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막는 ‘초경량 미래 우주복’ 등 첨단소재 연구 활기

2017.09.17 18:00

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가보니 

 

KIST 제공
전북 완주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복합소재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실. ‘질화붕소(BN)’를 합성할 수 있는 장비다. KIST 연구진은 방사선을 차폐할 수 있는 초경량 우주복을 개발하기 위해 ‘질화붕소나노튜브(BNNT)’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 KIST 제공

15일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양자응용복합소재연구센터에 들어서자, 거대한 크기의 고압 레이저 합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복합소재인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를 합성하는 장비다. 복합소재는 두 가지 이상의 소재를 혼합해 각 소재의 장점이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만든 소재를 일컫는다.

 

BNNT는 붕소(B) 원자 3개와 질소(N) 원자 3개가 하나의 육각형으로 연결되면서 원통 모양의 가는 튜브를 이루는 소재로, 탄소나노튜브(CNT)와 구조가 비슷하다. KIST는 이 고압 레이저 합성기를 이용해 국내 최초로 고결정성 BNNT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고온플라즈마 시스템을 구축해 BNNT를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됐다.
 

● KIST, 미국·캐나다와 공동 연구 수행 중

 

BNNT는 섭씨 900도가 넘는 고온에도 견딜 수 있고, 붕소(B-10) 원자가 중성자 방사선을 차폐할 수 있어 우주복, 원전사고 방재복 등을 개발하는 데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이상현 KIST 양자응용복합소재연구센터장은 “붕소가 중성자를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우주방사선 차폐를 위한 연구는 10여 년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기존 우주복은 무게가 5㎏ 넘게 나가 입고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렵다. 1.5㎝ 두께의 두꺼운 우주복도 감마선 세슘(Cs)을 기준으로 방사선의 30%밖에 차폐하지 못한다. 이 센터장은 “고순도의 BNNT를 합성해 섬유화 할 수 있다면 가볍고 얇아 유연하면서도 차폐율이 높은 우주복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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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질화붕소나노튜브(BNNT)’ 복합 소재의 구조. 왼쪽부터 BNNT, 수소(H) 원자를 결합시킨 BNNT, 납(Pb) 입자를 입힌 BNNT. BNNT의 붕소 원자는 중성자 방사선을 차폐할 수 있다. 여기에 수소 원자와 납 입자를 혼합하게 되면 각각 알파·베타선, 감마선까지 차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제공

BNNT에 수소(H) 원자를 결합시키면 알파·베타선을 이루는 하전입자를 차폐할 수 있고, 납(Pb) 같은 금속 입자를 입히면 감마선을 차폐할 수 있다. 붕소와 수소, 납이 하나의 복합BN섬유를 이룬다면 모든 종류의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셈이 된다. KIST는 최근 BNNT 복합섬유화 기술도 확보했다.
 
2년 전부터는 NASA, 캐나다국가연구회(NRC)와 공동으로 고순도 BNNT 복합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NASA가 선행 연구를 하고 KIST가 소재 분석, NRC가 대량 생산을 위한 연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첨단 복합소재, 국방에도 활용도 높지만… 민·군 협력 부족해 응용 어려워

 

이처럼 연구자들 간에 활발히 교류를 하고 있긴 하지만, KIST가 BNNT 연구와 관련해 NASA와 공식적으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 즉, 확보한 기술에 대한 권한이나 향후 우주탐사 임무 등에서의 활용 방안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BNNT를 비롯해 구조 재료, 스텔스 재료, 단열 재료 등 복합소재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군과의 협력도 전무한 상황이다. 국방 연구개발(R&D) 과제는 대부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단독으로 진행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공동 연구를 하게 되더라도 첨단 소재처럼 미래를 대비하는 기초 연구는 개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양 센터장은 “방위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스템 결여, 5%에 불과한 국방 R&D 과제의 간접비(O/H) 비율, 국가에 귀속되는 지적재산권 등 국방관련 기술에서의 민군 협력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개선될 문제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완주=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황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복합소재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의 특성을 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단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고성능 투과전자현미경(TEM)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완주=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한편 연구자들은 상용화 단계로 넘어간 대표적인 복합소재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꼽았다. CFRP는 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단위로  촘촘하게 짜인 섬유질의 플라스틱으로 강도가 강철만큼 강하면서도 내구성이 좋고 유연하며, 무엇보다 가볍다.

 

때문에 유럽과 북미, 일본 등 선진국들은 항공·우주, 자동차 등 경량화가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탄소복합소재 활용을 늘리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BMW는 전기차 i3의 기본 골조 전체를 CFRP로 제작했다.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항공기 ‘보잉787’는 구조체의 절반 이상이 CFRP다. 그만큼 연료 효율은 높아진다. 세계 CFRP 시장은 2014년 10조원에서 2025년 27조4000억 원까지 3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단가 비싸 소극적인 국내 기업들… 재활용 공정 활용하면 단가 20분의 1로 떨어져

 

그러나 국내에서는 탄소복합소재를 주로 기능성 스포츠용품 등 기술 수준이 낮은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효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등에서 제한적으로 시도를 하고 있긴 하지만 CFRP의 높은 제작 단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문주 KIST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땅에 매립돼 폐기처분 되는 CFRP를 재활용 하면 단가를 2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KIST는 간편하고 신속한 CFRP 재활용 공정을 개발했다. 최근 KIST는 이 공정을 활용해 BMW와 함께 i3 차량 앞부분의 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골격인 ‘에이필러’를 태우지 않고 30여 분 만에 완전히 녹여 분해했다.
 

국내에서 폐기되는 CFRP의 양은 연간 500t으로 알려졌다. 고 연구원은 “소재 파악이 된 것은 100t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국방 쪽에서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이런 폐기물은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 KIST 다기능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장은 “복합소재의 제조 단가가 비싼 데다 관련 산업계의 해외 의존률이 높아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실질적인 산업 적용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복합소재의 상용화 연구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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