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실종자 신원 확인, 새로운 DNA 분석 기술로 찾는다

2017.09.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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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 들어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들어온 난민·이주민이 12만 명에 달하고, 이 중 2400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현재도 끊임없이 실종자가 발생하고 있다. -google 이미지 제공

토마스 퍼슨 국제실종자위원회 과학기술디텍터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실종자를 찾아줄 열쇠가 DNA 분석기술”이라며 “최근 사람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새로운 DNA 마커가 속속 나오고 이를 해석하는기술이 도입돼 한층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된 제27회 세계법유전학회 기조 발표에서다. 오래된 실종자의 유해, 심하게 훼손된 시신의 신원도 확인할 수 있게 되리란 기대가 묻어나온다.

 

실종자의 신원 확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이어지는 국제 정세 불안과 난민 발생으로 인해 실종자는 지금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들어온 난민·이주민이 12만 명에 달하고, 이 중 2400명은 물에 빠져 숨졌다.

 

퍼슨 디렉터가 강조한 새로운 마커의 이름은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 이하 SNP)이며, 이를 해석하는 방법은 대량병령염기서열분석(Massivly  parellel sequening 이하 MPS)이다. 퍼슨 디렉터는 “SNP와 MPS 이 두 가지의 조합에 흥분하는 이유는 훼손된 유해의 분석도 가능케 하며, 사촌 등 거리가 먼 친척의 유전자로도 신원을 알 수 있다는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0년 개발된 DNA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시료에서 DNA를 추출하는 기술과 이를 증폭하는 기술, 그리고 이것을 해석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추출한 DNA의 짧은 연쇄반복서열(Short tandem repeat, 이하 STR)을 사람을 구분짓는 마커로 사용했다. 이를 증폭한 뒤, 음전하를 띠는 DNA의 특성을 이용해 STR의 길이 차이를 모세관 전기영동(CE)법으로 읽어냈다. 

 

기존에 사용된 STR과 CE 분석의 한계는 무엇이고, 이를 새로운 SNP와 MPS 조합이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 STR과 CE 조합의 한계…오래 방치된 실종자 확인 어려워

 

지문 속 상피세포나 머리카락의 뿌리세포, 뼛속의 조직세포처럼 실종자의 몸에서 나온 생물학적 증거가 있으면 DNA 분석을 할 수 있다. DNA 분석은 대개 핵DNA 분석을 한다(아래 ☞ 단락 참조).

 

현대 기술로는 최소 10~15개의 세포를 확보하면 DNA 분석으로 실종자의 특성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종자의 특성을 아는 것과 이를 통해 신원을 밝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신원을 밝히려면 대조할 수 있는 유전자가 더 필요하다. 칫솔이나 옷가지처럼 실종자가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에서 추출한 유전자원이나 가까운 혈연 관계 가족의 유전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약 20년 이상 널리 쓰여온 STR 마커는 사람의 염색체 안 유전자의 길이가 차이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었다. 한 예로 7번 상염색체에 있는 ‘D7S280’를 들 수 있다. D7S280 부위에서 'GATA' 염기서열의 반복 횟수는 6~15번으로 사람마다 다르다. 세포 하나에도 이런 STR은 100만 개 이상 존재하는데, 이중 사람을 구분하는데 유용하도록 STR을 최소 13개 이상 조합해 비교해 왔다. 2017년부터는 미국에서 핵심 STR을 20개로 확장해 신원 확인에 사용하고 있다.

 

신경진 연세대 법의학과 교수는 “STR 마커는 사건 현장의 증거물이나 확인하려는 시료의 유전자 분석에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며 “하지만 (STR 분석은)범죄와 관련돼 유기된 뒤, 백골화된 상태로 수십 년 만에 발견된 실종자나 수십 년 전 벌어진 전쟁의 전사자 등의 신원은 확인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자연에 방치된 실종자의 유골 속 유전자는 분해 돼  조각나 있다. 대체로 길이가 짧아져 있기 때문에 긴 길이를 가지는 STR로는 종종 분석을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A와B는 특정 STR의 길이가 같게 나왔다, 이는 오른쪽과 같은 전기영동장치로 분석한다 - 신경진 교수 제공
A와B는 특정 STR의 길이가 같게 나왔다, 이는 오른쪽과 같은 전기영동장치로 분석한다. - 신경진 교수 제공

