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체험도 부익부빈익빈 下] 과학문화 행사 곳곳에 널렸지만… 문제는 접근성

2017년 09월 13일 13:35

꼭 과학문화 소외계층을 타깃으로 하지 않더라도 국·공립 과학관 40여 곳을 비롯해 연구소, 기업, 대학 등 전국에서 무료로 과학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다. 참가 신청만 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과학전시나 과학강연도 곳곳에서 열린다.

 

그러나 과학문화 소외지역의 시민들은 이렇게 개방된 콘텐츠조차도 정보의 접근성이나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 특히 어린이나 학생의 경우 부모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 어렵고,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교통편이나 교통비 부담 문제가 따른다. 이 같은 이유로 과학문화 소외지역민들에겐 직접 이들을 기관으로 초청하는 과학문화 프로그램이 유일한 창구가 되고 있다.

 

☞[과학체험도 부익부 빈익빈 上] 소외계층 위한 프로그램, 예산은 대도시에 집중?

 

● ‘배우는 과학’ 아닌 ‘느끼고 체험하는 과학’… 과학문화 교육으로 꿈 바뀐 아이들도

 

지난달 국립대구과학관은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인 경북 울진의 평해초 학생과 교사 40여 명을 초대해 천체관측 1박 2일 캠프를 진행했다. 국립광주과학관 역시 지난달 첫 과학문화 소외지역민 초청 과학문화 행사를 벌였다. 과학문화 소외지역인 전남 해남 북평초 학생과 교사 90여 명을 초청해 ‘2030 미래도시 특별전’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광주과학관후원회는 내달까지 4개 학교를 추가 초청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기계연구원(KIMM)이 연간 3회씩 진행하고 있는 과학문화 소외지역민 대상 과학교육 프로그램인 KIMM 사이언스 스쿨. -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한국기계연구원(KIMM)이 연간 3회씩 진행하고 있는 과학문화 소외지역민 대상 과학교육 프로그램인 KIMM 사이언스 스쿨. -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일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서도 이렇게 과학문화 소외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연간 3회씩 ‘KMM 사이언스 스쿨’을 운영해 왔다. 전국 교육청을 통해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에서 전교생이 50명 내외인 소규모 초등학교를 섭외해 4~6학년 전체를 기관으로 초청하는 2박 3일간의 프로그램이다. 자기부상열차 시승과 연구실 투어, 강연, 과학실험 등 모든 프로그램은 연구원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나형선 기계연 대외협력실 행정원은 “기계연뿐만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립중앙과학관 등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학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이언스 스쿨에 참여했던 경남 밀양 산내초의 전성재 교사는 “지방 소규모 학교 학생들에게 ‘배우는 과학’이 아닌 ‘느끼고 체험하는 과학’을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라며 “몇몇 학생들은 사이언스 스쿨을 계기로 과학 관련 분야의 새로운 장래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과학세상으로의 초대’ 역시 매년 과학문화 사각지역민 20~30명을 대전 KISTI 본원으로 초청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자드락마을의 어르신 25명을 연구원으로 초청해 슈퍼컴퓨터 등 주요 연구시설 투어와 강연, 퍼즐 제작, 천체관 관람 등을 진행했다. 김양희 KISTI 대외협력실장은 “과학의 날에는 1박2일간의 ‘사이언스 캠프’로 구성해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과학 체험뿐만 아니라 방송국 견학,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 등 문화 전반에 걸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가핵융합연구소는 도서지역 및 소외계층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퓨전스쿨 과학나눔’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 중이다. 행사는 이공계 대학생들로 구성된 ‘핵융합 앰베서더’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여름방학 기간 벽지학교 학생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과학세상으로의 초대’에 초청된 농어촌 지역 주민들이 슈퍼컴퓨터의 역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 출연硏 과학 행사 200여 건 中 소외지역민 초청은 단 4~6건… 국가과기연구회, 확대 방안 마련 중

 

그러나 이렇게 기관 단위에서 소규모로 운영을 하다 보니 아직까지는 수혜자가 매우 적은 게 사실이다. 출연연 25곳에서 운영 중인 과학문화 프로그램은 200여 건에 이르지만, 이 중 소외계층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은 4~6건에 불과하다. 회당 수혜자 수는 많아야 수십 명 수준이고, 한 사람이 여러 번 참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성재 교사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체험기관 조사·협의, 진행자 섭외, 이동·숙박 안전, 학교 자체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며 “과학교육 지원 프로그램은 매우 감사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혜 학생이 너무 적다는 점은 아쉽다”며 “좋은 프로그램인 만큼 점진적으로 확대돼 더 많은 학생들이 과학과 문화, 미래에 다가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출연연의 소외계층 대상 과학문화 프로그램 확대 방안을 마련 중이다. 연구회 관계자는 “소외계층 대상 과학문화 프로그램은 몇몇 기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는데, 앞으로는 출연연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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