기업 지원 축소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2018년 정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 중 장기계속사업 일몰제를 통해 2922억 원을 절감하는 등 성과 미흡, 진행 부진 사업 등에서 총 1조5000억 원을 절감했다. 이를 신규 수요가 발생한 분야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자 자유공모형 기초연구비도 2020년 기존 대비 2배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 과기혁신본부장은 “한 사람이 변화한다고 국가 R&D 체계가 혁신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함께 자율과 책임의 연구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길 기대한다”며 “올해 말까지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안을 만들어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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