신 교수는 “모세관 전기영동(CE) 장치로 STR을 분석하는 대부분의 상용제품은 염기쌍(bp)이 300개 이상 돼야 분석가능하게 설계됐다”며 "STR과 CE 조합의 분석으로는 오랜시간이 지나 자연에서 분해된 유전자로 부터 정보를 얻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마커 SNP, 이를 분석하는 MPS 조합이 ‘답’이다

 

새로 나온 SNP는 STR보다 훨씬 짧은 염기서열로, 사람마다 길이는 같은데 염기 구성이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특히 200개 이하의 염기쌍 안에 사람마다 차이나는 염기가 두 개 이상 있는 것을 ‘마이크로하플로타입(Microhaplotype이하 MH)’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MH는 더 강력한 식별 능력을 가진 SNP라고 할 수 있다. SNP와 MH 역시 한 세포 안에 흔히 존재한다.

 

SNP와 MH의 개념도. SNP는 짧은 염기서열인데 길이는 같지만 사람마다 염기구성이 다른것이고, MH는 200개의 염기쌍안에 SNP의 특징이 2개 이상있는 염기서열이다 - 신경진 교수 제공
SNP와 MH의 개념도. SNP는 짧은 염기서열인데 길이는 같지만 사람마다 염기구성이 다른것이고, MH는 200개의 염기쌍 안에 SNP의 특징이 2개 이상 존재하는 염기서열이다 - 신경진 교수 제공

신 교수는 “길이가 긴 STR은 훼손된 실종자의 유전자원에서 마커로서 제 역할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와 달리 SNP나 MH는 짧은 단편 조각이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 식별력이 좋은 것을 찾아 분석하면 (신원확인에)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법유전학 분석에 적용되는 MPS기술을 활용하면 CE로 분석할 수 없었던 대량의 SNP와 MH의 염기서열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도입된 MPS는 장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5000만 개 이상의 짧은 염기서열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신 교수는 “SNP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최소 수백 개에서 천 개 이상을 동시에 읽은 뒤 비교하고 있는데, MPS 덕분에 이것이 가능해졌다”며 “SNP분석을 이용해 먼 친척의 유전자로도 실종자 신원을 확인할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직계가족이 아닌 3촌, 4촌 등 친척의 유전자로도 공유하고 있는 SNP의 비율을 따져 비교하면 가족 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DNA 분석 기술 발달로 직계가족 아니라도 실종자 확인 가능해”

 

신 교수는 이어 “법유전학자들은 더 좋은 식별능력을 갖춘 SNP를 찾고 있으며, MPS 분석을 이용해 보다 확실히 신원을 밝힐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기존의 STR 분석 수준으로 비용을 점차 낮추고 절차를 간편하게 만드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MPS 기계의 예와 분석 - 신경진 교수 제공
MPS 기계의 예, 아래는 A와 B 두개의 SNP에서 염기가 다른 부위를 구별해낸 것을 나타낸다.- 신경진 교수 제공

여기서 잠깐! 핵 DNA가 아닌 미토콘드리아 DNA를 쓰는 경우도 있다?

 

전쟁이나 시체 유기 등으로 오래 자연에 방치된 실종자의 경우, DNA 분석을 위한 시료를 찾기 어렵다. 수 십 년 만에 뼈를 찾았다고 해도 DNA가 조각나거나 양이 극히 적을 확률이 높다. 이처럼 시료에서 ‘핵 DNA’를 분석하기 어려운 경우 세포에 많이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사용해 왔다. 세포 한 개 당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보다 최소 100배에서 10000배까지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분석에 필요한 DNA 시료를 얻을 확률이 큰 것이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에 비해 식별능력이 낮은 단점이 있다. 신 교수는 “최근에는 DNA 추출과 분석 기술이 좋아졌다"며 "수천 년 이상 된 고인골이나 화석화된 시료처럼 심하게 훼손된 시료에서도 핵 DNA를 얻을 수 있어 미토콘드리아 DNA를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토콘드리아 DNA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실종자의 생물학적 증거물이 머리카락뿐인데 그 머리카락 시료에 뿌리가 없다면, 이때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할 수밖에 없다. 신 교수는 “머리카락은 뿌리에 핵 DNA가 있다”며 “일부러 잡아 뽑지 않는 이상 일상 생활에서 떨어진 머리카락에는 보통 뿌리가 없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특징 때문에 인류의 기원이나 이동을 연구하는 생물지리학적 연구에도 미토콘드리아 DNA가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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