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나고야의정서 가이드②] 기초연구와 상업화 연구, 똑같이 적용될까

2017년 08월 28일 17:00

※편집자 주: 8월 17일 한국에서도 해외의 생물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을 활용할 때 관련 법률에 따라 자원 제공국의 사전허가를 받고, 이익도 공유하도록 하는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됐습니다. 이에 동아사이언스는 실제 연구 현장에서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하는 연구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연구자 나고야 의정서 가이드’를 연재합니다.

 

국제 공동연구도 사전허가 필요할까

기초연구와 상업화 연구, 똑같이 적용될까

전통지식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국내 자생생물로 대체 가능할까

 

☞관련 기사: 17일 한국에서도 ‘나고야의정서’ 발효…“연구 현장에도 타격 예상”
 

결핵균을 확대한 모습. 한국은 결핵 발생률과 환자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 위키미디어 제공
결핵균을 확대한 모습. 한국은 결핵 발생률과 환자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 위키미디어 제공

결핵은 국내에서 발병하는 감염병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차지한다. 지난달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결핵환자 신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국내 결핵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기준 국내 결핵 발생률과 환자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 박사는 결핵의 발병 과정과 전파 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결핵 환자가 많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콩고공화국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축-사람 간 전염 원인, 결핵균의 특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물 사체에서 결핵균을 추출해 배양해야 한다. 그리고 결핵균의 유전체를 해독해 항체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된 유전적 요인을 분석하고, 역학 조사를 통해 핵심 전파 경로를 밝힐 계획이다.
 

 
아프가니스탄, 브라질 등과 함께 결핵 고위험국가 중 하나인 콩고공화국은 나고야 의정서 비준국이다. 2015년 공식 발효됐다. 콩고공화국에서 유전자원인 결핵균을 연구에 활용하려면 정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만약 이 연구로 이익을 창출한다면 콩고공화국과 공유해야 할 의무도 있다.
 
L 박사가 수행하려는 것은 감염병 대응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 연구다. 신약을 개발하는 등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화 목적의 응용 연구와는 성격이 다르다. 연구가 상업화로 진행될 가능성이 없는 기초 연구라는 점을 자원제공국에 설명할 수 있다면, 연구자는 좀 더 간단한 절차를 거쳐 유전자원 이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나고야 의정서가 규정하는 절차가 상업적 목적(정식 계약)과 비상업적 목적(간소화된 계약) 두 가지 트랙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간소화된 계약은 기본적인 준수 사항은 동일하지만 정식 계약에 비해 절차가 좀 더 간단하고 심사도 덜 까다로워 진행도 신속한 편이다. 다만 유전자원이 아닌, 특정 국가의 고유한  전통 지식을 연구에 활용하는 경우에는 어떤 경우라도 완전한 정식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유전자원·전통지식에 대한 접근과 이용, 이익공유 절차 개요도. 비상업적 목적(간소화된 계약)과 상업적 목적(정식 계약)의 두 가지 트랙으로 나뉜다.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 제공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유전자원·전통지식에 대한 접근과 이용, 이익공유 절차 개요도. 비상업적 목적(간소화된 계약)과 상업적 목적(정식 계약)의 두 가지 트랙으로 나뉜다.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 제공

기초 연구라 할지라도 지식 축적이라는 비금전적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전자원 제공 국가의 결핵 프로그램과 협력 △연구 결과를 결핵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 △현지 연구진과의 공동 논문 출판 △박사과정 학생에 대한 훈련·교육 △기술 이전 등 현지 연구진의 능력 개발 등의 방법을 통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나고야 의정서를 비준하는 국가에서 배양한 결핵균주를 한국으로 가져와 분석하는 것은 필요한 인프라나 기술 등이 해당 국가에 없을 경우에만 허용된다. 그 결과에 대한 추가 연구는 다시 자원제공국에서 현지 연구진과 함께 수행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나고야 의정서 제23조(기술이전, 협력, 협동)에 명시돼 있다. 즉, 결핵에 관한 기초 연구라면 자원제공국의 결핵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당초 계획과 달리 연구 도중에 상업화 가능성을 발견했거나 목적 자체가 변경될 경우에는 자원제공국의 책임 기관에 이 사실을 알린 뒤, 상업적 목적 트랙으로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비상업적 목적 트랙으로 허가를 받은 유전자원으로 상업화 목적의 연구를 하는 것도 나고야 의정서 규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장영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장은 “국가마다 세부 이행 법률이 다르고, 건별로도 사전 허가를 받을 때 협의한 조건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해당 국가에서 연구를 수행한 연구기관이나 연구자의 선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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