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 성격인 나, 비사회적인 사람일까?

2017년 09월 24일 10:00

우리는 하드코어한 사회적 동물이다. 단지 무리를 지어서 사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의 칭찬 한 마디에 기분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또 누군가의 비난 하나에 자존감이 출렁여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는 동물이다. 사랑과 인정, 따듯한 인간관계를 갈구하고 헤어짐이나 따돌림에는 총 맞은 것 같은 쓰라림과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외로움 때문에 옆구리가 시리고 사랑의 기쁨을 맛보게 되면 어깨 춤을 추며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동물이다.


또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기 위해 ‘눈치’와 ‘자기 검열’ 같은 고급 인지적 기능을 발달시켜 시시각각 무의식적으로도 타인의 의중을 살피고 그에 맞춰 행동하기 위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쓰는 동물이다. 사람들 보기에 멍청하거나 쪽팔린 행동을 했다고 여겨지면 계속해서 그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으며 ‘너 그때 정말 어색했다’며 ‘다신 그러지 말라’고 자기 자신을 다그치는 동물이다. 결국 그 중요성 만큼 무엇보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많은 걸 투자하고 이들이 제일 힘들게 된 그런 동물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속성을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본다. 사람들에게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하다가 죽음에 이르기도 하고 유명해지고 싶다고 각종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등 인간의 소속 욕구는 식욕과도 비견할 만큼 근본적인 욕구라고 이야기 된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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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사회적 욕구가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게 별건가 싶기도 하고 사회적 욕구가 없는 상태를 상상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적 욕구가 없는 상태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Silvia & Kwapil, 2011).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심리학자 Silvia와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욕구가 비교적 적거나 없는 사람들이 드물지만 존재한다. 이를 비사회성(asociality)라 부르며 비사회성은 내향적이거나 사회공포증(social anxiety)이 있거나 부끄러움이 많은 것과는 구분된다,


우선 내향성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자극추구 성향과 에너지 수준이 다소 낮아서 항상 어떤 자극(야외활동, 다양한 모임 등)을 찾아 다닐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같은 활동을 해도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배터리가 빨리 줄어들어 더 빨리 쉴 필요를 느끼는 것과 관련을 보인다. 지나친 활달함과 높은 에너지 수준을 요구하거나 자극이 과한 사회적 활동이 불편한 것일 뿐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공포증 역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니다. 되려 친밀한 관계를 갈구하나 사람들에게 거절당할까봐, 사람들 앞에서 어색한 행동을 할까봐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특성이다. 즉 사회공포증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그게 어려워서 힘들어하는 것이지 역시 인간관계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비사회적인 사람들은 사람에 대한 흥미도 자체가 낮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에 관심이 별로 없고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들에 대한 소식도 별로 궁금해하지 않고 각종 모임이나 SNS 등에도 별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무인도에 혼자 떨어져 살아도, 거기서도 ‘윌슨’ 같이 사람 대신 대화를 나눌 대상 없이도 별 탈 없이 지낼지도 모르겠다.


사회공포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과 있을 때 불안 같은 부정적 정서를 높게 보이지만 비사회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어색함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 정서를 느끼지 않는다. 그보다 긍정적 정서를 낮게 느낀다. 즉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왠지 그냥 즐겁지가 않다.


즉 사회공포증이 높은 사람들이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거절당할까봐 두려워서 못 다가가는 것과 달리 애초에 사람들과 친해지고픈 욕구 자체가 낮다. 친한 친구를 원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인 게 아니라 친한 친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외로움도 잘 느끼지 않는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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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포증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을 좋아해주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라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달리 비사회적인 사람들은 일단 친밀한 관계의 수가 적고 친밀한 관계가 있다고 해도 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즐기지 않는다. 비사회적인 사람들은 사랑의 기쁨이나 말이 잘 통하는 상대로부터 이해받을 때 느끼는 동질감,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험, 격려와 위로를 받았을 때의 고마움 등의 사회적 감정 또한 잘 못 느낄지도 모르겠다. 


또한 비사회성은 간혹 우울하고 쳐질 때만 사람을 만나기 싫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기질적으로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에 가깝다. 때때로 혼자 보내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과도 다르다. 주위사람들로부터 주변에 관심이 없고 감정이 없어 보이며 표정과 제스쳐가 단조롭고 굳어있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비사회성은 쿨하다고 생각해서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 고고한 천재 역할놀이를 하는 것과도 다르다. 고독을 즐기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도 고독이 편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따금씩 고독을 필요로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연구자들은 그 ‘이유’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이따금씩 자기 자신에 집중할 시간을 갖고 자기 성찰을 하거나 쓸데 없는 여러 자극들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 어떤 깨달음을 얻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또는 불필요한 사회적 역할과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맥락에서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다. 하지만 비사회적인 사람들이 고독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냥 사람들과 함께 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사회성의 특성을 살펴보니 사회적 동물로서 갖는 독특한 특징들이 보이지 않는가? 외로움과 소외감에 떨고 사람들을 신경쓰고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사랑을 갈구하며 거절당할까 겁먹는 등의 특징 말이다. 비사회적인 사람들은 감정 표현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일면 인간의 감정이 중요한 사회적 소통의 도구로 사용됨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한편 사회적 동물로서 관계를 어려워하고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모든 행동은 그 자체로 상당히 ‘사회적’인 행동이므로 저런 행동으로 인해 비사회적이라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은 이런 비사회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20-30대가 지나면서 특히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을 보이게 될 확률이 높았다는 점이다(24% vs. 1%). 하지만 아직 관련 연구가 많지 않은 특성이라 연구자들도 비사회성이 이런 정신질환과 관련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답을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 참고문헌
Silvia, P. J., & Kwapil, T. R. (2011). Aberrant asociality: how individual differences in social anhedonia illuminate the need to belong. Journal of Personality, 79, 1315-133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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