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몰지진? 암반파열? 늘어나는 북핵 2차 지진 미스터리

2017년 09월 05일 18:48
IRIS가 밝힌 2차 지진의 위치. 핵실험에 의한 지진 추정 장소보다 1km가 채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 위치다. - IRIS 제공
IRIS가 밝힌 2차 지진의 위치. 핵실험에 의한 지진 추정 장소보다 1km가 채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 위치다. - IRIS 제공

북한 6차 핵실험 직후에 일어난 작은 지진의 정체를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3일 12시 29분에 핵실험에 의한 지진이 전세계에 탐지된지 약 8분 30초 뒤, 일부 지진 관측소에서 그보다 규모가 조금 작은 지진이 관측됐다. 미국지질관측소(USGS)는 ‘붕괴에 의한 규모 4.1의 지진’으로 기록했고, 직전의 핵실험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상청은 처음에는 추가 지진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지만, 4일 일부 언론이 2차 지진의 여파로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갈 가능성을 제기한 뒤 뒤늦게 2차 지진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관련 기사 : [북핵 팩트체크 – 남은 의문들] “의문의 2차 지진파… 방사성 기체 포집 가능성 높일까?”)

 

●새로운 인공지진 확인… 기상청은 ‘함몰지진’ 결론


이덕기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지진파를 분석한 끝에 (새로운 지진파를) 발견했다”며 “인공지진에서만 관측할 수 있는 공중음파(저음파)를 탐지하고, 단층 움직임 등 자연 지진 여부를 확인하는 추가 분석을 통해 이 지진이 인공지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 인공지진이 6차 핵실험 위치에서 남동쪽으로 약 7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규모 4.4의 ‘함몰지진’이라고 밝혔다. 함몰지진(spall)은 핵실험 등 큰 폭발이 일어난 뒤에 뒤따라 일어나는 지진으로, 주로 실험의 충격으로 얕은 산 등 바로 위의 지형이 위로 살짝 들렸다가 주저앉으며 아래로 무너지는 현상이다. 과거 미국 네바다 등에서 한 지하 핵실험 장소를 위에서 보면 일부에서 움푹 꺼진 지형을 볼 수 있는데, 함몰지진이 원인이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갱도가 무너지며 생긴 지진”이라고 말했다.

 

 

핵실험 흔적과 함몰. 지하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하는 지하핵실험에서는 간혹 함몰이 일어났다. 하지만 북한은 산 중턱에 수평 갱도를 뚫고 들어가 실험했기에 양상이 조금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 과학동아 제공
핵실험 흔적과 함몰. 지하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하는 지하핵실험에서는 간혹 함몰이 일어났다. 하지만 북한은 산 중턱에 수평 갱도를 뚫고 들어가 실험했기에 양상이 조금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 과학동아 제공

 

 

엇갈리는 진술들… ‘응력배출’과 ‘암반파열’ 주장도 나와
하지만 전문가들은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산 허리에 수평으로 갱도를 판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 위에 산이 높아 움푹 꺼지기 쉽지 않다”며 “함몰지진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핵실험 뒤에 나타나는 2차 효과에는 함몰지진 외에도 ‘지구조 응력배출(Tectonic release)’이 있다”며 “수만 년 동안 누적된 지층의 힘이 실험으로 생긴 빈 공간 쪽으로 쏠리면서 일시에 풀려 주변에 지진파의 형태로 퍼지는 현상인데, 이번 2차 지진의 원인으로는 이 쪽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원영 미국 컬럼비아대 라몽-도허티 지구관측소 교수 역시 “함몰일 경우 주로 장주기 지진파가 나오는데, 이번 지진의 경우 주로 단주기파가 나왔다”라며 “함몰지진보다는 ‘암반파열(rock burst)’또는 작은 여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암반파열은 갱도 건설 등 인공적인 힘이 가해진 지하에서 바위가 일시에 터지듯 움직이며 쌓인 힘을 배출하는 현상이다. 지구조 응력배출과 언뜻 비슷하지만, 주로 인공물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는 점이 다르다. 여진에 대해서는 “2016년 9월 5차 핵실험 때도 이틀 뒤에 규모 1.8의 작은 여진이 있었다”며 “핵실험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이 밝힌 전형적인 함몰지진 사례. 장주기 파형이 특징이다. - 기상청 제공
기상청이 밝힌 전형적인 함몰지진 사례. 장주기 파형이 특징이다. - 기상청 제공


유용규 과장은 “전형적인 함몰지진은 장주기 파형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 지진에서는 그런 파형이 나오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함몰지진 여부에 따라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 많았다. 홍태경 교수는 “오차를 고려하면 2차 지진의 정확한 위치조차 특정할 수 없다”며 “핵실험장의 방사성 물질 유출 여부를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영 교수도 “지진이 난 깊이가 관건”이라며 “매우 깊은 곳이라면 핵실험과 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BOX) 기자가 직접 시도해 본 지진파 분석

결론이 잘 나지 않아 답답한 기자가 직접 지진파 자료를 구해 분석을 시도해 봤다.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폭발에 의한 인공 지진파의 수직성분 첫 피크(초동)가 보통 위(+)를 향하고, 붕괴에 따른 인공 지진파는 아래를 향한다는 정보. 먼저 지진학합동연구소(IRIS)에 들어가 북한 핵실험 장소와 가장 가까운 지진파 관측소를 골랐다.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의 지진파 관측소였다. 이곳에서 최초 P파 도달 1분 전부터 10분 뒤까지 총 11분 동안의 총 1만3200개의 지진파 데이터를 내려 받았다. 이후 이 지역에 P파가 처음 도달한 시각을 확인했다. 핵실험에 의한 지진은 30분 50초, 2차 지진은 39분 23~25초 무렵이었다. 해당 시간대 전후로 총 6초의 데이터를 찾아 엑셀을 이용해 그래프로 그렸다(아래. 숫자는 일련번호. 20 단위로 1초가 지나감).


결론은? 애매했다. 폭발에 의한 그래프는 +가 확실했다(첫 번째 그래프의 빨간 화살표). 하지만 문제의 2차 지진은 판단 내리기 어려웠다. 마이너스(–)를 가리키기는 했지만 진폭이 작고 피크도 흐릿했다. 23~35초 무렵에 오히려 반등하는 느낌도 들었다. 김원영 교수는 “작은 지진을 먼 거리에서 측정한 자료만으로 P파의 초동 방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보다는 지진파가 단주기인지 여부나, 후속으로 S파가 검출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진학합동연구소(IRIS)의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핵실험 지진의 P파 수직 성분을 분석해 봤다. 위로 솟는 첫 피크는 핵실험 등 폭발에 의한 지진파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자료는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 관측소. - 윤신영 제공

 

지진학합동연구소(IRIS)의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핵실험 지진의 P파 수직 성분을 분석해 봤다. 위로 솟는 첫 피크는 핵실험 등 폭발에 의한 지진파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자료는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 관측소. - 윤신영 제공

 

8분 30초 뒤 2차 지진의 P파 수직 성분을 분석해 봤다. 붕괴에 따른 초동 피크는 보통 아래를 향하는데, 이 자료로는 불분명하다. 자료는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 관측소. - 윤신영 제공
8분 30초 뒤 2차 지진의 P파 수직 성분을 분석해 봤다. 붕괴에 따른 초동 피크는 보통 아래를 향하는데, 이 자료로는 불분명하다. 자료는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 관측소. - 윤신영 제공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