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공포영화를 못보는 ‘겁보’인 이유

2017년 08월 04일 07:00
pexe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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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가 기승이다.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는 덴 공포영화가 제격이다. 같은 영화를 봐도 누군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무서움에 몇 장면 보지도 못한다. 심지어 영화관을 뛰쳐나가 버린다. 공포를 느끼는 정도는 왜 사람마다 다를까.

 

● 용자냐 겁보냐…유전자가 결정
 

vime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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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외부 자극에 대한 뇌의 방어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감정이다. 공포에 관여하는 대표 뇌 부위는 ‘편도체’다. 이 편도체가 얼마나 예민한지에 따라 용자와 겁보가 갈린다. 외부 자극에 편도체가 쉽게 반응하는 사람은 겁보, 무딘 사람은 용자가 되는 것이다.
 

이 예민함을 결정하는 것이 유전자다. 오랜 연구 끝에 과학자들은 뇌의 편도체에서만 과다하게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골라내 공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구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을 전달하는 ‘세로토닌 운반 유전자(STG)’와 쾌락호르몬 도파민을 분해하는 ‘COMT 유전자’다. 이 두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감정조절 능력이 떨어져 공포를 쉽게 느끼게 된다.
 

공포를 느끼지 않게 만드는 유전자도 있다. 2002년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뇌 속 ‘공포 회로’를 차단할 수 있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구명한 건 ‘가스트린방출펩티드(GRP) 유전자’로 GRP 유전자를 제거(녹아웃)한 쥐는 두려움을 억제하지 못하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공포에 떠는 행동을 보였다.

 

● 용자들이 공포영화 더 무섭게 보는 방법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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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으로 공포에 강한 사람들은 평생 공포영화를 시시하게 봐야 할까. 조금이라도 공포감을 높여줄 소소한 팁은 있다. 첫째는 공포영화 속 음산한 배경음악이 들려올 때 눈을 질끈 감아보는 것이다. 탈마 헨들러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팀은 눈을 감고 무서운 음악을 들으면 편도체가 예민해져 공포감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 ‘플로스 원’에 2009년 발표했다.

 

하지만 빛이 완전히 차단된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있을 땐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헨들러 교수는 “시각의 여부와 관계없이 눈을 감는 행동 자체가 공포에 대한 정보를 확대 해석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인이 무서워서 흘리는 땀 냄새를 맡는 것도 공포감을 높인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연구진은 2008년 땀 냄새로 공포가 전염된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 ‘신경과학’에 발표했다. 무서울 때 흘리는 땀엔 ‘페로몬’ 성분으로 인해 공포가 전염된다는 것이다. 또 이산화탄소 농도가 평소보다 높은 공간에 있을 때 공포감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요약하자면 극한 공포를 위해선 눈을 감고, 겁보 친구의 땀 냄새를 맡으며 밀폐된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방법이다.

 

● 겁보들을 위한 공포 치료법도 개발
 

겁보들을 위한 ‘공포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티머시 브레디 호주 퀸즐랜드뇌연구소 주임연구원 팀은 2014년 유전자에 스위치를 달아 공포 회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 스위치는 ‘5-hmC’라는 염기 물질로 DNA에 부착하면 두려움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차단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겁보라도 해결책은 있다. 존 웨미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원 팀은 2007년 겁보를 용자로 만들 수 있는 유전자 ‘ASIC1a’의 기능을 구명해 학술지 ‘생물 심리학’에 발표했다. 여우 냄새가 나는 비커를 쥐 우리 안에 넣으면 정상 쥐는 포식자의 위협을 감지해 경직되고, 비커에서 멀리 떨어진다. 하지만 연구진이 ASIC1a 유전자를 제거하자 쥐는 경직된 행동을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비커 위에 올라가 놀기도 했다.
 

연구진은 추가적으로 ASIC1a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타란툴라의 독을 투여했을 때도 정상 쥐가 용자로 거듭남을 발견했다. 웨미 연구원은 “약물치료를 통해 선천적 공포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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