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진드기, 성가신 게 아니라 두려운 존재!

2017년 09월 19일 11:30

예전에는 추석을 앞두고 뉴스에서 벌초나 성묘를 할 때 말벌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던 것 같은데 며칠 전 TV에서 본 뉴스에서는 말벌 대신 진드기를 언급했다. 그 자체로만 보면 진드기는 말벌에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저 성가신 존재일 뿐이지만 진드기가 옮기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라고 불리는, 고열과 소화기 증상(구토, 설사 등)과 함께 혈소판 감소가 특징적인 증세가 나타나 심할 경우 신체장기가 망가져 사망에 이른다.


올해는 8월 31일 현재 139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 31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22%에 이른다. 한편 지난해에는 보고된 환자 165명 가운데 16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치사율이 급증한 게 의미가 있는 현상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아직 피크 타임이 두 달쯤 더 남은 걸 생각하면 올해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SFTS 환자가 처음 보고된 건 2013년으로 36명이었고 2014년 55명, 2015년 79명이었다.


필자는 문득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 세 나라(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를 초토화시킨 에볼라가 떠올랐다. 에볼라는 1976년 처음 보고된,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질병임에도 어쩌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감염되는 아프리카 풍토병이었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이 주도하는 UN이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2014년 수만 명이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듬해까지 이어진 에볼라 역병으로 2만5000여명이 감염돼 1만 명이 넘게 사망했다(균주 유형 변화와 의료 개입으로 치사율이 40%로 떨어졌다).


SFTS는 동북아시아의 신생 풍토병으로 그 역사가 불과 10여년 남짓하다. 아직 뾰족한 치료법도 없고 바이러스 백신도 나와 있지 않다. 물론 진드기에 물려야 감염되므로 국민 대다수가 도시인인 우리나라에서 에볼라처럼 갑작스레 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50대 여성이 길고양이에 물려 SFTS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발원지인 중국보다 한국에서, 한국보다 일본에서 치사율이 더 높은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우연인지 아니면 균주의 차이 때문인지 아직은 모른다.


사실 SFTS뿐 아니라 진드기가 매개하는 질병이 지구촌 전역에서 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진드기의 개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덥고 건조해지는 방향)와 생태계 파괴로 포식자가 줄면서 진드기의 주요 숙주인 쥐가 늘어난 게 원인으로 보인다. 추석을 맞아 동아시아를 위협하는 신종 진드기 매개 질환인 SFTS에 대해 살펴보자.

 

2006년부터 중국 곳곳에서 발생한 진드기 매개 질병의 실체가 미궁에 빠지자 2009년 중국 보건당국은 전문가인 슈에지 유 미국 텍사스의대 교수를 초빙했다. 유 교수(물병을 들고 서 있는 사람)가 현지 농민들이 개의 몸에서 진드기를 찾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환자가 발생한 농장 정경으로 박스에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이미지가 보인다. - 텍사스의대 제공
2006년부터 중국 곳곳에서 발생한 진드기 매개 질병의 실체가 미궁에 빠지자 2009년 중국 보건당국은 전문가인 슈에지 유 미국 텍사스의대 교수를 초빙했다. 유 교수(물병을 들고 서 있는 사람)가 현지 농민들이 개의 몸에서 진드기를 찾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환자가 발생한 농장 정경으로 박스에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이미지가 보인다. - 텍사스의대 제공

처음엔 박테리아 질병인줄 알아


지난 2010년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SFTS바이러스 발견과 관련된 기사가 실렸는데 의학 드라마의 모티브로 삼아도 될 정도로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다. 동아시아 특유의, 지도자의 ‘배은망덕’한 모습도 보인다(나라를 구한 이순신을 파직한 선조가 떠오른다!).


2006년 중국 동부 안후이성 일대에서 주로 농부들이 급성 고열질환에 걸려 다수가 사망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국립전염병통제예방연구소(NICDC) 소장인 쉬지엔궈가 직접 팀을 이끌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한 환자의 혈액에서 아나플라스마 파고사이토필룸(Anaplasma phagocytophilum)의 DNA를 확인했다. 세균(박테리아)학자인 쉬지엔궈 소장은 이를 토대로 이 증상이 인체과립구성아나플라마증(human granulocytic anaplasmosis, HGA)이라고 판단했다. 1990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HGA는 진드기가 옮기는 박테리아 아나플라스마가 감염돼 생기는 열성질환으로 증상이 SFTS와 비슷한데, 박테리아가 혈액의 중성구(과립구)에 침투하는 게 특징이다.


