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탈석탄’에는 찬성, ‘탈원전’에는 반대

2017.07.20 18:00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탈석탄’ 정책에는 찬성, ‘탈원전(탈핵)’ 정책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인단체총연합회(과총)는 과학기술인 2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설문조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설문지는 장기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공약 사항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번 설문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원과 관련 기업, 시민단체, 정부 부처, 일반공공기관 구성원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메일 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에너지 분야 과기인이 49%(990명)로 가장 많았고 비에너지 분야 과기인이 43%(884명), 인문사회 분야·시민단체 등 기타 응답자가 8%(155명)로 집계됐다.
 

● 탈석탄 ‘필요’ 72% vs 탈원전 ‘불필요’ 66%

 
설문 응답자들은 탈석탄과 탈원전 정책에 대해 다른 시선을 보였다. 우선 탈석탄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수는 72%로 3분의 2가 넘었다. 이에 비해 탈월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기인은 3분의 1이 안되는 32%로 나타났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도 석탄과 원자력에 대한 의견은 달랐다. 탈석탄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55%가 가능하다고 응답했지만, 탈원전 정책은 65%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는 환경 개선 차원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원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초미세먼지(PM2.5)의 원인 물질인 이산화황(SO2)을 배출하는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됐다. 원전은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원전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피폭의 위험 때문에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에너지 분야의 과기인인 국내 대학의 A 교수는 “그럼에도 당장은 원전을 대체할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과기계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설명했다.

 

필요성 구분 실현가능성
필요 불필요 가능 불가능
72% 9%  탈석탄 55% 20%
32% 56%  탈원전 21% 65%
77% 5%  신재생에너지 확대 56% 15%
88% 3%  친환경 저탄소 미래에너지 발굴 55% 11%
86% 3%  신기후체제 대응 거버넌스 구축 58% 9%

자료: 한국과학기술인단체총연합회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과기계의 반응은 전문 분야와 소속기관에 따라 다른 경향성을 보였다. 기후·환경 분야나 보건·의료 분야 과기인들은 각각 82%와 68%가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반면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는 57%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과총 측은 “기후·환경,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중시하고,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중시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부 정책별, 응답자 전문 분야별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탓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적절하다’는 의견은 각각 46%와 41%로 비슷하게 나왔다.

 

● 친환경에너지 확대에는 80% 찬성… 에너지 문제 “장기적 접근 필요”


그럼에도 △태양광, 풍력, 생물자원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77%)나 △친환경 저탄소 미래에너지 발굴(88%), △신기후체제 대응 거버넌스 구축(86%)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에너지 분야든 비에너지 분야든 과기인 대부분은 친환경에너지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김명자 과총 회장(전 환경부 장관)은 “친환경 저탄소 미래 에너지는 아직 실체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공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토론하기로 예정돼 있던 오픈포럼이 취소된 데 대해 김 회장은 “에너지 정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에너지 분야 과기인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객관성이나 대표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메일을 이용한 설문조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응답 집단을 세분화 해 재조사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反)하는 결과가 있어 ‘눈치 보기’ 식으로 공개를 꺼린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계획이었으며, 전문가 회의를 통해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과학적인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과총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에너지 분야 전문가 17명은 이번 설문조사의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과기계가 급격한 탈핵 추진에 반대 의견을 보인 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의 원전사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들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데만 치중해 성급하게 탈원전을 추진할 경우, 에너지 수급 문제나 경제적 손실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회장은 “에너지 문제는 경제, 안전, 보건, 환경 분야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탈석탄과 달리, 사회 전반적으로 찬반이 분분한 탈핵 문제의 경우에는 사회적인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차근차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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