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주기업, 경쟁·혁신·자립으로 심(深)우주 탐사 이끈다

2017.07.24 20:00
[우주강소국에서 배운다⑤] 마지막 편 - 미국
 
※편집자주 : 한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중심이 돼 75t급 엔진 4개를 장착한 ‘한국형발사체(KSLV-Ⅱ)’를 개발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도 독자 기술로 완성한 우주발사체를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도 우리만의 독특한 우주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동아사이언스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세계 우주기술을 선도하는 국가와 달리 국가 규모와 성격에 맞는 독자적 우주 기술을 완성하고, 이를 산업과 연결해 나가고 있는 이스라엘, 인도,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우주 전략을 짚어봤다. 마지막 편에서는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이면서 우주 개발 정책의 변화를 선도하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美 우주기업, 경쟁·혁신·자립으로 심(深)우주 탐사 이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센터장들이 지난 4월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호텔에서 열린 미국 우주재단 주관 ‘제33회 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유인 화성탐사를 위한 민간기업과의 협력 방안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콜로라도스프링스=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미국은 내년 본격화 되는 ‘2030년 유인 화성탐사’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정부 투자도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서명한 ‘2017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이행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회계연도 기준 2018년 NASA 예산으로 잡은 약 191억 달러 중 19.4%(37억 달러)를 유인 화성탐사 임무에 배정했다. 무인 탐사로봇을 행성에 보내는 임무에는 지난해 대비 16%가 증가한 19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배정했다.
 
미국은 2026년까지 달 궤도에 유인 우주정거장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DSG)’를 건설하고, 여기서 유인 화성탐사선 ‘딥 스페이스 수송장치(DST)’를 2033년경까지 화성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NASA를 중심으로 임무가 추진되지만 탐사에 필요한 발사체와 수송선, 유인 우주선, 로버 등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일은 모두 민간기업이 주도한다. 
  

미국의 우주기업 록히드마틴이 설계한 - 록히드마틴·보잉 제공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록히드마틴이 설계한 유인 화성탐사용 달 궤도 우주정거장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DSG)’(위)와 비슷한 개념으로 미국의 또 다른 기업 보잉이 공개한 DSG의 상상도(아래). - 록히드마틴·보잉 제공


 

●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우주 개발 기회… 기업들, 선의의 경쟁 통해 발전
 
미국은 ‘상업적 우주개발협력(CCSC) 이니셔티브’와 ‘우주 탐사를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 파트너십(NEXTstep·넥스트스텝)’ 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기업의 역할이 확대돼 왔다. 2015년에는 민간 우주 개발 장려를 위해 ‘상업적 우주 발사 경쟁력 법(CSLCA)’도 새로 제정됐다.
 
NASA가 대기업과 우주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하면, 대기업이 여러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식이다. 기업은 NASA의 임무에 필요한 각종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을 수주해 수익을 올리고, 동시에 축적되는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데이비드 멜처 미국 항공우주산업협회(AIA)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호텔에서 열린 미국 우주재단 주관 ‘제33회 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기자와 만나 “이제 NASA는 기업의 고객이 됐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심포지엄은 매년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일본, 한국 등이 모여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우주 산업의 미래를 그리는 자리다. 이번 심포지엄에도 각국의 우주 개발 관련 정부 부처, 연구기관의 고위 관계자들과 우주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우주 전문가 1만 여 명이 참석했다. 스페이스X, 볼 에어로스페이스 등 내로라하는 우주 기업들이 모였다.
 

콜로라도스프링스=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4월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브로드무어호텔에서 열린 미국 우주재단 주관 ‘제33회 스페이스 심포지엄’의 전시장.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 콜로라도스프링스=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NASA의 CCSC 협력 기업으로는 장거리 수송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페이스X, 고성능 발사체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을 개발하는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 탑재체를 개발하는 오비털ATK, 우주복을 개발하는 파이널프런티어디자인(FFD) 등 4곳이 있다.

 

넥스트스텝에는 보잉과 록히드마틴, 비글로에어로스페이스, 시에라네바다코퍼레이션(SNC), 나노랙스오브웹스터, 오비털ATK 등 6개 기업이 참여한다. 이 기업들은 주로 태양광(光)을 이용한 우주선 추진 기술과 우주인들이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거주시설 등을 개발한다.
 