이듬해 봄이 되자 다시 환자들이 보고됐고 전년도 조사를 바탕으로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효과가 전혀 없자 당국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9년 NICDC는 진드기 매개 질환 전문가로 중국계인 슈에지 유 미국 텍사스의대 교수에게 SOS를 보낸다. 중국으로 건너와 환자들을 살펴본 유 교수는 증상이 전형적인 HGA가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는 데서 바이러스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해 12월 전자현미경으로 환자의 세포에서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듬해 2월 게놈을 해독했다. 그 결과 번야바이러스에 속하는 신종 바이러스로 밝혀졌다. 번야바이러스(Bunyavirus)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처럼 RNA음성가닥, 즉 전령RNA(mRNA)의 상보적인 염기서열을 게놈으로 한다. 그리고 게놈이 세 조각으로 나눠져 있다. 참고로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게놈은 여덟 조각이다. 1976년 우리나라 이호왕 교수가 발견한,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도 번야바이러스에 속한다.

 

2011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는 중국의 신종 진드기 매개 질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처음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에 나와 있는 환자 발생 현황 지도. 지금은 중국 전역과 한국, 일본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 뉴잉글랜드의학저널 제공
2011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는 중국의 신종 진드기 매개 질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처음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에 나와 있는 환자 발생 현황 지도. 지금은 중국 전역과 한국, 일본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 뉴잉글랜드의학저널 제공

연구성과 가로채려다 망신당해


2010년 4월 유 교수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본부에서 그간의 성과를 발표했는데 그 다음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즉 미국으로 돌아간 뒤 여름에 다시 중국을 찾아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었는데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것. 알고 보니 5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 연구팀을 꾸려 독자적인 연구에 들어간 것이다. 4월 발표장에 참석했던 바이러스학자 리덱신이 팀을 이끌었다. 


씁쓸해진 유 교수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투고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중국 팀이 물량공세로 진행한 연구결과(현장에서 채취한 500개가 넘는 시료에서 바이러스를 분석했다)를 담은 논문을 학술지 ‘랜싯’에 제출한 것이다.


유 교수는 랜싯 편집진에 이메일을 보내 강하게 항의했고 사태를 파악한 랜싯은 논문 게재를 거절하고 돌려보냈다. 망신을 당한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왕유 소장은 중재에 나서 유 교수를 달랬고 두 팀의 연구결과를 합친 논문을 다시 써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보내기로 합의를 봤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1년 4월 21일자에 SFTS를 보고한 논문이 실렸다. 논문이 나가고 2년 뒤인 2013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SFTS 환자가 처음 보고됐고 해가 지날수록 환자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SFTS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드기의 생활사. 유충일 때는 작은 포유류와 새를 숙주로 삼고 성체가 돼서는 중대형 포유류를 숙주로 삼는다. 사람을 택한 건 진드기로서도 의도치 않은 ‘실수’인 셈이다. - Biomedical reports 제공
SFTS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드기의 생활사. 유충일 때는 작은 포유류와 새를 숙주로 삼고 성체가 돼서는 중대형 포유류를 숙주로 삼는다. 사람을 택한 건 진드기로서도 의도치 않은 ‘실수’인 셈이다. - Biomedical reports 제공

중국에서 두 경로로 유입된 듯


그사이 중국 산둥대의 교수직도 겸하게 된 유 교수는 지난해 학술지 ‘플로스원’에 SFTS바이러스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게놈 데이터베이스인 진뱅크(GenBank)에 등록된 122개 SFTS바이러스 게놈을 비교분석한 결과 이 바이러스가 대략 40여 년 전 중국 중부의 다볘산에서 기원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뒤 돌연변이가 일어나 지금은 다섯 가지 계열로 분류하기에 이르렀다(각각 A, B, C, D, E)로 명명). 122개 게놈 데이터에는 우리나라에서 등록한 6개와 일본에서 등록한 8개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SFTS바이러스가 어떻게 한국과 일본으로 건너왔는지도 추측할 수 있다.


