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 하이퍼루프는 콩코드의 실패를 극복할까?

2017년 08월 27일 08:00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30년 전인 1987년 개봉된 15번째 007 영화 ‘007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는, 무명이었던 티모시 달튼이 4대 제임스 본드로 선발되어 찍은 첫번째 작품이다. 소련의 한 장군이 막대한 양의 무기를 빼돌리려 밀매상과 거래하는 것을 제임스 본드가 막아낸다는, 지금 보면 상투적이지만 당시 냉전시대에는 잘 팔릴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영화의 초반부에 제임스 본드는 소련의 코스코프 장군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오스트리아로 탈출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국경이 철통같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제임스 본드가 선택한 탈출 방식은 아주 색달랐다. 시베리아를 관통해 서방으로 이어진 가스관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pig’라는 캡슐에 장군을 태운 후, 강한 압력을 가해 캡슐이 빠른 속도로 가스관을 관통하게 한 것이다.

 

 

▲ 영화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서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사람을 이송하는 장면.


바로 그 장면이 하이퍼루프(Hyperloop)가 사실상 최초로 영화 속에 등장한 장면이라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중이다. 항상 기술적으로 첨단의 무기, 통신수단, 운송수단 등을 선보이는 것이 007 영화의 특징이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최신 운송수단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하이퍼루프 마저도 30년 전 영화에 등장시켰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하이퍼루프의 컨셉은 20세기 초부터 SF작가들의 상상력과 과학자들의 관련 연구를 통해 꾸준히 제시됐다. 그러다 2012년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회사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기술진들의 도움을 받아, 하이퍼루프라는 이름과 함께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상용화 가능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초기 하이퍼루프의 컨셉 디자인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초기 하이퍼루프의 컨셉 디자인

‘콩코드기와 레일건 그리고 에어하키 테이블의 조합’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설명처럼, 하이퍼 루프는 밀폐된 터널(혹은 튜브) 안의 기압을 낮춘 후 그 안에 열차를 넣고 터널 외부에 설치된 선형유도모터(리니어 모터)를 통해 가속하여 구동된다. 거기에 필요한 에너지는 외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시작된 하이퍼루프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일종의 오픈소스 개념으로 관련 기술들이 공개되고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4년엔 현재 하이퍼루프의 상용화를 위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인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이 설립되었고, 그 뒤로 HTT, TrasPod 등 다양한 기업들이 추가로 설립되면서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하이퍼루프가 완전 상용화 되었을 때 탑승 터미널의 상상도
하이퍼루프가 완전 상용화 되었을 때 탑승 터미널의 상상도

최근까지도 하이퍼루프는 상용화가 한참 남은, 검증되지 않은 미래의 교통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 최근 그런 상황에 큰 변화를 가져올 두 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지난 7월 21일 일론 머스크가 뉴욕을 출발해 필라델피아, 볼티모어를 거쳐 워싱턴DC로 연결되는 지하 하이퍼루프의 건설에 대한 정부의 구두 승인을 받았다는 트윗을 올린 것이었다.

 

뉴욕부터 워싱턴 DC까지의 하이퍼루프 개발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
뉴욕부터 워싱턴 DC까지의 하이퍼루프 개발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

여기서 ‘구두 승인’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정부’라는 것이 연방정부를 의미한다면 각 지방정부나 토지 소유주들로부터의 승인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많은 의문점들이 제기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회사인 더 보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를 통해 지속적으로 하이퍼루프 건설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난 8월 2일 하이퍼루프 원이 XP-1이라는 이름의 승객용 차량을 300m 구간에서 최고속도 309㎞/h로 달리게 하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었다. 하이퍼루프의 컨셉 자체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한 2016년 5월의 첫 번째 테스트에서의 최고 속도 216㎞/h를 가뿐이 넘어선 것이라,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서는 전기가 되었다고 평가받았다.

 

하이퍼루프 원이 네바다 사막에 설치해 시스템 테스트를 성공한 500미터 길이의 하이퍼루프
하이퍼루프 원이 네바다 사막에 설치해 시스템 테스트를 성공한 500미터 길이의 하이퍼루프

그 때문인지 최근 ‘뉴욕에서 위싱턴DC까지 29분’,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 등 그 압도적인 효용성에 대한 장밋빛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아직도 하이퍼루프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산적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문제인데, 반쯤 진공인 터널(혹은 튜브)안에서 갇혀있는 상태로 운항을 해야 하므로 유사시 탑승자들의 사망 가능성이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하이퍼루프 자체가 이른바 오버 테크놀러지(Over-Technology)라는 평가 속에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이퍼루프 제작사들의 주장은 초고속 열차의 3배 속도를 2/3 비용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도시 사이에 하이퍼루프를 건설하는 비용이 과연 기존 초고속 열차보다 적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 하이퍼루프 원의 소개 동영상


게다가 지속적인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최근 건설된 초고속열차들의 속도가 현재 하이퍼루프의 최고 속도인 300㎞/h를 가뿐히 넘어선 상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2015년엔 일본 신칸센이 실험 구간에서 600㎞/h를 넘어선 적도 있다. 압도적인 수송 능력 차이를 고려하면, 하이퍼루프가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하이퍼루프가 실재로 상용화될 것인지, 된다면 초고속열차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매우 흥미진진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음속의 두 배로 날아 비행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지만, 엄청난 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과 단 한번의 추락사고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콩코드기처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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