NASA의 협력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해도 이들 기업의 경쟁은 계속된다. 보잉, 록히드마틴, 오비털ATK는 최근 비슷한 개념의 DSG 설계안을 발표했다. 스콧 파우즈 록히드마틴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각 기업이 어떤 부분을 얼마나 맡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방 분야 우주개발 사업에서도 기업간 경쟁은 치열하다. 올해 3월 미국 공군은 공개 낙찰로 스페이스X에 9650만 달러 규모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Ⅲ’ 사업을 맡겼다. 당시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ULA는 고배를 들어야 했다. 토리 브루노 ULA CEO는 “이번 계약은 놓쳤지만 앞으로 기업들간 선의의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美 우주기업, 경쟁·혁신·자립으로 심(深)우주 탐사 이끈다
토리 브루노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 최고경영자(CEO)가 ‘제33회 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ULA의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콜로라도스프링스=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재사용 로켓 등 기업의 우주기술 혁신…“연구소→기업 기술이전 방식으론 불가능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우주정책 선임자문위원을 맡았던 로버트 워커 미국 웩슬러&워커 이사장은 “위험 부담이 높은 우주 개발 초기에는 기업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기회로 돈을 벌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워커 회장은 미국 우주 정책의 산증인이다. 1977년부터 20년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으로 있으면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당시 과학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우주 개발을 뒷받침한 공로로 1996년 NASA 최고 명예상인 ‘수훈장(Distinguished Service Medal)’을 받았다. 2001년 대통령 직속 미국미래항공우주산업위원회 회장, 2004년 미국우주탐사정책추진 대통령 자문위원, 2006년 우주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워커 이사장은 민간기업 중심의 우주 기술 혁신의 예로 재사용 로켓을 들었다. 그는 “정부는 늘 경계하고 규제하는 보수적 조직이지만 엘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같은 기업가들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뛰어나다”며 “미국에선 그런 기업들이 미래에 누리게 될 가치를 믿고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우주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올해 3월 한 번 발사했던 로켓 ‘팰컨9’를 재사용해 기존보다 10분의 1 비용으로 통신위성을 쏘아올렸다. 앞서 블루오리진은 재사용 로켓 ‘뉴 셰퍼드’ 하나를 발사한 후 회수하는 데 5번 연속 성공하기도 했다. 그윈 쇼트웰 스페이스X 회장(최고운영책임자)은 “재사용 로켓은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NASA 존슨우주센터의 엘런 오초아 센터장은 “기업의 과감하고 도전적인 우주 기술 혁신 덕분에 우주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더 먼 우주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정부 주도의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기술이전 하는 방식으로 우주 개발을 지속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안뇽
블루오리진의 재사용 로켓 ‘뉴 셰퍼드’. 이 로켓은 5번 우주로 발사됐다 회수됐다. - 콜로라도스프링스=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창업 컨설팅·우주 빅데이터 등 신시장도… 정부 지원 없이 자립하는 기업도 늘어
 
미국에서는 우주 창업 컨설팅, 우주전문 투자, 우주 빅데이터 분석 등 신사업 분야도 생겼다. 정책 자문회사인 웩슬러&워커 역시 그 중 하나다. 우주기업 컨설팅이나 창업 지원, 우주 개발 사업의 민관 연계 등의 사업을 한다. 워커 이사장은 “정부는 우주 기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 같은 효과도 얻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에이아이솔루션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우주 관측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이쥐아이(AGI)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세계 위성의 신원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위험 감지 시스템 ‘콤스폭(ComSpOC)’을 개발했다. AGI는 천체를 식별하고 밝기, 온도 등을 분석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부 지원 없이도 독자 기술과 아이디어로 투자금을 유치해 우주 개발에 나서는 기업도 등장했다. 박사급 연구원들로 구성된 미국의 벤처기업 문익스프레스는 최근 기술 검증에 성공해 미국 정부로부터 민간 최초로 달 착륙 허가를 받았다. 밥 리처즈 문익스프레스 CEO는 “우리는 NASA의 R&D 사업 수주를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익스프레스는 정부 지원 없이 모두 민간 자본으로만 운영된다.
 
올해 말 문익스프레스는 구글 주관의 달 탐사 경진대회인 ‘구글 루나 X 프라이즈’의 최종 결승팀 중 하나로 달 탐사선 ‘MX-1’ 을 발사해 물 등 자원을 탐사할 계획이다. MX-1을 쏘아 올릴 발사체 역시 벤처기업인 로켓랩의 소형 로켓인 ‘일렉트론’을 사용한다. 일렉트론은 3D 프린팅, 전기모터 펌프 등으로 발사 비용을 대폭 줄였다. 리처즈 CEO는 “NASA가 미처 다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으며, 이제 미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은 NASA의 협력 파트너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버진갤럭틱의 세계 첫 민간 우주여행선에 탑승했던 나미라 살림 미국 스페이스트러스트 설립자는 “지속 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해선 민관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도 필수적”이라며 “평화로운 우주 이용을 위해 우주 개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기술이 부족한 국가들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우주기업, 경쟁·혁신·자립으로 심(深)우주 탐사 이끈다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열린 미국 우주재단 주관 ‘제33회 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중국국가항천국(CNSA),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을 대표하는 고위관계자들이 각국의 심우주 탐사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로버트 워커 미국 웩슬러&워커 이사장(가운데)이 좌장을 맡았다. - 콜로라도스프링스=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한편 한국은 ‘나로호(KSLV-I)’ 발사 성공 이후인 2015년부터 스페이스 심포지엄에 초청받았다. 올해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김인선 부원장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워커 이사장은 “한국은 단기간에 우주 분야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NASA와 유럽우주국(ESA) 등이 현재 발사체를 개발 중인 한국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앞으로 꾸준히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향후 국가 우주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도 스페이스 심포지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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