한국에는 A, D, E 세 계열이 있는 걸로 확인됐다. 일본의 시료 8종은 모두 E형이었다. 한편 중국 대륙에서 얻은 시료는 A, B, C, D 네 가지였고 저우산군도에서 얻은 시료는 E형이었다. 그리고 게놈 서열 분석결과 E형이 가장 최근에 진화한 계열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대략 40여 년 전 중국 중부 지역에서 번야바이러스의 하나가 새로운 바이러스종으로 틀을 잡은 뒤 A, B, C, D 네 가지 계열로 진화했고 이 가운데 저우산군도로 건너간 게 E형으로 진화했다고 추정했다. 그리고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한반도로 A형과 D형이 건너갔고 저우산군도에서 제주도, 일본으로 E형이 퍼졌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본에서 치사율이 높은 건 E형의 추가변이로 병원성이 커진 게 이유일지도 모른다. 제주도 환자와 그 외 지역의 환자 사이에 증세에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바이러스의 기원이 40여 년 전으로 추정됨에도 환자가 보고된 게 불과 10여 년 전인 이유에 대해서 저자들은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이전에도 환자가 있었지만 이를 신종 전염병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수가 있다. 다음으로 생활환경의 변화로 진드기와 사람(농부)의 접촉이 잦아져 10여 년 전부터 감염된 사람이 급증했을 수 있다. 끝으로 SFTS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병원성이 커진 결과일 수 있다.

 

SFTS바이러스의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캡슐 안에 게놈 세 조각이 보인다. 큰 조각(L)에는 복제에 필요한 RNA중합효소 유전자가 있고 중간 크기 조각(M)에는 캡슐 표면의 당단백질 두 종(Gc와 Gn)의 유전자가 있다. 작은 조각(S, 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고리로 M은 오타다)에는 핵단백질(NP)과 비구조단백질(NS)의 유전자가 있다. - Biomedical reports 제공
SFTS바이러스의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캡슐 안에 게놈 세 조각이 보인다. 큰 조각(L)에는 복제에 필요한 RNA중합효소 유전자가 있고 중간 크기 조각(M)에는 캡슐 표면의 당단백질 두 종(Gc와 Gn)의 유전자가 있다. 작은 조각(S, 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고리로 M은 오타다)에는 핵단백질(NP)과 비구조단백질(NS)의 유전자가 있다. - Biomedical reports 제공

SFTS바이러스의 유전자는 불과 다섯 개로 이 가운데 전염성에 관련된 건 바이러스 껍질을 이루는 당단백질 두 종(Gn과 Gs)로 숙주 세포 표면의 수용체를 인식해 세포 내로 침투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병원성은 숙주의 선천면역계를 교란하는 비구조단백질(NS)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 단백질의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 이미 병원성이 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만일 전염성까지 높아진다면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그런데 SFTS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는 주로 쥐 같은 동물에 기생하는데 어떻게 이처럼 짧은 시간에 한반도와 심지어 바다 건너 일본까지 건너가게 됐을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철새가 운반책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SFTS바이러스가 실체를 드러낸 지 불과 7년 만에 동아시아 전역에 퍼졌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진드기뿐 아니라 고양이 같은 동물도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긴소매 옷을 입고 야외에 다녀온 뒤 몸을 잘 살펴라’는 수준 이상의 대응을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떠오르는 게 백신인데 아직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최근 백신 개발용으로 적합한, 즉 SFTS바이러스를 대표하는 균주를 제안한 중국 연구자들의 논문이 한 학술지에 발표되기는 했다. 한중일 세 나라의 보건 담당자들이 SFTS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한편 SFTS가 진드기 매개 질병의 전부가 아니다. 진드기 유충에 물려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SFTS와 증세가 비슷한(물론 정도는 약한) 쯔쯔가무시병에 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만여 명이 감염되고 10여 명이 사망한다. 다행히 박테리아 질환이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가 된다. 앞서 잠깐 언급한 인체과립구성아나플라마증(HGA) 환자도 2014년 처음 국내에서 보고됐다. 앞으로 또 어떤 진드기 매개 질환이 등장할지 걱정이다.


필자는 아침저녁으로 천변을 산책하는데 요즘 들어 길을 횡단하는 쥐들이 부쩍 많이 눈에 띤다. 그래서인지 관리가 안 돼 풀과 나무가 마구잡이로 자란  천변을 사냥터로 삼고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도 꽤 있다. 이런 고양이들이 쥐를 잡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지나가다 길고양이를 보더라도 사료를 주는 것 까지는 몰라도 불쌍하다며 쓰다듬지는 말아야겠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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