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유력 후보에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선정…안정적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공로

2017년 09월 20일 21:00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57·사진)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前 톰슨로이터 지적재산과학사업부·이하 클래리베이트)가 예측한 ‘2017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Citation Laureates)’에 이름을 올렸다. 광(光)전환 효율과 안정성이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한 공로다.

 
클래리베이트는 박 교수를 포함한 연구자 22명을 새로운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선정했다고 20일(필라델피아 현지 시간) 밝혔다. 이 중 생리의학, 물리, 화학 등 과학 분야에서 선정된 연구자는 총 16명이다.
 
클래리베이트는 2002년부터 과학자용 연구 정보 데이터베이스(DB)인 ‘웹 오브 사이언스’에 기록된 수백 만 건의 논문 인용 데이터를 분석해 매년 유력한 노벨상 후보자 명단을 예측,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5년간 과학 분야에서 선정한 222명 중 29명(경제학상 포함 43명)이 같은 해 또는 가까운 시기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클래리베이트의 노벨상 수상 후보에 한국인이 선정된 것은 2014년 유룡 KAIST 화학과 교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 교수는 미야사카 스토무 일본 토인요코하마대 교수, 헨리 스네이스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와 함께 노벨화학상 공동수상 후보로 선정됐다. 클래리베이트 측은 “고효율 에너지 전환이 가능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응용한 연구로, 관련 분야에서 높은 피인용지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제자와 함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를 보고 있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제자와 함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를 보고 있다. - 성균관대 제공

● 10년 전 학계 외면할 때도 꾸준히 연구… 2012년 발표한 논문, 4년 만에 1200회 이상 인용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때 필요한 광(光)흡수 물질로, 현재까지 알려진 물질 중 광흡수 특성이 가장 뛰어나다. 가시광선 영역에 포함된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고, 제조공정이 간단해 제작비용도 저렴하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처음 개발한 건 미야사카 교수지만, 2007년 당시에는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광전환 효율이 높지 않은 탓에 학계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연구 중이던 박남규 교수는 2009년 성균관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년 뒤인 2011년 박 교수팀은 기존 대비 2배가량 높은 6.5%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액체에 쉽게 녹는 불안정성 때문에 당시까지만 해도 후속 연구자들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박 교수가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다. 2012년 박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광전환 효율 9.7%를 달성했고 500시간 이상 대기 중에 노출돼도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성과를 계기로 세계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박 교수팀의 논문은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1260회 인용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표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관련 논문은 2000여 편에 이른다. 박 교수도 지난해 효율을 20.4%까지 올렸다. 세계 최고 효율을 기록한 건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팀으로, 22.1%까지 높인 연구 결과를 올해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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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력한 연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세계 연구자들의 도움과 협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최초와 최고에 도전하는 일이 즐겁다”며 “20년 이상 태양전지 한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박남규 교수는 한국 사회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일본과 유럽 등에 비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며 “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국가가 그랬던 것처럼 연구자들에게 당장의 성과를 요구하기보다는 오랜 기간 기다려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는 한국도 연구개발(R&D)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조금씩 문화도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과학 분야 16명 중 日 2명·韓 1명·中 1명… 러시아인은 올해 첫 선정

 

클래리베이트가 예측한 이번 노벨상 유력 후보에는 미국과 영국뿐만 아니라 덴마크, 독일, 그리스, 인도, 일본, 네덜란드, 한국, 태국, 러시아 출신의 과학자들도 포함됐다. 클래리베이트 측은 “올해는 러시아인들이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 명단에 처음 올라왔다”고 밝혔다. 과학 분야에서 선정된 16명 중 일본인은 2명, 한국인과 중국인은 각각 1명이다.

 

노벨생리의학상 유력 후보로는 △루이스 캔틀리 미국 웨일코넬메디컬칼리지 교수 △칼 프리스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장위안 교수·패트릭 무어 교수가 선정됐다. 노벨물리학상 후보로는 △페이든 아보리스 미국 IBM 왓슨연구센터 박사·코넬리스 데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교수·폴 맥은 미국 코넬대 교수 △미쉘 페이젠바움 미국 록펠러대 교수 △라쉬드 선야브 독일 막스플랑크천체물리학연구소 디렉터가 지목됐다.

 

박 교수 등 3인과 함께 선정된 또 다른 노벨화학상 후보로는 △존 버커우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로버트 버그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조지 슐핀 러시아 세메노브화학물리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젠스 노스코브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있다.

 

●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 관측, 올해 노벨상 수상 유력

 

한편 클래리베이트는 올해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과학적 성과로 아인슈타인이 100여 년 전 예측한 ‘중력파’ 관측을 꼽았다. 중력파는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생성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으로, 물결처럼 퍼져 나가며 주변 시공간을 휘게 한다. 13개국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연구단이 2015년 최초로 검출했다. 중력파를 관측하면 천체의 시공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클래리베이트 측은 “연구를 주도한 킵손 칼텍 명예교수, 라이너 바이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우리가 예측한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1992년 미국에 라이고를 설립해 연구를 주도한 로널드 드리버 칼텍 명예교수도 지난해 유력 후보로 선정됐지만, 올해 3월 급격한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안타깝게도 사후에는 노벨상이 수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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